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용유도 황해 해물칼국수

을왕리해수욕장, 선녀바위해변 등의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인천시 중구의 용유도. 과거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으로 왕래가 쉽지 않았던 곳이지만 인천국제공항의 건설로 영종도와 함께 하나의 섬으로 묶이고, 영종대교의 건설로 다시 육지와 연결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휴양지로 변모했다.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닿는 용유도의 해변가는 저녁이 되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아름다운 서해의 해넘이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이른 시간 해변가를 찾으면 드넓은 갯벌에서 바위에 붙은 굴을 따거나 조개를 줍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추운 겨울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척에 위치한 만큼 큰 부담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것도 용유도 여행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여행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따라야 일상의 삶에서 벗어난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법.

영종도의 남측해안도로를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 달리다 덕교 삼거리를 지나 용유도로 접어드는 길목에 위치한 '황해 해물칼국수'는 이런 바램을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해변이 지척에 위치해 있어 풍성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구하기 쉬운 이 일대에는 바지락 칼국수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중인 곳이 꽤나 많은 편이다. 바지락조개를 넣고 끓이는 칼국수 맛이야 거기서 거기라고 말할 이도 있겠지만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황해 해물칼국수가 근처 식당들 중 군계일학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빼어난 맛을 자랑한다.

2년 전 문을 연 황해 해물칼국수는 현재 덕교동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해물칼국수집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만든 탓에 식당의 외부는 서울의 규모 큰 식당들과 비교해보면 초라해 보이는 편이다. 그렇지만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가정집 특유의 따뜻한 온돌방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언 몸을 훈훈하게 녹여주며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겉보기와 달리 좌석 규모도 80석 정도로 넓은 편.

황해 해물칼국수의 메뉴는 식당의 이름처럼 해물칼국수 단 한가지뿐이다. 이 집 해물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달려오는 열성팬들도 꽤나 많다고, 대신 오전이나 저녁때는 한가한 편이다.

평일에는 근처 공항직원들로, 주말이 되면 외지에서 놀러 온 이들로 붐비는 이곳 해물칼국수의 인기비결은 시원한 국물 맛에 있다.

다시마를 듬뿍 넣고 우려낸 육수에 홍합, 바지락, 명주, 굴, 새우, 북어포 등을 넣은 후 다시 한번 끓여 낸 뜨거운 국물은 가슴속이 확 풀릴 정도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전날 술을 마셨다면 쌓여있던 술기운을 확 몰아낼 만해 해장국 대용으로 먹기에도 좋다.

워낙 손님이 많은 탓에 직접 손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시원한 국물에 알맞게 익혀낸 면발도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좋으며, 양 또한 풍성하다. 면발만큼이나 듬뿍 담아주는 각종 조개류의 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떨어지는 낙조와 함께 묻어버리고 새해의 희망을 안고 돌아오는 길, 따뜻한 해물 칼국수 국물로 차가워진 몸을 훈훈하게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 메뉴

해물칼국수 5,000원.

■찾아가는 길

공항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여객터미널 가기 직전에 용유·무의 방향으로 빠지는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가면 만나는 남측제방도로에서 용유도방향으로 계속가면 덕교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 을왕리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 ☎032-746-3017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

글·사진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1/0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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