e-心을 잡아라

이회창·노무현·정몽준·권영길 홈페이지 비교분석

1997년 대통령 선거의 의의 중 하나가 TV를 통한 미디어선거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라면, 이번 2002년 선거의 의의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선거(유세)가 본격화된 첫 대통령 선거라는 점이다.

선거가 불과 한달 남짓 남은 지금, 주요 후보들은 사이버공간을 통해서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고,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의 중요성은 배가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각 후보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어떻게 기획하고 활용하는지 비교분석하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으리라 생각된다.

분석대상은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등 네 주요 후보의 홈페이지였다 (주소는 각각 http://www.leehc.com, http://www.knowhow.or.kr, http://www.mjchung.pe.kr, http://kwon.kdlp.org).

당 공식 홈페이지나 관련 단체 사이트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각 홈페이지에 얼마나 많은 방문자가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지 등은 분석의 목적이 아니었다. 각 사이트가 담고있는 내용이 얼마나 훌륭한가 역시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본 연구는 홈페이지의 기획·제작 측면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즉, 지지도나 노선의 비교평가가 아닌, '객관적 텍스트로서의 홈페이지'를 분석하는 데에 본 연구의 목적이 있었다.

평가범주는 다섯 가지, 즉 '정보성', '상호작용성', '기능성', '디자인', 그리고 '정책표현도'로 분류하였다. 이들중 처음 네 가지는 각각 상호배타적 범주이지만, '정책표현'(얼마나 정책/공약을 충실하게 표현하였는가)는 다소 별개의 성격을 갖는다.

정책/공약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범주는 신변잡기나 게시판 등 다른 정보와는 별도로 평가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표현도'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정보성이나 상호작용성 등이 부분적으로 중복평가되었다. 각 평가범주별로 다시 하위 평가항목들이 나뉘어진다. 이 분류항목은 기존의 홈페이지 분석연구들을 참고로 하되, 연구자들의 격렬한 토론과 반복적 예비조사를 통해 확정하였다.

'디자인'을 제외한 네 항목은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을 전공중인 석·박사 과정 학생 12명이 참가하여 구체적인 평가기준에 근거, 측정하였다. 대부분의 기준은 계량화할 수 있는 항목이지만, 일부 숫자로 표현되기 어려운 측면은 구체적 논거에 의존하여 평가함으로써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였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디자인' 범주는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과정을 이수중인 현직 영상디자인 전공 교수 3인(문경원, 신청우, 임희경)의 평가에 의존하였다. 모든 항목에 대한 평가는 11월 4,5,6일에 걸쳐 실시되었다.


뉴스-홍보자료 노후보 압도적

'정보성' 측면에서는 노무현-정몽준-이회창-권영길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성'이란 후보 개인 및 홍보자료에 대한 정보의 양과 다양성, 그리고 정보 업데이트의 양과 주기를 지칭한다. 후보 개인 및 가족에 대한 총 게시물의 수와 다양성에 있어서는 정몽준, 노무현, 이회창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2,3등을 차지했고, 뉴스/홍보자료의 양과 다양성에 있어서는 노무현-이회창-정몽준-권영길 후보순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게시물의 절대 건수와 본인 작성글의 수에 있어서 압도적이었다. 업데이트의 성실도에 있어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려웠다. 분석기간중 권영길 후보는 홈페이지의 완전개편을 실시하였고, 정몽준 후보는 '국민통합 21'창당행사 및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많은 새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결과적으로 일일 추가자료량은 권영길-정몽준-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으나, 이 결과가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의·제언서비스는 다소 미흡

'상호작용성' 측면에서는 노무현-이회창-정몽준-권영길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호작용성'이란 게시판 및 이메일의 절대량과 활용정도, 그리고 기타 상호작용성을 제공하는 기제의 수를 총칭한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고있는가 각 후보의 지지도, 혹은 지지자들의 특성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우선 게시판 및 토론방의 제공정도는 노무현 후보 홈페이지가 17개로 1위를, 이어서 이회창 후보 홈페이지가 7개로 2위를 차지했다.

게시물 삭제 기준에 대해서는 이회창, 노무현 후보의 홈페이지에만 명확한 공시가 있었다. 이메일을 통한 문의/제언 서비스는 전 후보가 시행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10가지 주제에 대한 문의 이메일을 각 후보에게 보내본 결과 정몽준 후보는 7회, 노무현 후보는 3회에 걸쳐 답신을 보낸 반면 나머지 두 후보는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측은 자동응답 시스템을 사용하는 듯 모든 문의에 대해 자구조차 다르지 않은 응답을 보낸 반면, 노무현 후보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답신으로 판단되었다. 기타 상호작용 관련 기제는 노무현 후보가 뉴스메일, 즉석 여론조사, 커뮤니티 등 가장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검색 편리성 이 후보 1위

'기능성' 측면에서는 노무현-이회창-정몽준-권영길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능성'이란 인터넷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이다. 즉, 멀티미디어 기능을 얼마나 활용하는지, 이용자의 편의성을 얼마나 고려하는지, 그리고 이용자 공간을 얼마나 제공하는지를 근거로 평가하였다.

우선 기술적 환경의 활용도는 노무현-이회창-정몽준-권영길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 후보는 모든 가능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 후보는 동영상과 애니메이션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권 후보의 경우 약간의 동영상을 제외하곤 멀티미디어 활용도가 극히 낮았다. 이용자가 각 후보의 홈페이지를 얼마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지, 사이트맵은 제공하는지, 검색기능, 도움말 서비스, 링크 연결 등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측정한 결과는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그리고 정몽준, 권영길 후보가 3,4위를 차지했다.

커뮤니티 기능을 자체적으로 제공하는지,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대화방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을 본 '이용자 공간'에 대해서는 노무현 후보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정몽준, 권영길 후보는 이용자 공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인페이지 가시성 이 후보 만점

'디자인' 측면에서는 이회창-정몽준-노무현-권영길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디자인' 평가를 위한 기준이었던 메인 페이지의 가시성, 텍스트의 조화, 상징성, 독자성과 아이덴티티뿐 아니라 적절한 이미지의 사용과 컬러, 서체에 관한 부분 등은 각 사이트가 가지는 가시성의 중요한 조건들인 동시에 디자인의 심미성을 결정짓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특히 폰트의 종류와 크기라든지 자간과 행간, 여백, 그리고 내용을 이루는 기사의 길이와 간결성은 전체 사이트의 가독성 측면과 함께 얼마나 편리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컬러의 사용과 색의 조화도 서체와 마찬가지이다. 로고나 이미지의 사용에 있어서도 얼마나 일관성 있고 효과적으로 텍스트와 조화를 이루고있는지, 레이 아웃이나 표현이 조형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편의성과 가독성의 측면에서 고려되어야하는 경로와 속도, 효율성에 있어서 너무 복잡하고 오히려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디자인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네 개 홈페이지의 디자인 비교평가를 위해서는 30가지 세부 항목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해 세 명의 전문가가 4점 만점으로 평가하여 각각 120점 만점의 점수표를 산출하였다.

예를 들어 '메인페이지의 가시성'의 경우, 세 명 모두 이회창 후보의 홈페이지에 만점을 부여하였고, '이미지의 사용'경우, 정몽준 후보 홈페이지가 평가자로부터 공히 4점 만점을 받았다. 30개 항목의 평가 결과, 이회창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나머지 후보들도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며 2,3,4위를 기록했다.

디자인을 전공중인 대학 4학년 학생 6명을 대상으로 보완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의 의견 역시 전문가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책·공략 체계성 노후보가 앞서

마지막으로 '정책표현도'는 노무현-이회창-정몽준-권영길 후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책표현도'는 각 후보가 얼마나 자세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비전을 제시했는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었다. 정책/공약에 대한 가치, 실효성, 실천 가능성 등을 평가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타 후보에 대한 비방은 정책 경쟁의 반대 개념으로 전제하여, 네가티브 캠페인이 많을수록 '정책표현의 충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우선 정책/공약의 양에 있어서는 노무현 후보가 8개 항목 1144라인을 포함시켜 나머지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정책/공약의 체계성에 있어서도 역시 노무현 후보가 가장 앞섰고, 정책관련 항목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은 정몽준 후보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책과 관련된 이용자의 참여 가능성에 있어서는 노무현, 권영길 후보의 홈페이지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쟁후보에 대한 비판의 정도에 있어서는 계량적 비교가 불가능했다.

이회창 후보는 주로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기사를 통해 타 후보의 단점을 부각시켰고,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대변인 논평을 주요 기제로 사용하였다. 정몽준 후보는 주로 자체 제작한 비판의 글을 실었고, 권영길 후보는 논평을 통해 타 후보를 비판하였다. 모두 인신공격류의 비방이라기보다는 비교적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한 비평이라고 판단하여 순위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돈·인력이 콘덴츠 수준 좌우

이상 다섯 가지 범주로 네 명의 대통령 후보 홈페이지를 평가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노무현 후보가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단, 디자인 부문은 이회창 후보가 앞선 것으로 평가되었다. 노무현 후보진영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해 가장 깊은 이해와 기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너무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다 보니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거친 모습을 보였다.

이회창 후보 홈페이지의 경우, 보기에도 사용하기에도 매우 편한 특성을 가졌으나 정보 제공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주요 지지자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다소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몽준 후보의 홈페이지가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후보 개인은 물론 소속 정당에 대해서 지금까지 축적된 정보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무난한 평가를 받았으나,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컨텐츠를 제공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 및 관리에 많은 돈과 인력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사실상 어려웠다는 점은 이번 평가가 갖는 한계중 하나일 것이다.

투자를 별로 하지 않은 권영길 후보의 홈페이지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권 후보의 홈페이지가 경제적 한계를 극복할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지도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태진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입력시간 2002/11/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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