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불교미술 기원지 간다라에 다가서기


■ 간다라 미술
(이주형 지음/사계절 펴냄)

간다라 미술은 간다라 지방(인도 서북부 인더스강 중류)에서 기원 전후부터 수세기에 걸쳐 번성했던 특이한 성격의 불교 미술이다. 특이하다고 하는 이유는 이 미술의 주제가 대부분 불교에 관한 것임에도, 그 조형 양식은 놀랍게도 주제와 전혀 이질적인 서방의 지중해 세계에서 비롯된 헬레니즘풍이었기 때문이다. 동방의 종교 전통과 서방의 고전미술 전통이 기묘하게 결합한 혼성미술이었던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학계와 문화계에서도 간다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불교 미술의 기원지로서, 동서문화 교류의 현장으로서 간다라는 많은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 와 있다. 불교도들에게도 간다라는 대승불교의 발생지로서, 불상의 탄생지로서 새로운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책들을 빼고는 일반 독자들에게 간다라 미술을 체계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국제적인 간다라 미술 전문가인 서울대 이주형 교수가 쓴 ‘간다라 미술’은 이런 척박한 상황 때문에 그 출간이 더욱 반갑다.

이 책은 간다라 미술의 역사적 배경과 그 현재적 의미를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망한 국내 최초의 간다라 미술 개설서로 손색이 없다. 지은이는 애써 학술적 성격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학술적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과 자신의 연구 성과에 따른 의견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썼다. 간다라 미술에 대해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게 놀랍다.

지은이는 풍부한 고고학 및 미술사학적 지식에다 방대한 불교 문헌과 불교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광대한 간다라 미술의 세계를 객관적이며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술사학적 측면에서만 평가되던 불상을 종교적, 사회적 기능에까지 확장시켜 분석하는가 하면, 붓다와 보살 외에 간다라 미술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다라에 끼친 불교 힌두교 헬레니즘의 영향을 밝혀내는 등 당시 간다라인의 문화, 생활상까지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지은이는 우리나라 불교미술 연구자들이 간다라 불상에 대해 종종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를 “우리 의식 속에 깊게 내면화되어 있는 서양의 고전주의적 표현에 대한 선호 때문 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를 통해 외면적인 형상만을 문제 삼으며 그 내부에 감춰진 독특한 정신성의 표현을 과소평가하는 연구세태를 극복하고자 한다.

엄격한 고증과 수정작업을 거친 희귀 도판과 사진 300여점, 꼼꼼한 용어 해설 등을 넣어 책에 대한 믿음을 주고 있다.

입력시간 2003/03/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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