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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안과 밖] 성공한 그들, 혼자서 가라

환희와 좌절 뒤섞인 승부의 세계에서 우뚝 선 이형택·최경주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렵혀지 않는 연꽃어럼, 무소의 뿔처러 ㅁ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중

불교 최고경전 중 하나인 '숫타니파타'에서 석가모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우리 중셍에게 말씀하신다. 어리석은 중생이 그 뜻을 어떻게 알겠냐마는 결국 인생은 혼자이니 세상에 얽매이지 말고 바르게 살라는 뜻으로 이해해 본다.

가만히 요즘 세상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혼자서'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 할 거라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고에도 끊임없이 불나방들이 날아든다고 하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큰 힘에 기대에 안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또 눈앞의 성공과 실퍠에 쉽게 흔들리는 탓이다.


인생대역전에 우연은 없다

스포츠만큼 승패가 반복되고 환희와 좌절이 뒤썩이는 데가 또 있을까. 지난 1월 11일 이형택(27.삼성증권0이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대회서 세계 랭킹 4위 페레로(스페인)를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테니스 100년 숙원을 풀었다는 기사 제목이 과장이 아닌 대사건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세계남자테니스(ATP)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고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나. 뒤이어 열린 호주오픈대회에서도 이형택은 1회전을 가볍게 통과했다. 다음상대는 세계랭킹 2위 안드레 애거시,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도 해볼만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형택은 3:0 완패를 당했다.

미프로골프 투어(PGA) 시즌 개막을 알리는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컴팩클래식과 템파베이클래식에 이어 2003년도 시작부터 사고(?)를 칠 기세였다. 3라운드가지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레어웨이적중를(75.5%)과 그린적중률(89.8%)에서 출전선수 36명 중 공동 1위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나섰다.

"어떻게 그렇게 똑바로 멀리 칠 수 있느냐"며 타이거 우즈가 감탄한 그의 샷의 정확성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마지막 4라운드를 남겨 놓고 장밋빛 기대가 시작됐다. 퍼팅, 드라이버, 운 등 모든 게 척척 들어맞았기 때문에 무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장미는 그 뒤에 가시를 숨겨놓았다. 신기에 가까웠던 그의 퍼팅이 심술을 부리면서 13일 아쉽게 공동 2위로 대회를 마무리하고 만 것이다.

닮았다. 정상을 향한 고속질주에서 미끄러진 게? 그게 아니다. 오늘뿐만 아닌 어제를 통해 이 둘의 닮을 꼴을 보자. 먼저 이형택과 최경주가 우승을 했던 ATP와 PGA가 닮았다.

세계 남자 테니스와 골프에서 둘 다 최고의 투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미국의 메이저리그와 같다. 테니스와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출전해서 우승해 보는 게 꿈이다. 하지만 출전자체도 어렵다. 이렇게 최정상의 대회에 둘이 참가한 것이 닮았다.

'인생대역전'이다. 지난 주 우리나라 복권금액 사상 최고액인 65억7,000만원에 당첨된 사람만이 아니다. 이형택과 최경주도 인생대역전을 해냈다. 아시아의 한 작은 나라의 이름없는 선수에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들이다. 명예뿐만 아니다.

한국 스포츠 마케팅의 메카인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이형택은 우승상금 4만8600달러(약5,735만원) 외에 5000만원의 소속사 보너스도 챙겼다. 이번 호주오픈의 메인 스폰서인 기아자동차와 소속사 삼성이 올린 광고 효과 덕분에 그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최경주도 뒤지지 않는다. 벌써 지난해 PGA 투어 2개 대회 우승으로 대박신화를 창조한 그다.


도전하지 않는자 얻는 것도 없다

'길 떠남'이다. 도전하지 않는 자는 얻는게 없다. 둘 다 한국에서의 일인자라는 안락한 자리를 포기했다. 방랑자 생활이다. 어쩌면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찾는 꼴이다.

그러나 길 떠난 이는 목적지가 있기에 또한 희망이 있다. 판도라 상자에 숨겨진 희망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형택의 US오픈 16강 진출과 작년 최경주의 첫 PGA 투어 우승은 시작이었고,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다.

"칼이란 세상을 향한 한 혹은 분노를 뜻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마음 속의 결심과 인내, 절제라고 받아들였다." 한 신문의 칼럼 문구다.

그들은 마음 속 깊이 칼을 갈고 있었다. 때론 그것이 삐죽 나올 정도로 날카로웠지만 마음 속 내내 그것을 자신의 무기로 갈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나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 형들도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이형택.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와 산 그의 외로웠던 어린시절과 방황은 그가 테니스를 붙잡게 한 정싡거 힘이었다.

최경주는 어떤가. 그의 고집은 탱크라는 별명처럼 강한 추진력으로 이어졌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었던 완도 촌놈 출신인 최경주. 이런 그의 출발점과 그 첫 마음을 잃지 않았던 정신이 신앙과 함게 성공을 만들지 않았나 한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 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프로스트는 '가지 않을 길'이라는 자신의 시에서 말했다. 이형택과 최경주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이 길은 발자국이 없기에 잘못 길을 들어서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혼자 이 길을 계속 가야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승리에 우리가 흥분할 필요가 없다. 패배에 그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이 길을 들어섰다는 점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들의 여정 자체가 '성공'이기 때문이다. 그대들, 더욱 혼자서 가라.

입력시간 2003/01/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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