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미니스커트와 수족냉증

며칠 전 옷을 사러 나갔다가 우연히 여성복 코너를 돌아본 적이 있다. 부인네들 옷이야 늘 비슷한 듯 보이는데,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 매장에는 짧은 스커트가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패션업계에서 올 한해는 미니스커트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대로 였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고 하더니, 최근의 우리 경제를 보면 어째 틀린 말 같지가 않다.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에 영국의 메리 퀸트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는데, 그 당시 보수층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오죽 했으면 메리 퀸트가 훈장까지 받았을까.

스커트가 짧아지면 확실히 걸음이 경쾌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본에서 미니스커트가 다리를 가늘게 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놓치지 않으려는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니스커트를 1년간 입은 여성의 경우 허리, 허벅지 사이즈가 약간 증가하였으나 종아리 부분의 지방 두께는 평균 4.6㎜ 감소하였고 최고 27㎜까지 빠진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문제인 듯하다.

누군가 농담으로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우리야 그저 고마울 뿐이죠.”라고 흑심 섞인 한 마디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의사의 입장으로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사실이 꼭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사지 말단으로 갈수록 온도가 떨어진다. 손 보다는 발 쪽이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고 손이나 발이 시리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냉증이라는 병으로, 치료해야 할 범주에 속한다. 손과 발은 몸통에 비해 열 손실율이 25 %정도 높은데,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잘 유지하기 위해 사지 말단으로 혈액을 적게 보내게 된다. 그러므로 겨울에 장갑 한 켤레와 든든한 부츠만 있어도 훨씬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기온이 섭씨 0도일 때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의 체감온도는 영하 2도라고 한다. 또한 스커트 길이가 무릎 위 10㎝까지는 치마 선이 2㎝ 오를 때마다 체감온도가 0.5도씩 낮아진다고 한다. 평소 손발이 찬 분들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예로부터 어른들이 “여자들은 찬 곳에 앉지 말라”고 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신장, 간장, 비장, 위장, 담, 간, 방광의 경락이 지나간다. 특히 다리 안쪽에는 자궁과 깊은 관련이 있는 신장, 간장, 비장경락이 지나가는데, 엉덩이를 비롯해서 이 부위가 차가워지면, 월경통, 불임, 월경전증후군, 자궁근종 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또한 높아진다.

인체의 피부표면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극미량의 적외선을 감지하여 한열(寒熱)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적외선 체열 영상진단검사법(Digital Infrared Thermograpic Imaging, D.I.T.I.)을 이용하여 생리통 환자와 불임환자의 복부온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생리통환자와 불임환자의 복부온도가 정상인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운동부족, 잘못된 식생활과 섭생 등으로 인해 수족냉증 환자와 불임환자가 늘어가고 있는데, 여기에 가세해서 다리를 비롯해 하복부의 체온도 보장할 수 없는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게 된다면 바깥 날씨가 춥지 않다고 해도, 건강이 나빠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강에서 나온다. 이 사실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욱 피부에 와 닿는 것 같다. 다만 건강에 자신 있어 하는 젊은이들이 행여 넘치는 자신감에 건강을 해치는 일들을 하곤 하는데 이것이 우려될 뿐, 자신의 매력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이들의 능력과 용기에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3/03/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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