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67년전의 세상읽기


■ 장 콕토가 다시 떠난 80일간의 세계일주
장 콕토 지음/이세진 옮김/예담 펴냄

1873년 영국신사 필리어스 포그와 프랑스인 하인 파스파르투는 80일만에 세계를 일주했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상상속 여행이었을 뿐이다. 그로부터 63년이 지난 1936년 장 콕토는 그의 친구 마르셀 킬과 함께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섰다. 쥘 베른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였다.

장 콕토는 소설 속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여정은 3월27일 시작해 6월17일에 끝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해 그리스의 아테네와 로도스섬,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 예멘의 도시 아덴, 인도의 봄베이와 캘커타, 미얀마의 랑군, 말레이시아의 페낭 콸라룸푸르, 싱가포르, 홍콩, 도쿄,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 뉴욕을 훑은 뒤 프랑스에 돌아왔다.

철도와 여객선, 비행기의 연결편을 숨차게 갈아타는 험난하고 긴박한 여정이 이국적인 분위기와 어우려져 아름답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장 콕토 특유의 몽환적이고 시적인 분위기가 책 전편에 가득하다. “낙타는 수중동물이다. 이 동물의 실루엣은 노아의 대홍수 이전의 그것이다. 바다가 사라진 뒤 낙타는 육상동물이 됐다. 낙타등에 앉아서 케오프스의 피라미드를 바라 볼 때 나는 내가 지금 바다에 떠있는 배 갑판 위에서 저걸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입력시간 2003/04/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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