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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마케팅, 여자의 지갑이 열리면 '성공예감'

여성마케팅, 여자의 지갑이 열리면 '성공예감'

섬세한 취향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 이벤트로 女心 유혹

직장 여성 이규영(28)씨는 얼마 전부터 회식 후 밤늦게 귀가하는 날엔 항상 F콜택시를 이용한다. 이 콜택시는 H카드사가 여성 회원을 위해 서비스의 일환으로 지정해준 차량이다. 교통사고 등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카드사가 책임 보상을 해준다.

이 서비스는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늦은 밤 함부로 택시 타는 것이 망설여진다는 많은 여성 고객들로부터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학생인 박지은(21)씨는 친구들과 고기를 먹으러 갈 때면, 서울 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J삼겹살 전문점에 가는 것을 고집한다. “예쁜 여자 1명이 오면 다이어트 돼지고기를, 못 생겨도 여자 2명이 오면 다이어트 돼지고기를 서비스로 준다”는 이색 영업전략 때문이다.

이 업소의 벽면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패러디한 ‘공동여성우대구역 JWA’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박씨는 “친구들과 함께 오면 서로 자기가 예뻐서 고기 서비스를 받는다고 우기곤 한다”며 “꼭 누구 때문이 아니더라도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분이 유쾌해진다”고 말했다.

독특한 여성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여성들의 구매력이 점점 높아지는 경향에 따라 여자의 섬세한 취향과 요구를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로 여심(女心)을 유혹한다. 2~3년 전부터 여성 전용 인터넷 사이트와 신용카드로 시작된 ‘여성 마케팅’은 최근 휴대전화, 대출상품, 음반이나 영화 등 문화 산업 전반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 금융
  • 여성고객을 왕비처럼

    여성고객을 왕비처럼 극진하게 대우하는 ‘여왕 마케팅’은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은행권 최초로 가정주부 대상 무보증 신용대출인 ‘우먼프리론’을 선보였다. 배우자나 본인 소유의 아파트, 빌라, 연립주택에 3개월 이상 살고 있으면 1,000만원까지 빌려준다. 담보나 남편의 사인은 필요 없다. 금리는 일반 신용대출과 비슷한 수준인 연 9.90~11.90%.

    이처럼 일정한 소득이 없는 전업 주부에게 보증이나 담보 없이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국민은행 마케팅팀 박경숙 과장은 “상품 개발 초기 은행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금리는 일반 신용대출 수준이지만 꾸준히 대출이 늘어나고 특히 연체율이 양호해 앞으로 더욱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은 11월 현재 450 억원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현대캐피탈은 5월 출시한 여성전용 대출카드인 ‘드림론패스 아데나’가 인기를 얻자 11월 20일 무보증 신용대출 상품인 ‘여성플러스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25~60세까지 일하는 여성을 위한 대출상품으로, 대출한도는 300~1,000만원. 금리는 연 13.5%~16%다. 배우자의 소득이 있는 가정주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삼성캐피탈은 인터넷 대출상품인 ‘여성우대 원클릭 대출’을 선보였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전용 대출 상품으로, 그 동안 금융기관이 소홀히 했던 골프장 캐디, 화장품 방문 판매자, 학원강사, 미용사 등 전문직 종사들을 대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임신한 여성을 위한 특화상품도 나왔다. 제일상호저축은행은 현재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0개월 이내의 여성을 대상에게 100~300만원까지 연 16%의 금리로 1년간 대출해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재미있는 사항은 쌍둥이를 낳으면 대출금리를 깎아 준다는 것이다.


  • 신용카드
  • 감성 자극으로 전용카드 인기

    신용카드업계의 여성 고객 ‘대접’도 확실하다. 1999년 LG카드가 여성 전용의 ‘LG레이디카드’를 내놓으면서 시작된 ‘여성 회원 모시기’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여성 전용카드들은 분홍이나 빨강 같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색으로 예쁘게 꾸미고, 향기나 사진도 넣을 수 있도록 해 여성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여성 전용카드의 점유율은 10%에 육박하며, 전체 카드 시장에서 1위를 점하고 있는 교통카드와 선두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따라 각종 부가 서비스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만큼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쇼핑을 즐기는 여성의 특성을 감안해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미용이나 성형수술 등에서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위한 ‘이색 영어 카페’도 등장했다.

    이 분야의 효시인 ‘LG레이디카드’의 경우 관람료 할인 대상 영화관이 전국 60개에 이르며, 롯데월드 등 전국 15개 유명 놀이공원 무료 입장 및 입장료 할인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결혼을 앞둔 고객에게는 토탈 웨딩서비스를 5~3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해주며, 결혼자금도 500만원까지 즉시 대출해준다.

    또한 최근 토트아카데미와 제휴를 맺어 회원들만의 고품격 영어 교실인 ‘LG Lady’s English Cafe’를 운영 중이다. 주부 회원들을 위해 마련된 이 카페는 소파와 DVD플레이어 등이 갖추어진 고급 공항 라운지 타입의 교실과 함께 야외에는 인조잔디를 깐 골프 연습네트, 비치 파라솔, 소풍을 즐길 수 있는 바비큐 장소까지 마련되어 있는 이색 공간이다.

    특히 회원 자신과 자녀가 같은 공간에서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자녀교육 뿐 아니라 본인의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여성의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 상품”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현대카드의 여성 전용 ‘여우카드’는 깐깐하고 실속 있는 여성의 눈높이를 고려한 대표적인 상품. 여성의 생리적인 현상과 밤늦은 귀가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으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8월에 첫 선을 보인 여우카드는 여성이 걸리기 쉬운 3대 암인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보험에 무료로 가입해주며, 매월 1회 피부관리 전문 뷰티숍에서 마사지 무료 이용의 특전을 주는 등 여성의 생활과 친숙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 3개월 간의 카드 이용금액이 매월 20만원 이상인 회원에게 생리대 ‘위스퍼’를 무료로 제공하는 ‘여우데이(day) 서비스’를 실시하고, 저녁 7시에서 새벽 3시까지 여우카드 회원을 위해 지정한 콜택시를 이용할 경우 이 시간대에 일어나는 사고 등에 대해 책임 보상도 해준다.

    당연히 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할 수도 있다. 현대카드는 앞으로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형식적인 서비스 채우기를 넘어 진정 여성이 ‘원하는 것’만을 선별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 이동통신
  • 치열한 서비스 경쟁

    휴대전화 시장도 여성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이다.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여성전용브랜드 ‘카라’와 ‘드라마’를 내걸고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로 10대를 의식했던 종전의 휴대전화 광고는 순수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휴대전화를 받고 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KTF는 2000년 11월 ‘여자라면 누구나 드라마 같은 삶을 꿈꾼다’라는 모토로 여성전용 브랜드인 ‘드라마’를 선보이며 업계 최초로 포문을 열었다. 보석함을 본뜬 빨간색 전용 단말기를 내놓고, 여성들의 생활방식에 따른 전용 요금제도를 도입하며 여심을 흔들었다. 현재까지 80여 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업체는 회원 전용 복합 생활 문화공간인 ‘드라마 하우스’를 시내 중심가에 마련해 메이크업에서 헤어까지 전속 코디네이터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인터넷을 자유롭게 검색하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아이를 어린이 전용 놀이방에 맡길 수 있게 할 정도로 여성 고객을 배려하고 있다.

    드라마하우스 명동점에서 만난 조정은(30ㆍ서울 동부이촌동)씨는 “어린이 전용 놀이방엔 영어 뮤지컬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아 아이들이 먼저 놀러 가자고 조른다”며 “엄마들도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멋스러운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8월 초 30세부터 49세까지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전용브랜드 ‘카라’를 내놓았다. 카라는 국민은행과 공동 프로모션으로 여성들을 위한 재테크 노하우 나눔의 장인 ‘우먼 서포터즈 페스티발’을 연말까지 진행하는 등 가정 경제의 주체인 주부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관심을 얻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텔레콤은 ‘카이’(khai)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헤어에서 메이크업ㆍ의상까지 변신을 시켜주는 ‘카이걸 스타일’과 집시파티, 바디케어 등 문화행사에 초대하는 ‘카이걸 클래식’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 음반·영화
  • 여성만을 위한 행사

    문화산업계에도 ‘여성 마케팅’ 붐 일고 있다. 최근 14번째 새 음반을 발표한 가수 이문세는 “삶에 찌들어 가는 이 시대의 아줌마들을 ‘음악 키스’로 깨우겠다며”며 ‘아줌마 팬’들을 공략하는 앨범을 내놓았다.

    여기에 걸맞는 기발한 마케팅 기법도 도입했다. 좀처럼 레코드점에 가기도 힘들고, 인터넷 사용에도 익숙하지 않은 중년 팬들을 위해 전화 한 통화로 음반을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전화 주문 시스템(1544-5858: 일어서서 오빠오빠)을 선보였다.

    여성 관객만을 대상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행사도 등장했다. 11월 15일 개봉한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액션스릴러 영화 ‘이너프’는 ‘완벽한 여자 다 모여라!’는 컨셉 하에서 여성들만을 위한 특별 시사회를 개최하는 등 여성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전략을 폈다.

    CGV 영화관은 쇼핑을 즐긴 뒤 영화관을 찾는 여성 관객들을 위해 쇼핑백을 무료로 보관해주고, 영화를 보는 동안 아이를 잠시 돌봐주는 ‘유아놀이방’도 운영한다.

    이 같은 ‘여성 우대’ 바람은 경제생활의 주체로서 달라진 여성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나날이 다양한 업종에서 여성에 초점을 둔 마케팅 전략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이 여성에 대한 존경심에서 우러나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보다는 막강한 경제권을 장악한 여자들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상술(商術)이라는 견해가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마케팅에 있어 여성 고객의 중요성은 단순히 인구학적으로 절반을 차지한다는 양적인 구분을 넘어선다. 여성은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주체인 동시에 가정 내에서 남편, 자녀가 소비할 제품을 대신 구매하는 구매대리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케팅연구원의 오수연 연구원은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여성 전용 마케팅은 갈수록 다양한 영역으로 번져갈 것”이라며 “이제 ‘여성 전용’이라는 전략만으로 눈길을 끌기보다 여성 소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2/12/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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