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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들여다보기] 소금은 음식 맛의 화룡점정

임자도 천일염 '마하탑' 대표 유억근의 '소금인생'

건강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을 우리는 ‘소금과 같은 존재’ 라는 말로 표현한다. 우리의 식생활에서도 소금은 중요하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전남 신안군의 최북단에 위치한 임자도에서 1987년부터 우리 몸에 가장 잘 부합하는 순수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마하탑’의 대표인 유억근(50세)씨다. 마하탑은 굵은 소금과 볶은 소금이 주요 품목이고 이외에 멸치젓, 새우젓, 조개젓과 함께 임자도에서 자생하는 야생쑥과 말린 고사리를 가공해 내고 있다.

서울과 임자도를 오가면서 바쁘게 생활하는 유씨의 밥상을 구경하기 위해 서울 가산동의 두산아파트로 발길을 향했다.

작년 김장철에도 수입산 소금이 국내산 소금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그 효능이 과대포장되어 값비싸게 팔려나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소금은 예로부터 가장 순수해야 하는데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소금이 우리식탁을 차지해 몸을 해친다고 생각하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지요, 그래서 틈만 나면 도서관에 가서 소금에 관한 자료를 모아 왔고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소금생산을 시작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유씨의 고향인 임자도는 원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금 산지이다. 임자중앙국민학교를 졸업한 유씨는 이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왔다.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행정고시에 뜻을 두고 공부하다 진로를 바꿔 ‘교통법학회’라는 곳에 잠시 적을 둔 적이 있었다.

소금과는 별 인연이 없어 보이는 그가 고향에 내려가 소금을 생산하겠다고 하자 유씨의 부모는 물론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눈물로 일궈낸 마하탑 소금

“처음 소금생산을 시작했을 때 어려움이 많았겠다”고 말을 던지자 “5년 동안은 거의 굶었다”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 왔다.

유씨는 87년, 그의 나이 37살에 소금생산을 시작한 이후 처음 5년간은 수입이 없어 ‘처가살이’를 했다. 그때 처남이 “이거 그만두지 않으면 당장 나가라” 고 하는 바람에 잠실에 4평짜리 주차장을 하나 얻어 손수 방과 부엌을 만들어 생활했다. 한달 내내 판 게 고작 5만원이었던 그 시절, “ 제대로 된 소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생명운동이고 환경운동이고 더불어 사는 운동인데 생활이 힘들고 벅찼지만 나만의 ‘밥’을 찾아 떠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살림에 조금씩 윤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91년 국내 최초로 양념용 볶은 소금을 개발하면서부터 였다. 마하탑 소금은 천일염의 3대 조건인 태양과 갯벌, 바다가 최상의 환경에서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소금으로 식용으로 알맞고, 짠맛이 적당한 여름에 만들어 저장했다가 1년간 공급돼 쓴 맛이 없다. 볶은소금의 경우 저온에서 한시간 정도 볶아 내어 소금 속에 미네랄과 무기질이 살아있다.

한참 소금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던 차에 식사준비가 다 되었다며 유씨의 부인인 이점심(46)가 식탁으로 불렀다.

식탁 위에는 버섯전골과 고사리볶음, 멸치육젓, 새우젓, 굴무침, 고들빼기김치, 무말랭이 무침과 김치, 그리고 각종 쌈채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의 메인요리는 버섯전골이다. 육수에 양송이, 표고, 팽이, 느타리버섯을 가지런히 넣고 끊이다가 소고기와 대파, 쑥갓을 갖은 양념과 함께 넣자 얼큰한 국물맛이 났다. 갖가지 버섯을 골라먹는 재미도 만만찮았다. 배와 무를 얇게 저며 고춧가루, 생강, 마늘, 파를 넣고 버무린 굴무침은 싱싱한 향으로 입맛을 돋구었다.

이집 주인이 직접 만든 새우젓과 멸치육젓은 감포 앞바다의 멸치젓 맛을 아는 필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꼬들꼬들한 고들빼기 김치의 쌉쌀한 맛과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한 무말랭이의 맛 또한 먹는 묘미를 더해 주었다. 식탁에 오른 고사리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고 쫄깃하면서도 씹히는 그 맛이 평소 접하던 고사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 났다.


식탁에 오른 임자도의 맛

“어머, 고사리가 왜 이렇게 맛있는 거예요?” 순간 이 집 주인들의 얼굴에선 의미심장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사실 이 고사리에 보통 품이 들어 가는게 아니예요.” 환한 미소가 고운 부인 이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고사리는 임자도 섬 곳곳에 자생하는 것으로 3월말에서 4월 중순까지 채취해 우리 염전 옆에 있는 방파제 위에서 바닷바람 쐬며 말린 고사리예요.”

해가 뜨기 전에 아침이슬 머금고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 때 따서 살짝 데친 다음 방파제 위에서 말리는 고사리는 아마 전국에서 없을 거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대부분 열풍으로 건조시키지 않냐는 질문에 “야생으로 자란 귀한 고사리를 열풍건조 시키기엔 너무 아깝다”며 “아무래도 좋은 태양볕에 제대로 건조시킨 것과는 맛이나 향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장사 속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산 고사리를 공급한다는 것은 너무도 터무니 없는 일이고 바른 먹거리에 대한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제 열흘 후면 섬 곳곳에 야생쑥이 쏙쏙 고개를 내밀 때가 됐다고 한다.

바닷바람을 쐬며 자란 ‘쑥’역시 보약에 못지 않게 귀한 것이라며 아직도 꽁꽁 얼어 붙은 도시인들의 마음에 먼 남녘 끝의 섬에서 나온 야생쑥으로 봄소식을 전하게 될 것 임을 내비췄다.

그는 현재 자신의 생산품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여사랑 운동’의 기금으로 쓰려고 적립하고 있는 중이다. 태아를 잉태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든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생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아울러 남성들의 각성을 촉구하게끔 하는 일들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찾아 소리없이 준비하는 그에게서 순수한 소금, 그 이상의 희망을 보게 된다.


마하탑에서 나오는 생산품을 구입하려면?

한국여성 민우회 생활협동조합(02-581-1675)으로 문의하세요.

여성민우회 생협은 주부들이 힘을 모아 안전한 먹거리를 공동구입하고 협동소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건강한 생활과 깨끗한 환경, 바람직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버섯 전골 만드는 법

재료: 팽이, 양송이, 표고, 느타리, 대파, 쑥갓. 소고기

만드는 법: 육수물에 소금을 넣고 버섯들을 가지런히 돌려놓고 끓인다.

끊으면 소고기와 대파, 쑥갓,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살짝 익힌다.


새우젓 양념하는 법

다진마늘, 다진파, 청량고추, 고춧가루를 넣고 생수를 약간 넣어 짠맛을 덜어준 뒤 먹는다.

이주영 자유기고가 qotjfls@chollian.net

입력시간 2003/01/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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