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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미의 홀인원] 낭자군 부럽지 않은 최·허 콤비

[박나미의 홀인원] 낭자군 부럽지 않은 최·허 콤비

세계 각국 대표들이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기량을 겨루는 EMC 월드컵 골프대회에서 한국이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그동안 1971년 미국대회(한장상, 김승학)와 82년 멕시코대회(한장상, 최상호)에서 공동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여자에 이어 남자 골프도 세계 정상급에 도달해 있음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국가별 대항전으로 치러지는 월드컵 대회는 출전 자체도 만만치 않다. 18개국은 상금 랭킹에 따라 정해지며, 나머지 6개국은 각 대륙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최경주 프로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2승을 한 것이 참작돼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한국이 자동 출전권을 딴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최경주와 다크호스 허석호는 멋진 호흡을 맞추면 큰 일을 해냈다.

최경주 프로는 누구나 잘 아는 간판 스타지만, 허석호 프로는 국내에선 그냥 ‘잘 치는 프로’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허석호 프로는 국제적인 대회에서 올린 굵직굵직한 이력은 없지만 어디에 가도 뒤지지 않은 탄탄한 실력을 가진 선수다.

허 프로는 국가대표를 거쳐 국내대회 우승 등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월드컵처럼 큰 국제 대회 단체전에서 국가를 대표해 세계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플레이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 심리적 부담을 안았을 것이다.

다행히 올해 미국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최경주 프로 덕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한다. 허석호는 정교한 아이언 샷이 일품이다. 어디서 어프로치를 하든 핀 5m 안에 올려 놓을 정도다. 월드컵에서 3위를 한 데는 허 프로의 아이언 샷의 역할이 컸다. 미국 그린에 익숙한 최경주 프로의 퍼팅과 허석호 프로의 아이언 샷이 조화를 이뤄 좋은 성적을 올린 것 같다.

허석호 프로는 미국 투어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가 있기 직전 허 프로는 미국 퀄리파잉 스쿨에서 떨어지는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국내에는 허 프로 만큼이나 잘 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그들에게도 자신감을 얻었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됐으면 좋겠다. 일부 특정 선수에게만 항상 기회가 오는 것 같아 아쉬운 감도 없지 않다.

물론 월드컵 대표로 뽑히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국내 선발전이 국제대회 보다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히 평균적인 실력도 향상되게 마련이지만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좁은 국내 무대에서 내부 경쟁을 하다 시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허 프로는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 프로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나의 단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파악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둘이 한 팀이 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서로를 비교하게 된 것이다. 두 선수가 서로 장점이 달라 자신의 골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국내 주니어나 프로 지망생들도 월드컵에서 우승한 선수들만 부러워 하지말고 두 명씩 조를 만들어 자신과 반대되는 유형의 선수와 라운딩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맹목적 라운딩이 아니라 실제 단체전을 하는 것처럼 한다면 효과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나의 단점을 확실히 비교 분석하는 마음으로, 세계적인 월드컵대회 단체전을 미리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자신의 단점은 스스로 파악하는 것보다 상대를 통해 직접 눈과 마음으로 느끼고 확인할 때 진정으로 다가온다.

지난번 일본에서 열린 한ㆍ일 대항전에서 한국 여성 프로들은 압승을 거두고 이번에는 남자 들이 3위로 화답했다. 정말 골프 만큼은 잘 나가는 ‘대~한민국’이다.

입력시간 2002/12/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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