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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시스템을 까뒤집어라

스타 시스템을 까뒤집어라

연예계를 다룬 드라마와 현실

스타 만능 시대다. 스타가 된다는 것은 돈과 명예, 권력, 대중의 환호까지 보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오늘도 스타의 꿈을 부여잡고 차가운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연예기획사로 향한다.

스타에 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이 장사가 될 정도다. 그래서 요즘 스타와 관련된 연예계를 다룬 것은 연예정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마저 스타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다룬다.

시청자 단체와 언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스타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시청률이 확보되니 제작진은 끊임없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재생산 한다. 스타와 스타 만들기, 그리고 스타 주변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요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SBS 미니 시리즈 ‘별을 쏘다’ 역시 스타 연기자 만들기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멜로를 버무린 드라마로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스크린의 여왕이라는 전도연의 5년만의 방송 복귀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KBS 드라마 ‘장희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김혜수와의 최고 출연료 경쟁으로 인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별을 쏘다’는 글을 못 읽는 난독증세를 보이는 성태(조인성)를 스타로 만드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스타로 부상시키는 매니저로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소라(전도연)와 성태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시작 때에는 기대에 못 미치며 ‘장희빈’에 눌렸던 ‘별을 쏘다’는 방송 6회를 넘어서면서 ‘장희빈’을 누르며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예계 스타만들기의 단면 엿보여

그 동안 연예계와 스타화 과정을 다룬 드라마는 몇 편 소개된 적이 있다.

여가수와 매니저계의 배신과 음모를 그린 박선영 유오성 주연의 MBC의 ‘내일을 향해 쏴라’,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 연예계의 젊은이를 묘사한 KBS ‘미나’, 가수 만들기와 음반 업계를 배경으로 전개된 최지우 이정현 이병헌 주연의 SBS ‘아름다운 날들’그리고 방송사 허드렛일을 하는 FD(Floor Director)를 하며 스타 연기자로 부상한 과정을 극화한 권오중 김지호 주연의 MBC ‘TV시티’ 등이 있었다.

하지만 연예계를 소재로 삼은 일부 할리우드 영화가 캐스팅을 둘러싼 비리와 에이전시, 제작자 횡포 등 연예계와 내밀한 부분을 다뤘다면 연예계 관련한 우리 드라마는 멜로적 요소가 연예계 배경이나 소재를 압도해 연예계의 내부와 현실을 드라마에 온전히 그려내지 못했다.

또한 연예인과 그들을 둘러싼 연예 기획사 등의 민감한 반응도 이들 드라마의 사실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별을 쏘다’역시 기존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멜로에 무게 중심이 가 있기 때문에 스타 만들기와 스타 시스템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나 현재의 스타 만들기의 분위기는 엿볼 수 있다. 또한 ‘별을 쏘다’를 보면 현재의 스타 시스템의 일부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와 현실 그것도 다수 젊은이의 꿈으로 자리잡은 연예계 스타 만들기를 소재로 삼은 것은 작가나 연출자의 상업적인 의도가 있었겠지만 현실 상황의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드라마 읽기를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드라마를 보면서 역으로 현실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별을 쏘다’의 드라마적 의미를 찾는다면 드라마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스타 시스템을 보면서 현실 속에서의 우리 스타 시스템의 문제를 엿보는 것이다. 드라마라는 것이 픽션이지만 분명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별을 쏘다’는 우선 대리 운전을 하면서 매니저 일을 하려는 바다(박상면)가 술집에서 일하다 손님에게 얻어맞고 나오는 여종업원 예린(홍은희)과 난독증으로 한글을 못 읽는 지방 소도시에서 일하는 성태를 연예인으로 키우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한국 스타 시스템의 한 축이며 미국과 일본의 스타 시스템의 변별점을 이루는 매니저라는 직업이 등장한다. 현재 우리 스타 시스템에서 연예인을 충원하고 스타로 부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개인 매니저 제도와 대형 연예기획사이다.


아직도 구멍가게 수준

연예인을 발굴하고 출연작을 섭외하며 스타를 대신해 계약을 해주는 에이전시가 미국의 스타 시스템의 핵심이라면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연예인이 소속된 프로덕션이 일본 스타 시스템의 중추이다.

미국의 에이전시와 일본의 프로덕션은 연예인 양성에서 스타 관리의 과정에 과학적이고 체계화돼 있다.

하지만 1950년대 일부 가수들을 중심으로 스케줄 관리나 신변보호 그리고 출연료를 받아내는 ‘가방 모찌’‘주먹’으로 불리는 등 부정적 이미지 속에 탄생한 우리의 매니저 제도는 요즘에도 한 사람의 매니저가 3~4명의 직원을 두고 한두명의 연예인을 관리하는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니저 양성도 최근 들어 전문대 등에 매니저학과 등이 생겨났지만 전반적으로 철저히 도제식으로 키워진다. 현재 소규모 개인형 매니지먼트 회사가 난립한 가운데 SM기획, GM기획, 싸이더스, 제이스타스 등 많은 연예인이 소속된 대형기획사가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연예인의 잦은 이동, 그리고 방송 관련 비리 의혹 등으로 끊임없이 이합집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별을 쏘다’의 이야기는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연예인으로 크기 위해 바다를 배신하고 대형 연예기획사로 떠나는 예린과 소라를 이용하며 자신의 야망을 쫓아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가는 도훈(이서진) 그리고 아픈 오빠를 대신해 성태의 매니저로 나서는 소라의 모습이 전개된다.

‘스타는 제조된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진 요즘은 어떤 매니저와 연예기획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예인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대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CAA, ICM, WMA, TAA 등 미국의 대형 할리우드 스타들이 소속된 에이전시에 발굴된다는 것은 그만큼 스타로 가는 길이 가까워 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니스 프로덕션, 요시모토코쿄, 호리 프로덕션에 소속된다는 것은 일본에서 스타의 첩경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한다.

할리우드의 전설이자 CAA의 전 대표였던 마이클 오비츠는 B급 배우였던 톰 크루즈를 발탁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시키는 등 수많은 스타들을 키워 영화사 사장이나 스타들보다 더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을 갖춘 인물로 떠올랐다.

극중에서 예린이 바다를 배신하고 대형 기획사를 찾아가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부지기수이다. 연예인의 인기의 부침이 심하고 거기에 따라 경제적인 이익 관계가 변하기 때문에 매니저와 연예인,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에 대한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뜨고 보자’는 인식 때문에 노예계약에 가까운 계약을 했다가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기획사와 연예인간의 법적 소송, 소속사 이동 등은 이같은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에선 연예인들에게 월급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돈 문제로 인해 프로덕션을 떠나는 연예인은 거의 없고 대부분 평생 관계가 유지된다.

‘별을 쏘다’에서 소라가 매니저로 하는 일은 성태를 광고에 캐스팅시키기 위해 광고사 직원들에게 커피도 타주고 허드렛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방송 출연 등이 주로 연출자와 매니저간의 인맥으로 움직이는 우리 현실의 반영이다.

방송사나 영화사에서 오디션 중심으로 연기자를 선발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특정 소속사나 특정 매니저의 인맥으로 연기자를 캐스팅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로 인해 지난 7월에 검찰이 수사에 나선 방송계와 연예 기획사간의 검은 거래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이다.


드라마내용과 현실 착각할수도

이처럼 ‘별을 쏘다’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으로 삼고 있는 연예인과 스타 시스템을 배경으로 전개되면서 우리 현실속 문제를 적지 않게 드러내고 있다.

“뮤직 비디오에 나올 여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서 유명 여배우 김모씨의 매니저를 만났다. 그 매니저는 한번 찾아오라며 명함을 건넸다. 기획사사무실로 찾아간 나에게 매니저는 보자마자 나랑 한번 자면 기획사와 계약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옷도 벗지 않은 채 성 관계를 맺었다. 치욕스러움으로 몸을 떨었지만 며칠후 계약과 관련해 전화하겠다는 그의 말에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연락은 없었다. 그렇게 10여명의 매니저와 성 관계를 가졌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다.

변변한 작품에 한번 출연도 못해보고 나의 배우에 대한 꿈은 사라진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가 되려는 열망으로 성형수술도 하고 무수한 오디션에 참가했던 P모양이 한 시사 월간지에 고백했던 글이다.

‘별을 쏘다’ 제작진은 P모양의 절규에 한번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P모양 같은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연예계를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다 할지라도 이 드라마의 시청자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드라마 속 내용을 현실로 환치시켜 받아 들이는 경향이 많다.

드라마 속에서 우리 스타 시스템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분명 ‘별이 쏘다’의 또 다른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2002/12/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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