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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프레소] 聖과 俗을 노래하는 김은진

[재즈프레소] 聖과 俗을 노래하는 김은진

그가 “질퍽대는 세상”에서 만난 것은 하느님이었다. 하느님에게 닿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그는 재즈에서 발견했다. 그의 말대로 그것은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다. 속세의 음악인 재즈의 가교를 타고 신을 노래한다는 것은 낯설지도 모를 일이다.

김은진(43)은 첫번째 앨범 ‘신의 은총(Mercy Of God)’으로 모험 쪽을 택했다. ‘Amazing Grace’ 등 흑인 영가 8곡과 새로 작곡된 노래 두 곡이 포함된 그의 첫 앨범이다. 이것이 과연 재즈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그 동안 인기 유행 상품처럼 소비돼 온 국내 재즈에서 원류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잊고 있던 재즈의 본질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재즈판 성가집을 듣는 듯한 감흥마저 준다.

모두 13곡이 수록돼 있는 이 음반은 겉모습으로만 보자면 여느 복음 성가집과 별반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Amazing Grace’ 등 가스펠에 ‘시편’ 등 2곡의 창작 가스펠을 덧붙였다. 그러나 스윙감은 엄숙한 성가들에 생동감을 준다.

재즈는 물론 클래식 발성까지, 스승을 찾아가 배웠던 시간들이 이제야 빛을 본다. 2000년 12월부터 테너 박인수의 제자인 클래식 성악가 박성훈을 찾아가 목소리의 힘을 기르기 위해 13개월 동안 받았던 수업의 시간도 이로써 조금은 보상 받는 셈이다.

수소문 중 ‘샴푸의 요정’으로 유명한 그룹 ‘빛과 소금’ 출신의 베이스 주자 장기호를 처음 본 자리에서 4시간 쉬지 않고 나눴던 음악 이야기도 큰 힘이 됐다. 재즈, 보다 정확히는 ‘재즈적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 그녀의 도달점이었다.

이후 그녀는 재즈의 길에 매달렸다. 재즈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는 몇몇 재즈 보컬을 찾아가 가방까지 들어 주는 등 과외의 수업료까지 내 가며 문하생이 되기를 자청했다. 김은진은 박성연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다.

재즈 클럽 야누스의 사장이자 재즈 가수인 박성연은 “레슨을 한 지 5개월 되니 목이 터져 영가 가수로서의 기능성을 보았다”며 “남편은 죽지 않는다는 믿음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갸륵해 재즈 가수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모 신문사 기자 출신인 남편 김성복(45)은 1996년 간경화증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2000년 2월 뇌사자로부터 간을 기증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다. 김은진이 가스펠에 집착하는 것은 회복 후 전도사의 길을 걷고 있는 남편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는 염원도 함께 한다.

흔히들 마할리아 잭슨으로 잘 알려져 있는 가스펠(gospel)이란 흑인 영가(spiritual)가 재즈적 어법을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사라 본, 다이너 워싱턴 등 일급 재즈 보컬은 대부분 교회에서 가스펠을 부르다 본격 재즈 가수로 컸다. 김은진은 “나의 꿈은 마할리아 잭슨”이라고 말했다. 이제 꿈은 이뤄진다.

김은진은 성탄절에 맞춰 앨범을 출시한 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야누스’에서 음반 홍보를 겸한 본격 재즈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내 삶의 1월(January Of My Life)’이란 제목을 생각중이다. “한번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재즈의 정신이라고 배웠어요.” 언젠가 재즈 책에서 봤던 그 말은 결국 자신의 말이 된 셈이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12/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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