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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옥 Vs 권양숙, 영부인감은 누구?

한인옥 Vs 권양숙, 영부인감은 누구?

성장배경·스타일 상반, 장·단점 고루갖춰

대통령에게 가장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막 속의 권력자 ‘영부인(令夫人)’.

변혁을 거듭해 온 우리 정치사에도 영부인의 존재는 늘 화제의 초점이 됐다. 때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때론 전면에 나서 남편인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역을 자임하며 국민에게 찬사와 질시를 한 몸에 받아 왔다.

벽안(碧眼)의 초대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1년 안팎의 짧은 기간으로 국민 관심을 끌지 못했던 윤보선ㆍ최규하 전 대통령 부인들을 제외하면 실제 ‘청와대의 광열쇠’를 쥐고 흔들었던 사람은 모두 5명.

고 육영수 여사 외에 적극 내조형 이순자 여사와 막후 실세형 김옥숙 여사, 소극 내조형 손명순 여사에 이어 사회 활동형 이희호 여사 등이 있다. 이들 역대 청와대 안주인은 각자 성향에 따라 남편을 지극 보좌했으며 그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마다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영부인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육 여사를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청와대 속의 야당인사’라는 별칭을 얻어가며 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훈수를 두었고, 온화한 어머니 이미지를 앞세워 많은 이들의 호감을 샀다.

12월19일 대선에는 21세기 첫 대통령과 함께 9번째 영부인이 탄생된다. 여론조사 지지율을 놓고 보면 양강 구도를 형성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부인들 중에 청와대 안주인이 나올 것이란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와 노 후보 부인 권양숙씨는 “역대 영부인중 육 여사를 으뜸으로 생각하며 그를 닮고 싶다”고 말한다. 과연 누가 청와대 안주인이 될까? 아니, 누가 적합할까? 두 사람을 비교해 보자.


대법관 아버지와 좌익전력의 아버지

두 명의 예비 영부인들은 남편의 성장배경이 확연히 다르듯 본인들의 출신 환경도 양 극점에 서 있다. 이 후보 부인 한씨가 명문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면, 노 후보 부인 권씨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닮은 점이라면 경남 출신이란 것 밖에 없다.

한씨는 1938년 1월20일 경남 함안의 손꼽히는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다. 작고한 아버지는 대법관을 지냈고 어머니는 경성사범학교(서울대 전신)를 나와 교사생활을 했다. 3남2녀중 둘째인 한씨는 부산 남일 초등-부산여중-경기여고를 나와 서울대 가정교육과를 나왔다.

한씨의 형제들도 엘리트 코스만을 밟았다. 남동생 대현씨와 세현ㆍ우현씨는 각각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서울대 치대 교수, 기업체 고위간부로 재직 중이고 언니 영옥씨도 서울대 약대를 졸업했다. 한씨의 학교 동창생은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순종하는 모범생이면서도 자기 주장도 내세울 줄 아는 스타일이었다”고 기억했다.

대학졸업 후 한씨는 인천지법 초임 판사인 이 후보를 중매로 만나 6개월의 교제 끝에 62년 결혼했으며 전업주부로만 살아 왔다.

유복한 한씨에 비하면 권씨의 성장배경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평범하다 못해 불우한 편에 가깝다. 경남 마산에서 1947년 12월23일(음력) 1남3녀중 둘째로 태어난 권씨는 좌익 전력의 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면서 사실상 편모슬하에서 컸다. 71년 아버지가 옥사하면서 어머니도 일찍 혼자가 됐다.

경남 진영 대창초등학교와 부산 혜화여중을 나와 계성여상에 진학한 권씨는 고교 3학년 때 등록금이 없어 한 학기를 남기고 자퇴해야 했다. 남편과 사별한 언니 창좌씨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동생 기문씨는 부산은행 지점장, 여동생 진애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권씨는 부산지역의 해운회사 등지에서 경리 사원생활을 하며 가계를 돕다 71년 고향 친구인 노 후보를 만나 2년여만에 결혼했다. 당시 노 후보 집에서는 연좌제를 걱정해 반대했고, 권씨 집에서도 “사법고시에 붙지 못하면 어떡하냐”며 반대했다고 한다.

권씨는 “(남편이) 집안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어서 어려운 친척들을 챙겨야 했다”며 “집에서 이들과 함께 지냈기 때문에 우리 가족하고만 살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고 술회했다.


은근 내조형과 적극 내조형

유년기의 성장배경에 이어 결혼 후의 생활에서도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씨가 이 후보의 비서 같은 존재라면 권씨는 노 후보의 참모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판사-대법관-감사원장-국무총리-신한국당 전국구 의원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 후보의 이력을 보면 완만한 상승세가 계속된 점이 눈에 띈다. 한씨는 1997년 대선을 치르기까지는 돌발적인 ‘사고’없이 상류층 가정주부로서의 순탄한 생활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에서 귀부인 같은 풍모가 엿보인다. (본인은 귀족 이미지라는 말만 나오면 펄쩍 뛰며 손을 내저은다) 하지만 병역비리와 빌라 문제, 손녀의 원정 출산에 이어 ‘하늘이 두쪽 나도…’의 설화(舌禍) 등 각종 시비에 휘말리면서 5년 전에 비하면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씨의 살림 운영은 이 후보의 안정ㆍ보수 이미지와 같은 ‘한푼 두푼 안전형’에 속한다. 신혼이후 여태껏 가계부를 쓰며 이 후보가 주는 돈으로 꼬박꼬박 적금을 붓는 재테크를 활용한다. 이율이 높은 금융기관을 찾아 이리저리 돈을 옮기며 부풀리는 스타일이다.

권씨는 좀 다르다. 노 후보가 판사-변호사-13대 지역구 의원-14대 낙선-부산시장 선거 낙선-15대 낙선 후 보궐선거 당선 등 바깥 생활면에서도 우여곡절이 심했다.

물론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변호사 사무실은 유지됐기에 소득면에서는 일정 부분 이상은 됐지만, 지역구에서 당선-낙선을 거듭하는 바람에 가계 운영도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해야 했다. 변호사 생활로 돈이 좀 모이면 선거 때 한 몫에 나가고, 또 모아지면 다시 지역구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식이었다.

여기에 노 후보가 남의 빚 보증을 잘 서주는 편이라 지금의 명륜동 빌라를 아예 권씨 명의로 돌려 놓았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는 월급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노 후보보다는 권씨가 훨씬 이재(理財)에 밝다고 한다.

권씨는 매사에 적극적인 편이다. 국민경선 당시만해도 언론 인터뷰를 꺼려하며 소극적인 내조에 그쳤지만, 노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보이자 팔을 걷어 붙이고 전면에 나서 뛰기도 했다.

곡절이 많았던 탓인지 권씨의 얼굴에는 어딘가 삶의 고단한 구석이 엿보인다. 평범한 보통 이웃집 아주머니 같다는 평이 있는 반면 억척꾼처럼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클래식한 정장과 평범ㆍ소탈한 패션

즐겨 입는 패션에서도 두 후보 부인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한씨는 절도있고 단정한 클래식 정장을 선호한다. 색감있고 부드러운 톤의 단정ㆍ안정적 이미지가 풍긴다. 법조인 남편을 내조하는 동안 옷차림도 법조계 풍의 도식적인 스타일로 굳어져 우아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애쓰는 듯 하다.

전반적인 색 감각이 있고 외모와 어울리는 옷차림을 잘 구분해 낸다는 면에서 한씨의 패션감각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점도 한씨의 강점 중 하나다.

권씨의 의상은 대체로 평범하고 소탈하다. ‘튀는’ 스타일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짙은 색 위주이고 공식 행사에서도 바지정장 차림이 많다. 브로치 등 액세서리도 즐겨 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성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최근에는 자주 사용한다.

이 같은 표준형 패션에서 편안하고 친근한 인상을 준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남성들에 둘러싸인 공식행사에서 마저 눈에 띄지 않는 투박한 스타일이란 지적도 있다.

자녀 교육 면에서도 자율형과 책임형으로 나뉜다. 한씨는 장남 정연씨가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가업 격인 법학과에 가지 않고 경제학을 선택했을 때에도 아들 편에 섰고, 머리를 길러 퍼머를 해도 “본인이 좋다면…”식으로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권씨는 장녀인 정연씨(이 후보 장남과 노 후보 장녀의 이름이 같다)가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할 때 “굳이 외국에서 어학 공부를 할 필요성도 잘 모르겠고 도와줄 돈도 없다”고 딱 잘라 결국 본인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한국갤럽이 11월18일 호감가는 영부인 후보를 조사해 눈길을 끌었다. 17.2%의 응답자들이 한씨를 지목했고, 권씨는 8.9%, 권영길 후보 부인 강지연씨는 0.6%에 그쳤다. 하지만 1위는 후보직을 사퇴 정몽준 의원 부인 김영명씨(26.1%)였다.

또 후보 부인의 이미지나 인상이 지지 후보 선택에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무려 60.3%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후보 부인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2/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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