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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축배를 들고 고배를 마실 것인가

누가 축배를 들고 고배를 마실 것인가

"盧냐?" "鄭이냐?" 대선 최대이슈로 부상

“노무현이냐 정몽준이냐.”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간 단일화 합의가 극적 타결됨에 따라 ‘누가 단일 후보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맞서게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정 두 후보가 11월 15일 밤 국민대상의 여론조사 방식의 담판을 이끌어낸 데 이어 17일 실무진 협상에서는 TV 토론을 거친 뒤 복수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26일까지 최종 후보를 발표키로 의견을 모았다.

양측이 막판까지 팽팽히 대립했던 여론조사 설문내용에 대해서도 “단일후보로 누구를 선호하느냐”로 결정됐으며, 오차범위내의 차이라도 패배를 인정키로 합의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1주일간의 피말리는 대선 준결승 레이스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노 후보 지지율이 상승 추세에 있어 승리는 무난하다”고 낙관하고 있으며, 국민통합21 측도 “반창(反昌) 유권자들의 결집으로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일단 두 후보간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로만 보면 노 후보가 반보(半步)가량 앞서 있지만, 이 후보와의 맞대결시에는 정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온다. 한마디로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여론조사결과의 변화 추이를 보면 일단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 있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10월19일 17.9%까지 하락했던 노 후보의 지지율이 10월30일 20.8%로 오르며 20%대에 복귀한 뒤 11월9일과 16일 각각 22.5%, 23.1%로 단계적 상승을 거듭했다.

반면 정 후보는 10월19일 이 후보와 오차범위 수준의 차이로 2위에 올랐지만 이어 22.7%와 23.8%로 하락하더니 급기야 11월16일 조사에서는 빅3 후보중 3위(20.3%)로 처졌다.


盧 후보측 “지지율 앞서 승리 낙관”

후보간 담판 이후인 11월16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도 노 후보의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노 후보(46.6%)가 정 후보(37.1%)를 9.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고,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와 중앙일보 자체조사에서도 노 후보가 각각 3.0%포인트와 4.1%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국민일보-여의도리서치 조사에서만 정 후보가 7.1%포인트 리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그간 지방공약 제시와 각종 TV 토론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며 “특히 부산 경남지역의 지지율 상승세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희색인 반면 국민통합21은 초비상 상태로 전환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 지지자들이 위장해 조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와 맞대결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노 후보를 뽑기 위해 이 후보 쪽에 서 있는 응답자들이 의도적으로 노 후보 지지를 밝히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데다 후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루아침에 급반등ㆍ급하락하기보다 서서히 오르고 내리는 추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두 후보의 ‘준결승’ 국면은 노 후보에게 조금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때 상한가를 계속하던 노 후보가 정풍(鄭風)이 불어오면서 거품이 꺼져 3위로 맥없이 주저앉았지만 이제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형국”이라며 “정풍이 이 후보를 누를 수 있는 기대감에서 시작됐다면 노풍(盧風)은 개혁성향과 서민층의 탄탄한 지지가 있어 일단 점화만 되면 순식간에 확산되는 파괴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 후보측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후보단일화 담판에서 노 후보의 제안을 정 후보가 한발 양보하면서 전격 수용한 상황인데도 두 후보간 지지율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국민통합21은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측근들도 일단 단일화 합의를 이끌어낸 정 후보의 결단력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표정에서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정 후보에게는 끝까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남아있다. 바로 이 후보를 상대로 한 본선 경쟁력이 노 후보 보다 조금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비록 단순 지지도에서는 뒤진다 해도 후보 단일화를 바라는 대부분의 반창주의자들이 결국 본선 필승을 위해 정 후보를 선택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노-정 후보 회동시에도 정 후보가 “내가 나가야 (이 후보에게) 이길 수 있다”며 노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했을 정도로 정 후보는 ‘이회창 대항마’로서의 입지가 우세하다.

실제 단일화 이후의 양강 구도를 보면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정 후보는 이 후보에게 10.7% 포인트 뒤지지만 노 후보는 12.8%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또 조선일보-갤럽 조사에서도 정 후보는 오차범위내인 1.2%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를 턱밑까지 쫓아가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지만 노 후보는 4.0%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를 넘어선 패배로 예측됐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정 후보가 노 후보에 비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MBC와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가 37.9%와 36.8%를 얻어 이 후보(36.8%, 36.2%)를 오차범위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드러나 반창주의자들의 가슴을 더 설레게 만들었다.

이는 보수세력과 개혁ㆍ진보세력의 대결장으로 요약되는 이-노 후보간 대결보다는 같은 보수색채를 가지면서 지역적으로 호남, 연령적으로는 20~30대 젊은 층을 추가로 안을 수 있는 정 후보가 이 후보와의 승부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에서 토대를 두고 있다.

여기에다 정 후보에게는 또 다른 ‘플러스 알파’가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후보 부인으로 정 후보 부인인 김영명씨가 26.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17.2%), 노 후보 부인인 권양숙씨(8.9%)는 3위에 그쳤다. 무응답층은 46.7%. 물론 후보 선택기준에서 부인의 영향이 얼마나 크게 미칠 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여성층에게는 부인에 대한 호감도 여부가 적잖이 작용할 것으로 보여 이 부분도 노 후보 보다는 유리한 점이다.

전문가들은 “본선 경쟁력에서 앞선 정 후보가 반창주의자들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며 “이에 대한 확실한 비전제시가 없으면 하락하는 지지율에 대한 반등이 그리 쉽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후단협, 자민련 등 제3세력, 어디로…

후보단일화를 줄기차게 주장하며 탈당까지 강행한 후단협과 끝까지 후보단일화를 위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하던 자민련의 입장이 더욱 머쓱해졌다.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다 성사되지 않으면 중부권 신당 등의 형태로 독자생존 전략을 모색했지만 이젠 양자 후보중 한쪽을 선택하거나 26일 이후 단일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후단협과 자민련 내부 기류를 보면 의원들마다 한나라당 입당파와 민주당 복당, 자민련 잔류 및 국민통합21 합류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를 그간 하나로 묶어 둔 것이 후보단일화라는 명분이었지만 이게 사라진 지금은 최후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입장으로 몰렸다.

일단 후보단일화 선정까지는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 후보가 아닌 노 후보가 승리했을 때 이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진다. 후단협은 대부분 반노(反盧)계열이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JP)도 노 후보와의 연대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또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민주당 이인제 의원도 노 후보하고는 경선 때부터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결국 단일화의 방향이 정 후보로 결정되면 이들 중 상당 수가 반창을 앞세운 단일 후보 지지에 나서고, 반대로 노 후보가 이길 경우 각자의 입맛대로 새 둥지를 찾아 흩어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초비상 “최악의 시나리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나라당은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구도가 눈앞에 펼쳐지기 일보직전이다. 후보단일화가 진행되면서 후단협과 자민련, 하나로국민연합 등의 정치세력이 단일 후보 밑으로 ‘헤쳐모여’ 하면서 일대다(一對多)의 싸움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후보 단일화의 파괴력을 실감하고 있기에 더욱 이 구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지지율이 날로 추락하던 이 후보가 당시 민주당 조 순 총재와의 제휴를 통해 단번에 선두권으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DJP연합에 이은 이인제ㆍ박찬종 콤비플레이에 대권을 눈앞에서 놓쳤다.

실제 단일화 담판이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지만 정 후보와의 조사에서는 약간 우세하거나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후보 단일화 협상에 청와대 배후설과 TV 토론ㆍ여론조사의 위법성 등을 들고 나오며 후보간 담판을 노ㆍ정 야합으로 규정,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과 일정 거리를 두던 이 후보도 11월17일 부산 MBC 초청 토론회에서 “이념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의 결합은 제2의 DJP야합”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대통령과 총리를 나눠먹고 장관직도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한 밀실야합”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민주당 측에서 “총풍 세풍 병풍에 이어 단풍(單風ㆍ단일화 바람)으로 이 후보는 끝이 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우자 즉각 “단풍(單風)은 가을에 반짝했다 낙엽이 돼 떨어지는 단풍(丹楓)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후보 단일화의 거센 바람이 ‘밀실 야합’으로 끝날 지, 두 후보의 주장대로 ‘국민 성원의 결과’로 귀착될 지는 운명의 날인 12월19일 밤이 되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1/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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