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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패트롤] "주식투자는 폭탄 돌리기"

[증권가 패트롤] "주식투자는 폭탄 돌리기"

깡통에서 1,200% 수익률까지 쓴맛 단맛 다 본 주부 고수 이도영씨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1999년 주식투자 광풍으로 사람들이 객장으로 몰려들면서 주식투자하고는 거리가 멀던 아줌마들까지도 애를 끌고 업고 너나 없이 달려들어 객장은 시장통처럼 북적거렸었다. 그러나 그때가 시장의 상투였고 여성들은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남자들은 앞서 얘기한 격언을 들먹였다.

비단 이때만은 아니다. 1987년과 1994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섰을 때 증권사 지점에서는 “5살난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미아 안내방송이 수시로 들렸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여성 투자자들은 곱지않은 시선과 함께 ‘치맛바람 불면 주가는 끝’ 이라는 누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중용의 도’ 아는 주식중독자

그러나 주식투자 경력 10년에 ‘깡통’에서 1,200%수익률까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던 ‘주부고수’ 이도영씨는 이런 선입견을 상쾌하게 무너뜨린 주식시장 여걸중의 한명이다. 스스로를 ‘주식의 늪’에 빠졌다고 얘기하는 그녀는 매일 컴퓨터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고 일지를 기록한다.

“마약도 쓰는 사람이 적절한 양을 쓰면 좋은 진통제 효과를 볼 수 있잖아요. 주식에 중독된 사람들도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해서 절대 안 할 사람들이 아니에요. 대신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을 얼마나 기르냐가 중요하죠.”

실제로 그녀는 ‘중용의 도’를 아는 ‘바람직한 주식 중독자’다. 그녀의 주된 투자법은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캘핑과 같은 초단타 매매. 짧은 시간에 승패가 갈리는 만큼 자신의 판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다 보니 언제나 피가 마르는 듯한 긴장속에 살아야 하지만그녀는 이것을 일종의 게임이라고 부른다

“매수와 매도 주문을 걸어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 때는 정말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스릴을 느껴요. 순간의 클릭 한번으로 엄청난 금액이 왔다갔다하니까요. 먹이를 지켜보는 맹수처럼 뚫어질 듯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절정적인 순간에 클릭을 해서 수익을 얻었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짜릿하죠. 아마 자살을 꿈꾸는 허무주의자들한테 주식투자를 시키면 아무도 자살하려고 들지 않을걸요. 수익을 올려서 기분이 좋아져 자살을 안 하든지, 깡통을 차는 바람에 열 받아서 자살을 안 하든지.”

그녀의 투자법은 철저한 차트 분석법과 주변의 소문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이다. 특이한 점은 여성 특유의 예감으로 끌리지 않는 주식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여성만의 섬세한 감수성이 투자에 도움을 준다고 얘기한다.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선 미세한 주가 움직임에서 흐름을 잡아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한 여성들이 주식투자에는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너무 작은데 집착해서 사소한 흐름에도 놀라 투매를 하기 쉽죠. 인내심도 부족하구요.”

물론 데이트레이딩만 하는 건 아니다. 투자금액의 3분의2는 연중 최저가격수준에서 사들여 몇개월, 혹은 몇년이라도 보유한다. 나머지 3분의1은 ‘일당’ 벌고, 시장의 흐름도 잃지 않기 위해 초단타 매매를 한다. 어느새 주식시장은 그녀에게 또 하나의 애인이 된 셈이다.

자고로 애인을 알기위해선 상대의 성격은 어떤지 외모는 어떤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기 마련이다. 타고난 호기심과 끈기를 가지고 그녀는 주식시장이라는 무정하면서도 매력적인 애인에 대해 샅샅이 공부했다. 그리고 세권의 책을 발표했다.


가격 아닌 타이밍으로 승부

98년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 ‘변신’, 2000년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담은 ‘수박먹을래, 대박먹을래’, 자신의 실제 매매일지를 담은 최근작 ‘상한가 쪽집게 이도영의 실전 투자일지’가 그것이다. 특히 최근작인 ‘상한가…’는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주식투자 베스트 셀러를 내는 사람들은 단 한번도 손해를 안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끝없는 수익을 올린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사이버 애널리스트든, 펀드매니저든 아차 하는 순간 당하는 것이 바로 주식시장이에요.

사실 저도 세 번째 책을 쓰기 직전에 투자를 잘못해서 큰 손해를 봤어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회의가 들더라구요. 그래서 1달 동안 꼼꼼하게 매매일지를 써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그만두자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쓰면서 그녀는 자신의 투자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고도의 경계심으로 무장하고 결정적일 때만 투자하는 방식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울러 매입자와 매도자간의 게임인 주식은 가격 이 아닌 타이밍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작은 정보하나도 절대 놓치지 않는 고주파 안테나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깡통이 두렵진 않아요. 하지만 나 자신의 탐욕으로 인해 손해를 보았을 땐 참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에요.”

그녀가 투자를 시작한 것은 남편의 주식투자가 실패하면서부터. 친구말만 믿고 대우 주식을 산 남편은 대우 퇴출과 함께 투자한 돈을 모두 날렸다. 남편은 다시는 주식투자를 안 한다고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속이 상했던 그녀는 도대체 주식시장이라는 게 뭐 길래 남편이 손사래를 칠까 하는 궁금증과 오기가 생겼다.

“처음엔 아줌마들과 함께 약간의 금액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어요. 수익도 얻고 손해도 보면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되니까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욕심이 들었어요. 나름대로 철저히 투자전략을 세워서 금액 전부를 ‘몰빵’을 했죠.”

결과는 투자 원금인 3억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깡통이었다. 충격과 절망에 휘청거렸다.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에게 학원비는커녕 용돈을 주는 것 마저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

“너무 충격이 커서 한동안은 멍하게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을 보니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오기도 생기는 거에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 결국 이를 악물고 다시 주식 투자에 도전을 했죠.”


기업 변화 주시해야 성공투자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여기저기 빌려서 또 한번 주식시장에 몸을 던졌다. 대성공과 함께 그녀는 원금의 두 배를 벌 수 있었다. 덕분에 이젠 여유를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직도 남편은 제 주식투자에 반대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저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편이죠. 딸아이는 나중에 자기가 투자비용 대줄 것이니 맘대로 투자하라고 부추기기도 해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진리를 주식시장에서 알았다는 그녀.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그녀는 이런 충고를 남겼다.

“주식은 수건 돌리기가 아니라 폭탄 돌리기입니다. 수건 돌리기에 패하면 술래에 그치지만 폭탄 돌리기에 패하면 모든 것을 잃고 말지요. 그만큼 신중한 투자자세가 필요한데 쉽게 덤볐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무엇보다 우리 개미 투자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튼튼히 무장을 하고 기업에 대해 연구를 게을리 해선 안됩니다. 기업의 내적. 외적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성공투자의 요건이죠.”

오유경 자유기고가 sugarbrandy@empal.com

입력시간 2002/12/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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