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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동호회] 열심히 일 한 당신, 춤춰라

스트레스 '제로' 인생 사는 맛 '새록새록'

‘영화 쉘위댄스(shall we dance?) 를 꼭 보고 오십시오.’

취재를 청하는 통화 말미에 한 댄스 동호회 회장이 남긴 말이다. 굳이 쉘위댄스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댄스 동호회를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아무도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늘어 난 온라인 댄스 동호회는 전국적으로 수백 여 곳, 정기적으로 오프 모임을 갖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 50군데 정도 된다고 한다. 학생, 예술인,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는 이들 동호회의 중심은 아무래도 직장인들이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양규원(38)씨는 3년 전 겨울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이른 출근, 불규칙한 퇴근을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대한민국에서 30대 남자가 밤 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 중 하나로 택한 것이 바로 살사댄스이다.

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양규원 씨의 아내도 술 못 마시고 친구 별로 없는 남편의 새로운 취미 익히기를 적극 이해하기로 했다. 단 가족들에게 두 배로 잘 해주는 조건 하에서다.

이제는 프로 댄서 뺨치는 고난이도의 기술까지 구사하는 양씨는 주로 라틴댄스를 즐긴다. 남미 카리브 연안의 춤들을 몽땅 일컫는 라틴댄스는 일반인들이 주로 탱고나 맘보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룸바,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 살사, 메렝게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것이 요리 이름인지 춤 이름인지 갸웃할 만큼 생소하다.

이 중 가장 많은 수의 동호 모임을 갖고 있는 것이 살사와 메렝게. 허리와 골반의 움직임이 많고 턴이 잦아 무척 현란해 보이는 살사와 메렝게는 좁은 공간에서도 출 수 있다. 기본 스텝만 익히면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해 의외로 초보 댄서들이 쉽게 택하는 춤이지만 좌식 문화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허리와 골반으론 여간해서 제대로 따라 하기 힘든 춤이기도 하다.

실제로 초ㆍ중ㆍ고급의 총 6개월 강습을 마치고 나면 회원들의 ‘생존율’은 여자 30% 남자 10% 정도에 불과하다. 남자 회원들의 탈락률이 높은 것은 남자가 배 이상 어렵기 때문. 정해진 약속에 따라 신호를 보내 여성 파트너를 이끌고 춤 전체를 만들어 가는 역할을 남자가 하게 된다. 남자를 리더, 여자를 펠로라고 부르는 것도 그 까닭이다.


춤추는 동안 로맨스도 싹터

12일 오후 5시 살사 클럽 리코에 모인 라틴댄스클럽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졌다. 한국을 방문중인 한국 최고의 살사 댄서 장혜선(33) 엘리엇(37) 부부의 즉흥 공연이 이루어진 때문이다.

현재 LA 에서 살사 댄싱팀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살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 해 결혼에 이르게 된 커플. 다소 낯뜨거운 춤 동작도 이들이 부부임에 아주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라틴댄스는 파트너십이 어우러지는 춤이다 보니 회원간에 달콤한 로맨스가 싹트는 경우도 많다. 각 동호회마다 결혼에 골인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이 서너 쌍씩 된다. 라틴댄스클럽 시샵 박동현(30ㆍ대우정보시스템)씨도 목하 열애 중.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와 춤을 추다 보면 서로 호감이 싹트기도 한다는 박동현씨는 열정과 사랑이 라틴댄스의 핵심 코드라고 짚어 준다.

대부분의 동호회가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환영하는 반면, 해피라틴은 좀 색다르다. 27세 이상 30대 미혼 직장인으로 자격 제한을 두고 있는 것. ‘미아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회사원 이모씨에 의하면 춤 이외에도 기본적인 대화 코드를 동일하게 갖기 위한 수단이라고.

춤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지만, 나이와 하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더욱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해피라틴의 큰 장점이다. 이씨는 또 “편안하게 춤 출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 함께 음악을 느끼고 춤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지는 기분”이라고 춤을 추는 이유를 밝혔다.


40,50대 회원도 상당수, 마음까지 젊어져

춤이 빠르고 동작이 격렬한 탓에 아무래도 20대가 주류인 살사, 메렝게 동호회와는 달리 왈츠나 탱고, 폭스트롯 동호회에는 30~40대의 비율이 높고 50대 이상의 회원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왈츠 동호회 ‘댄사모’회원인 강미란(47)씨는 왈츠 예찬론자이다. “여러 가지 운동을 다 해보았지만 왈츠만큼 즐겁게 전신 운동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힘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음악과 함께 하니까 지루하지도 않아요”라며 중년 여성들에게 왈츠 배울 것을 적극 추천했다.

곡이 느린 만큼 동작 하나 하나가 정확해야 하므로 라틴 댄스보다 훨씬 어려울 수도 있다는 왈츠 동호회엔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싸움을 한 후에도 춤 한 곡이면 절로 화해가 된다는 이찬욱(45) 박미성(42) 부부는 골프광인 남편을 둔 탓에 주말 과부 신세를 면치 못하던 아내 박씨가 적극 권해 춤을 시작한 경우.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라 더욱 좋다”는 이씨의 말에서 춤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플로어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들어 온 한 회원에게 왜 춤을 추냐고 질문을 던지자, “좋아서 하는 일에 이유가 있나요”란 답이 돌아온다. 우문에 현답이었다.

황순혜 자유기고가 sos67030@hanmail.net

입력시간 2003/01/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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