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스윙테크닉과 感

타이거 우즈가 투어 복귀 무대인 뷰익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첫날 공동 43위의 부진을 딛고 가볍게 우승컵을 거머 쥐었다. 이 대회는 우즈가 무릎 수술을 받은 뒤 2개월 간의 재활 기간을 거친 뒤 출전한 소위 ‘몸 풀기’ 대회였다.

우즈의 뷰익오픈 출전 사실이 확정되면서 스폰서와 방송사들이 줄을 이었고, 관람 티켓 구매열기도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안팎의 여러 관심에 부응이라도 하듯 우즈는 신들린 샷을 구사하며 올해 첫 신고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첫날 우즈가 공동 43위에 그쳤을 때만 해도 매스컴은 ‘수술과 장기간의 공백 후유증’이라는 진단을 했다. 하지만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우즈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빼어난 경기를 펼쳤다. 혹시 못했더라면 ‘우즈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연민(?)을 느끼게 했으련만 우즈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역시 세계 최강이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종종 ‘오랫동안 골프를 안 하면 실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골프는 매우 예민한 운동이다. 그래서 일부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는 오래 쉬면 안 맞는다”, “골프는 쉬면 금방 감이 안 돌아온다”는 말을 한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골프는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주 할 때보다 잘 안 맞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5년, 10년간 골프 클럽을 놓으면 모를까 한 두 달간의 공백은 거의 차이가 없다. 한 예로 펄 신이 프로로 전향하기 전 한 때 깊은 슬럼프에 빠져 한달간 채를 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 후 무심코 한 대회에 나갔는데 이븐파를 치면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프로 골퍼들은 두 달 이상 골프를 안 해도 크게 스윙에 지장이 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감 상실 등 마인드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매일 연습을 할 때 보다 비거리가 짧거나, 스윙은 크게 변하진 않지만 머리 속에 생각이 많아져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감이 떨어질 수가 있다.

그래서 프로들은 클럽을 안 잡을 때는 아예 골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떨쳐 버리려고 노력한다. 프로 골퍼 10명중 8~9명은 오랫동안 쉬어도 대체로 스윙은 변하지 않는다. 수년간 자나깨나 해 온 스윙이 크게 변할 수가 없다.

간혹 스윙 폼을 고치려는 프로 골퍼들은 오히려 세 달 정도를 쉬어가면서 근육에 남아 있는 기억을 완전히 빼낸 뒤 스윙을 바꾼다. 예전 스윙의 기억이 근육에 남아 있으면 그만큼 스윙 교정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

프로골퍼가 오랜 기간을 쉬어도 스윙과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추어 골퍼와 달리 스윙의 각이 정확히 유지되고, 언제나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힘을 이용하는 스윙 테크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각이란, 어드레스 자세를 잡았을 때 뒤에 유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스윙을 했을 때 유리가 안 깨지게 스윙의 축이 그려지면 된다. 많이 듣던 말이긴 하겠지만 스윙으로 옮기기엔 참 어려운 일이다.

두번째, 스윙에 각이 정확히 생기면 백스윙 톱에서 절대 빨라질 수 없다. 매번 몸에 각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드는 순간 다운스윙을 시작하는데, 그런 느낌이 안 들면 뭔가 스윙이 덜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을 계속 유지 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항상 꾸준한 샷을 유지할 수 있다. 아마 골퍼들은 이런 각을 유지하기 보다는 전체 스윙에만 매달린다. 스윙이 아무리 좋아도 임팩트 때의 감각이 없으면 효과가 없다.

위 두가지 상황을 유념해 조금씩만 노력해도 출장이나 부상으로 장기간 골프를 못해도 실력이 ‘들쭉날쭉’ 하는 현상을 많이 없앨 수 있다.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입력시간 2003/03/03 10:3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