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인사동 청자마을 한정식

서울 도심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어디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모두 인사동을 꼽을 것이다. 종로구 인사동은 서울 하늘아래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는 곳이다.

한국 고유의 멋과 기품이 담겨있는 물건들을 판매하는 상점과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가득한 이 곳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인사동은 전통의 거리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갤러리들이 몰려있는 예술의 거리이기도 하다.

인사동 거리에서 조계사가는 골목에 위치한 한정식집 ‘청자마을’은 전통과 예술의 거리, 인사동의 분위기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지난 2년 동안 검정고무신이라는 상호로 영업하던 것을 도예가인 하수빈씨가 후배 작가들을 위해 갤러리로도 쓰일 수 있는 전통음식점으로 변모시킨 것으로 전통음식과 예술작품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4층짜리 서양식 건물의 2, 3, 4층에 들어서 있는 청자마을은 건물의 외관상으로는 전혀 전통 음식점처럼 보이지 않는다. 단지 붓글씨체로 청자마을이라고 써있는 간판만이 전통 음식점이라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그렇지만 막상 입구를 들어서면 생각이 달라진다. 계단에서부터 내부장식까지 모두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층에서부터 4층까지 오르는 통로에는 떡메 등 전통적 소품들이 놓여있고 벽은 은은함이 느껴지는 목재로 마감해 나무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우리네 토속적 분위기는 더욱 짙어진다.

황토색의 목재식탁과 벽이며 유리창가에 붙어있는 전통 한옥의 창호문 등 실내 장식들이 고향집에 온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실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각종 도자기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점심시간에 청자마을을 찾으면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청자마을 백반을 시키면 5가지 찬과 구수한 누룽지가 함께 나오는데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만을 넣어 만든 음식의 은은한 맛이 혀에 착 감겨온다.

청자마을에서 손님상에 내놓는 밥은 조금 특별하다. 겉보기에는 다른 집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실은 건강을 생각해서 몸에 좋은 칼슘제를 넣어 지은 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곳의 밥은 윤기가 흐르고 씹는 맛이 무척 좋다.

청자마을이 자랑하는 찬거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순무김치다. 순무는 비타민 C, E 그리고 칼슘이 듬뿍 함유되어 있어 암, 당뇨, 피부병, 결핵 등에 좋은 채소로 알려져 있다. 청자마을의 순무김치는 강화도에서 재배된 순무를 가져와 직접 담가 내놓는 것으로 언뜻 보면 열무김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청자마을의 음식 맛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음식을 담아 나오는 그릇이다. 이 곳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도자기로 하수빈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 70년대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도예가인 하 사장이 빚어낸 도자기 그릇은 청자마을의 전통음식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는다.

도예가의 손길에서 나온 도자기 그릇은 무척이나 멋스러워 담겨 나온 음식보다 그릇에 관심을 갖는 손님들도 꽤 많다고 한다. 청자마을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시해 놓은 생활도기를 30∼50%까지 할인해 살 수 있는 회원카드를 만들어준다.

청자마을은 정확하게 말하면 한정식집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주점 마냥 술도 마실 수 있고 카페처럼 차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복분자를 비롯해 몸에 좋은 전통주들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 은은한 분위기에서 술한잔 하기에 더 없이 좋다.

또 모과차와 유자를 비롯 다양한 전통차를 내어놓는데 이 중 솔잎차는 한번쯤 마셔볼만 하다. 싱그러운 솔잎 향이 머리 속까지 맑게 만들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솔잎차는 식후 입가심으로도 무척 좋다.


■ 메뉴

청자마을 백반, 불고기 정식 5,000원, 주먹쌈밥 6,000원, 청자마을 일품요리 3만∼5만원(2인 기준), 찌개류 1만∼1만5,000원, 탕평채 1만5,000원, 육회 3만원. 민속주 5,000∼3만5,000원. 솔잎차, 모과차 등 각종 차 5,000원.


■ 찾아가는 길

인사동 사거리에서 관훈빌딩 방향 골목 내에 위치. ☎02-733-4757∼8


■ 영업시간

낮 12시∼새벽 2시. 연중무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2/27 10:1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