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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충청표심] 대권점지, 운명 쥔 충청의 힘

[안개 속 충청표심] 대권점지, 운명 쥔 충청의 힘

昌 TK·PK·강원, 盧 호남·수도권·제주서 각각 우위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 ‘이회창이냐 노무현이냐’ ‘기호 1번이냐 2번이냐’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마지막 결선레이스가 벌어지는 요즘 이회창과 노무현 두 후보의 피말리는 접전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누가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두 후보는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오차 범위 안팎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연령별로 청년층이 노 후보를, 장년층은 이 후보 지지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안정희구 세력은 이 후보를, 개혁 지지세력은 노 후보를 밀고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에 따라 양당은 중간지대에 머물고 있는 최후의 한 표까지 가져오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선심성 공약도 마구 남발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불허를 약속했고, 노 후보는 충청권 새 수도를 임기내 착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상호 비방전 및 악성 유언비어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 후보가 되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에서 “이 후보가 되면 호남인사는 다 죽는다”는 음해성 루머가 돌고 있으며, “노 후보가 되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주가가 200포인트는 떨어지게 된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수 정권이 집권하면 국정혼란만 가중된다며 공격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겨냥해 12월9일과 10일을 ‘군대에 간 아들을 생각하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두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되는 와중에 갈수록 줄어 들어야 할 부동층은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늘어나는 이상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책 및 공약대결이 실종되면서 거듭된 이전투구 양상이 선거 자체를 식상하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도 마지막 승자는 누가 부동층이 많은 지역을 끌어 당기느냐에 달려있다.


영원한 캐스팅보트, ‘충청표’

영ㆍ호남 대결구도로 계속되온 우리 정치사에서 중간지대인 충청권의 민심은 항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 1992년 김영삼 후보가 당선될 때는 여당으로, 1997년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때는 야당에 표가 쏠려 각각 성향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충청권만큼은 오리무중이다. 선거일 이전 여론조사에서 노 후린?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일단 유리한 구도를 선점한 셈이지만 속내를 점치기 힘든 충청권 특유의 정서를 감안하면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도 대전시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대전의 구청장은 자민련 후보가 거의 대부분 당선됐다. 흔히 패키지식으로 광역선거가 O번이면 기초의원까지 O번을 찍는 타 지역의 투표관행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2000년 총선에서는 전 지역에서 자민련과 한나라당, 민주당이 고른 득표를 했다. 이는 충청인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타 지역보다 높은 데다 쉽사리 특정 후보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특징도 더해진 결과다.

한나라당은 IJP(이인제-김종필 총재)를 앞세워 지역 민심 다잡기에 혈안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이인제 총재대행에 비해 김 총재가 반창반노(反昌反盧)를 강조하고 있어 이도 여의치 않다. 민주당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지원을 희망하지만 정 대표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대신 양당은 안면도 디즈니랜드 계획(한나라당)과 수도이전 공약(민주당)을 내세워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좀체 민심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350만여표로 전국 유권자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충청권 민심은 선영이 있는 이 후보와 단일화로 맞서는 노 후보 사이에서 마지막 계산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줄을 쥐고 흔드는 사람은 이 대행도 아니고 정 대표도 아닌 김종필 총재란 점이 공통된 시각이다.

참고로 97년 대선에서는 이 후보가 70만표, 김대중 후보가 110만표, 이인제 후보가 65만표를 얻었다. 당시의 이인제 후보 표가 이회창 후보에게 모두 쏠릴 수 있는 지와 김대중 후보 표를 노 후보가 모두 흡수할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곳이 바로 대선의 승부처인 셈이다.


PK, “다시 잡았다”와 “지지세 확산”

또다른 격전지인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 대해서는 양당의 주장이 크게 엇갈린다. 당초 한나라당 우세에서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이 후보 측은 “노 후보의 상승세가 꺾여 지지율이 30% 이하에서 머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 후보 측은 “지지세가 확산돼 40%를 육박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97년 대선에서는 대체로 이회창 50%-이인제 30%-김대중 20%의 득표를 올렸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PK지역은 노 후보의 출신지인 관계로 지난 선거결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때 노 후보가 치고 나와 긴장했지만 곧바로 이 후보가 현지에 내려가고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지원유세에 나서 노 후보 지지율은 하강곡선을 보이는 상태”라며 “만일 아직도 노 후보가 강세를 보인다면 이 후보가 계속 이 지역에 머물러야 했을 텐데 노풍이 잦아들어 안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은 “가파른 상승세가 둔화됐을 뿐 지지율은 완만한 상승 분위기를 계속 타고 있다”며 “여기에 정몽준 대표만 합세하면 울산에서 부산, 경남까지 노풍이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적어도 노 후보 지지율을 30% 이하로만 묶는다면 전체 판세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고 민주당은 40%이상의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총 570만여표로 전국 유권자의 16.5%에 달하는 PK지역은 노 후보를 놓고 우리 지역사람과 DJ 적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노 후보가 민주당만 아니라면 콱 찍어 주겠는데…”라는 한 유권자의 말에서 이 지역 주민들의 고심하는 대목이 엿보인다.


李-盧의 마지막 결전장, 수도권

충청과 PK외에 여타지역은 대체로 지지율이 변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아성격인 TK지역은 70% 가까이 이 후보에게 쏠려 있고, 노 후보의 텃밭이 된 호남지역도 80%가 넘는 득표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호남에 견줄 수 있는 지지율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고 민주당은 호남지역의 몰표를 확신한 듯 표정관리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또 강원은 이 후보가, 제주는 노 후보가 조금 유리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고정표가 많은 강원에서는 이 후보가 60%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6ㆍ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보인 제주지역은 노 후보가 조금 낫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지역은 유권자 비율이 3.2%와 1.1%에 불과해 전체 판세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가 뚫기 힘든 지역이나 유권자 수가 적은 곳에는 범접도 하지 않는 하는 대신 마지막 결전장이 될 수도권에는 당직자들을 총동원하면서 공략에 나서고 있다.

21.9%의 유권자 비율을 보이는 서울과 25.0%의 비율인 인천ㆍ경기는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만큼 부동층도 가장 많고 정치 무관심 층도 많을 수밖에 없다. 공략하기도 힘들고 바람을 타기도 그만큼 힘든 지역이다. 외견상으로는 20~30대의 지지율이 높은 노 후보가 유리한 것 같지만 쉽사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리로 벌어졌다”며 “젊은 층 득표율만 높이면 된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서울은 박빙, 경기는 우세, 인천은 다소 열세”라며 “6ㆍ13 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 뒤지다 막상 결과에서 압도했듯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방에서 불어오는 창풍(昌風)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서울에서 이 후보가 239만표, 김대중 후보가 262만표, 이인제 후보가 74만표를 얻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민주당 김민석 후보를 9%포인트이상 앞질렀다. 결국 이곳에서도 이인제 후보 표가 어느 쪽에 쏠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지역별 민심은 TK와 호남에선 이ㆍ노 후보 각각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고 PK지역은 이 후보 우세 속에 노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다. 수도권은 노 후보 우위 속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고 강원ㆍ제주에선 두 후보가 나눠먹기 구도를 보이고 있다. 역시 안개 속에 있는 충청권의 향배가 두 후보의 운명을 가리게 됐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2/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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