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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개구리 소년'

타살 결론, "누가 왜?" 의문 갈수록 증폭

1991년 3월26일 도롱뇽 알을 줍는다며 김영규(당시 11세)군 등 다섯 명의 성서초등생들이 집을 나선지 11년 6개월. 2002년10월26일 그들은 집에서 한시간 남짓한 거리의 와룡산 기슭에서 백골로 발견됐다.

누가, 왜, 무엇으로 잔인하게 죽였을까?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사인은 규명됐지만 의문점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만 같다.

유골발견 초기 소년들은 조난을 당한 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체온이 떨어져 숨지는 저체온사라는 성급한 판단도 있었지만 유골과 발굴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인 경북대 법의학팀은 6주만인 12일 타살로 결론 내렸다.

이 같은 결론은 돼지두개골과 은행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에 공기총을 쏘아 보기도 하고 낫, 호미, 도끼 등 농기구와 각종 공구류로 찍어 보는 반복적인 비교실험의 결과다.

또 보다 정확한 결론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와 서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 법의학교실, 곤충학, 정형외과, 신경외과등 각계 전문가는 물론 미국의 법의 인류학자에게도 자문을 구해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오리무중…억측만 난무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누가, 무슨 이유로 소년들을 살해했는지는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각종 억측이 난무해지고 의혹만 커지는 듯한 분위기다.

동기만 알아내면 수사의 절반은 끝낸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수사대상을 축소할 수 있고 탐문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개구리소년 피살사건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범행도구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예리하고 둔탁한 흉기라는 것 정도만 밝혀졌지 한 종류인지 각각 다른 것인지조차 모른다.

소년들의 부모들은 애들을 유괴하거나 죽여놓고 돈을 요구할 만큼 부자도 아니고 원한을 살만한 일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들로 이렇다 할 동기를 찾을 수도 없다.

경북대 법의학교실과 대구지방경찰청 홈페이지등에는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 뺨칠 정도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글이 올라 오는 등 범행도구등에 대한 제보가 하루 수십건에 이르면서 활기를 띠고 있지만 명쾌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찰도 사인이 타살로 밝혀진뒤 강력계 형사를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11년반이 더 지난 사건을 쉽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경찰 내부에서조차 별로 없는듯 하다.

우선 범행도구를 살펴보면 범행도구에 대해 감정팀은 사제 공기총 등 발사체에 의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일단 엽총이나 정식 공기총에 의한 것은 아닌게 확인됐고 무엇보다 3구의 두개골에서 50곳 이상이나 손상흔적이 발견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총기류라면 단 1개의 금속편이라도 나와야 하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부산의 권모씨가 제기한 가위가 범행도구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소년들은 어떻게 죽었을까.

일단 점심도 거른 채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산을 헤매기 시작했던 것은 분명한 듯 하다. 태권도장에 가 있어야 할 낮 12시30분께 집에서 1시간 가량 거리의 친구집 앞에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은 무엇인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목격했거나 범인들로부터 불의의 사고를 먼저 당했을 수 있다. 아니면 성격 이상자 같은 사람과 조우해 시비가 붙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북한공작원들이 자신들의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살해했을 수도 있다는 추리를 내 놓고 있다.


추리ㆍ가정 모두 설득력 없어

하지만 모두 이해하기 힘든 가정이다. 와룡산은 해발 299.5m의 야산인데다 돈이 될 만한 약초도 별로 나지 않는다. 외지에서 등산객들이 일부러 찾을 만한 산도 더욱 아니다.

감춰야 할 만한 일들이 생기기 어려운 산이고 그렇다고 다섯 명을 모두 죽였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법의학팀은 정신이상자나 성격이상자의 소행가능성도 제기했지만 1명이 5명을 모두 해치기에는 버거울 듯 하고 정신이상자가 둘 이상 다녔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다.

이와 함께 조호연군 등 2명의 두개골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어 사인이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국과수 감식결과 혈흔이 검출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유골 손상형태로 봐 수십 차례 둔기와 예리한 흉기로 찔렸다. 유혈이 낭자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국과수는 피가 옷에 처음부터 튀지 않았는지, 시간이 흘러 검출불가능 상태가 된 것인지는 학계에 보고된 구체적 데이터가 없어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가지 단서는 영규군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추정한 상의의 ‘一’자 매듭. 80∼90%의 사람들은 평소 십자매듭을 주로 사용한다. ‘一’자 매듭은 태권도 도복 띠를 매는 등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한다. 보기에 좋고 매듭부분을 꽉 잡고 당기면 얽히지 않고 쉽게 빠지기 때문에 도복띠를 매는데 적당하다. 소년들이 직접 맨 것이 아니라면 범인의 범위를 크게 좁혀볼 수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끝에 용의자를 잡더라도 어려움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범행도구를 찾지 못한다면 공소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자백만으로 기소한다면 법정에서 부인하면 처벌하기 쉽지 않다.

수사관계자는 “실종당시 경찰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유족들에게 엄청난 아픔을 주고 국민들에게 의문을 던져주게 됐다”며 “경찰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으나 전혀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입력시간 2002/11/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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