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전통적 美의 가치 뒤집기

■ 제목 : 세 여인(Three Women)
■ 작가 :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02cm X 135cm
■ 제작 : 1921
■ 소장 : 개인소장

사회적 불안감이나 경기 침체가 팽배해질수록 사행산업이 틈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살림이 어려워졌을때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열정보다 한탕주의에 인생으 바꿔보고 싶은 그릇된 욕망이 커지는 것이다.

일확천금에 눈먼 사람들의 수와 함깨 불어나는 복권당첨금에 대한 열기가 더해지는 요즈음 순진한 시민은 근로 의욕마저 상실하고 있다. 쉽게 번돈으로 꾸미는 화려한 인생보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의 땀방울이 훨씬 아름답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때가 아닐까?

프랑스에서 태어난 페르낭 레제는 노동하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기계문명의 조화로움을 일생동안 작품의 테마로 삼았던 화가이자 디자이너였다. 그가 활동했던 20세기 초에는 눈부신 기계화 및 과학기술의 발달과 아울러 미술영역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사물의 사실적 재현과 정확하고 균형있는 인물의 묘사는 차츰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고, 최대한의 입체감을 살리고자 한 노력은 2차원의 평면 위에서 산산이 분해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이 입체파의 태동이었다.

입체파 화가인 피카소와 브라크의 영향을 받았던 레제는 작품 '세 여인'에서와 같이 인간의 형태와 사물을 원, 원통, 원추형으로 표현하고 원근감이 사라진 화면 위에 평면적으로 배열했다. 전 화면에 고르게 빛을 받는 공간에서의 세 여인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미의 세 여신'을 우의적으로 나타낸 하나 전통적 여신의 우아하고 기품어린 자태 대신 기계화 시대에 걸맞은 강인하고 용맹스러운 여인으로 묘사되었다.

일정한 시점을 통하지 않은 동시적 다시점의 효과로 세 여인은 각기 다른 위치에 있으면서도 평등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며 기하학적인 대상에 입힌 선명한 색채는 일관된 주제아래 그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레제는 다른 입체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면의 분할과 재배열에 집중했지만 대상을 해체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대상이 주변의 공간과 이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가 일생을 작품으로 꾸며온 기계 미학의 추구는 독립적이고 조화로운 힘을 가진 인간의 아름다움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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