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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벗는 순간, 나도 당신도 자유인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자연주의 마니아들

내 아내의 벗은 몸을 다른 남자가 쳐다보고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것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자연주의 모임을 표방하는 ‘누드카페’(cafe.daum.net/naturist) 회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씩 부부 동반으로 누드 모임을 즐긴다. 그러나 스와핑 동호회와 같은 외설 모임은 결코 아니라고 카페측의 강조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스킨십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룰도 마련돼 있다.


사회적 속박서 벗어난다

11월 9일 한양대 후문의 한 커피숍. 이곳에서 누드러브 운영자인 강모(26)씨를 만났다. 강씨의 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나 얌전한 외모와는 달리 강씨는 ‘자연주의 마니아’다. 자연주의는 일종의 누드 마니아. 나체를 통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사회적 속박을 벗어 던지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여자친구와도 여러 번 헤어졌다.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 앞에서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여자 친구를 모임에 데려가려고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거절만 당했다.

강씨는 “선진국의 누드 문화가 상당히 발달돼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FKK라는 누드 협회가 결성돼 있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이 단체를 선거에 이용할 정도다. 때문에 이곳에서 ‘꽉막힌’ 행동을 보였다가는 엉뚱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한일수 박사에 따르면 독일의 대중목욕탕은 남녀 혼탕이다. 금발의 여성들이 남자들 앞에서 스스럼 없이 옷을 벗는다. 누드 비치에서 가족끼리 수영을 즐기는 게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심지어 리조트 전체가 누드촌인 곳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혼탕은 고사하고 옷만 벗어도 외설 모임으로 오해를 받는다. 강씨는 결국 지난해 1월 자연주의 동호회인 ‘누드러브’를 개설했다. 현재 4만명이 넘는 회원이 이 동호회에 가입돼 있다.

회원들은 정말 다양하다. 예술가에서부터 대기업 직원, 자영업자, 전문직까지 각양각색이다. 물론 이들 중에서도 실제 활동하는 회원은 많지 않다는 게 카페측의 설명이다.

강씨는 “대부분 호기심에 들른 사람들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30∼4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모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엄격하게 구별된다. 실제 회원은 오프라인 모임에 쏠려 있다.


신체접촉 금지 등 규율 엄격

오프라인 모임은 한달에 한번 정도 가진다. 주말을 이용해 산이나 계곡에서 누드를 즐기는 데 대부분의 일정은 민박집 안에서 보낸다. 모임이 모임이니 만큼 방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시간이 많다는 것.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으면 즉석에서 레크레이션을 가지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누드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강씨는 “옷을 입고 있다가 때가 됐다 싶으면 일제히 ‘유니폼’(누드)을 한다”며 “처음 참가한 회원은 쑥스러워 하지만 한번 경험하고 나면 금방 적응을 한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 인근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거나 ‘누드등산’을 한다.

이 때문일까.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신체 접촉 금지 등 규율을 따라야 한다. 성적 충동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은 공개로 진행된다. 때문에 모임 후기나 사진도 회원에만 가입하면 사이트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강씨는 “누드모임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른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우리 역시 누드 모임을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일단 모임을 갖고 나면 여성 회원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강씨는 “밖에서 보기에는 남성들이 더 적극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 흥미를 잃고 다시 오지 않는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석한다.

독특한 모임 성격 때문인지 에피소드도 많다. ‘CB 걸면 4길겨’란 회원은 모임 참석 이후 스팸메일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에 떠있는 메일을 통해 수시로 메일이 배달되고 있다.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다. 내용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귀고 싶다’ ‘둘이서만 누드를 즐겨보다’ 등 성 추행 수준이다.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민박집 주인이 들이닥쳐 애를 먹은 일도 있다. ‘스누피’라는 회원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토로했다.

이때부터 원활한 모임 진행을 위해 까다롭게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손님을 배려하는 민박집 주인은 ‘경계대상 1호’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도 후보지에서 제외된다. 마음놓고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임사진, 외부유출, 회원 2배이상 급증

최근에는 모임 사진이 외부로 유출돼 네티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문제의 사진은 민박집에서 레크레이션을 즐기는 장면을 찍은 사진. 젊은 남녀 2명이 벌거벗은 채로 노래를 부른다. 옆에서 기타를 치는 사람도 누드다.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탁자 위에는 술병과 안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자연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봤을 때 누구라도 ‘딴죽’을 걸만 하다. 실제 사진을 본 네티즌은 “말세가 왔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바람에 누드 러브는 요즘 부쩍 회원이 늘었다. 누드 사진이 외부로 유출된 후 회원이 2만여명에서 4만명 이상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대해 누드러브측은 모임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씨는 “문제의 장면이 옷을 입은 상태였다면 논쟁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었다”며 “옷을 벗었다고 해서 무조건 성적인 기호로만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누드 소모임 운영 ‘스누피-고양이’ 부부

누드 모임이 본격적인 뼈대를 갖춘 것은 지난해 9월. 류진모(ID 스누피)씨가 아내 박성연(ID 고양이)씨를 오프라인 모임에 데려오면서부터다. 그전까지만 해도 모임에는 남자 회원들뿐이었다.

이후 모임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모임 참석도 많이 늘었다. 현재는 철저하게 부부 단위로 만난다. 누드 모임 특성상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부동반’이란 규칙을 적용한 것이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아내를 동반해야 했어요. 그래서 아내를 설득했죠. 처음 누드 모임을 접할 때는 많이 당황하는 눈치였어요. 하지만 몇번 더 모임에 나가니까 쉽게 적응하더라구요.”

‘스누피’의 말이다. 예술가 부부인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작품의 소재가 떨어진다 싶으면 산을 찾곤 했다. 이 과정에서 벌거벗고 산을 거닐기도 했다. 때문에 아내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현재 자연주의 소모임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은 정기 모임 이외에도 자주 얼굴을 마주친다. 그러나 공식 모임을 빼고는 ‘유니폼’(누드)이 거의 없다.

류씨는 “옷을 입지 않을 뿐이지 누드 동호회도 일반 친목 모임과 똑같다”며 “색안경을 끼고 누드 모임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2002/11/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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