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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파병 이해, 그리고 유감

약소국의 처지에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역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일탈하는 순간, 매몰차게 ‘왕따’ 처지로 내몰리고 만다.

그래서 때론 반인륜적인 일까지도 ‘국익’이라는 이유로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미 그 ‘덫’에 빠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20일 대국민 담화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전 지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제 사회 동향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 등 제반 요소를 감안해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 나가는 게 우리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틀 뒤, 정부와 민주당은 새 정부 들어 첫 고위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이라크전 조기 파병을 추진키로 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이라크전 파병도 이왕 할 바에는 국회 동의 절차가 끝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대행도 과거 파병 시점을 놓쳤던 전례를 거론하며 “보내기로 했으면 빠를수록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지난해 대선 이후 모처럼 여ㆍ야가 초당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는데, 그것이 ‘반인륜적인 행위’라니 참 희화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약소국의 처지에, 게다가 북핵 문제라는 첨예한 현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국제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정부의 몸부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핵심 지지 세력은 반전 운동의 중심에 서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국익론’에 따라 전쟁 지지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딜레마를 지켜보면서도 그저 힘없는 국가의 설움을 한탄하게 만든다.

하지만 “좀 더 현명한 선택은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대량 살상무기와의 전쟁’이라는 대외적 명분의 이면에는 내년 대선을 노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포석이, 또 이라크 유전을 ‘접수’하려는 물욕이 자리잡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이라크 전 지지에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걸린 파병 문제까지 일사천리로 결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라크전 지지가, 또 파병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얻어낼 것은 얻어내려는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벼랑 끝에 몰린 최후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대미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알아서 긴 듯한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2003/03/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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