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2·19-민심은 지금] "몰러유…더 두구 봐야겠쥬"

전략지역 인식, 속내 감춘 부동층 공략에 당력 집결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대전ㆍ충청 지역의 표심 향방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후보 단일화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충청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선정, 집중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선거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지 않던 주민들도 대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빈도가 늘고는 있지만 정작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특유의 ‘충청도 정서’를 반영하듯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 누구를 찍을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서 더 두구 봐야지유. 하지만 후보 단일화는 잘된 것이예유. 정몽준으로 단일화가 되었으면 고민을 덜 할텐데…”

공식 대선전이 시작된 11월 27일 대전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 대결에 대해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각 당이 이 지역을 누비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아직까지도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데 ‘유보적’인 분위기다.

이에 반해 정당 관계자들의 발걸음은 무척 분주해졌다. 후보 단일화 이후 이 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후보 단일화 이전까지 지역내 지지도는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표를 양분하는 2강1중의 양상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두 후보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뒤쳐진 상태였다. 그러나 노ㆍ정 단일화이후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면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해볼만한 싸움’이라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노 후보가 제시한 행정수도 이전공약도 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는 것으로 지역 정가는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 ‘약발’, 민주 “해볼만”

민주당 대전시지부 이기호 사무처장은 “후보 단일화 이전에는 당원들 모두가 패배감에 젖어 있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단일화이후 노 후보쪽으로 표가 몰리는 현상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먹히고 있는 상태인 데다 정몽준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노 후보와 같이 이 지역을 누비고 다닌다면 지지도가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6ㆍ13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단체장이 당선돼 ‘장항선 벨트’를 구성한 천안 아산 예산 홍성 등 충남 서북부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전용학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 자민련 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등으?노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던 곳이다.

하지만 대선구도가 양강구도로 확정되면서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주민들은 아쉬움을 피력하면서도 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고 선거에 무관심했던 주민들도 노 후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전ㆍ충남보다 한나라당 정서가 훨씬 강했던 충북지역도 양당이 균형을 잡아가는 구도로 변해가고 있다. 충북은 지난 총선과 6ㆍ13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일부에서는 ‘대선은 끝난 게임’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20,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단일 후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청주백화점 기획팀장인 박지헌(37)씨는 “요즘 술자리에서 대선 관련 얘기가 많아졌는데 주로 노 후보에 대한 이야기이고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직원들도 노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청주시 용암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5ㆍ여)씨도 “예전에는 요식업소 모임에 나가보면 무조건 한나라당이 이겨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서민적인 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겉으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며 대세론 확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세론은 지역 정치인들을 한나라당으로 끌어 들이는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전시 선대본부 이병배 대변인은 “대전지역의 경우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고정표가 있다”며 “이들 표에다 정몽준 후보 지지표가 일시적으로 노무현 후보에게 쏠려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는 “자민련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어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일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밑바닥 정서는 JP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이 잠시 혼란을 겪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념적 성향이 같은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충북도지부 관계자도 “노 후보의 지지도 상승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며 “거품이 걷히고 나면 이 후보가 예상대로 충북에서 60%이상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한나라 “거품 걷히면 지지율 오를 것”

한나라당은 대세론 확산과 함께 노 후보 지지도 상승에 따른 견제의 의미로 이제까지 지역정서를 대변했던 자민련 소속 정치인湧?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 진행된 이양희(동구), 이재선(서구) 의원의 영입에 따른 후속조치이긴 하지만 대전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등 5명을 최근 서둘러 입당시켰다. 구청장 등 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에 대한 구애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노 후보의 지지도 상승세가 선거까지 지속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충남 예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해인(48)씨는 “민주당 경선 때와 같이 바람이 일었다 가라앉지 않겠느냐”며 “이미 많은 유권자들이 마음속으로는 후보를 정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 단일화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부여에서 슈퍼마켓을 하고 있는 이병윤(54)씨는 “노ㆍ정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표심의 흐름에 대해서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0대이상의 노ㆍ장년층에서는 그래도 이회창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대세론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서를 대변하던 자민련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할 정도로 몰락한 데다 진로마저 불투명한 상태여서 자민련 지지층을 포함한 부동층의 비율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고 있는 JP의 의중처럼 충청의 표심은 구체적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전=허택회 기자

청주=한덕동 기자

입력시간 2002/12/06 15:52


대전=허택회 thhe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