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프레소] 데이블 웨클 내한공연

'드럼 거성'과의 벅찬 조우

힘과 기교로 세계 퓨전 재즈계를 휘어 잡고 있는 드러머 데이브 웨클이 첫 내한 연주를 갖는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군림하고 있는 칙 코리어와 함께 활동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위상도는 충분히 입증된다.

1985년 만들어진 칙 코리어의 ‘일렉트릭 밴드’(꼭 elektrik란 표기를 고집한다)에서 스코트 헨더슨(기타), 존 패티투치(베이스) 등 일류의 재즈맨들과 함께 환상의 4인조로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던 한 사람이다. 20년에 걸친 그의 다양한 이력 가운데, 어떤 이들에게는 일반 대중과 항상 함께 호흡하는 그의 활약상이 더 다가 올 것이다.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을 비롯, 나탈리 콜, 다이아나 로스, 마돈나, 피보 브라이슨 등 톱 가수들과 가졌던 세션에서는 재즈를 넘어 팝 시장에도 통하는 힘찬 드러밍을 입증해 보였다.

그의 이번 내한 공연은 이라크 전으로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이 속속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첫 방한 공연 약속을 어길 수 없다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성사되는 것이어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내한은 200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데이브 웨클 밴드가 발표한 네번째 앨범 ‘Perpetual Motion’을 위주로 해, 재즈와 팝을 두루 아우르는 레퍼터리들로 펼쳐진다.

수록곡 중에는 동양적 하모니를 차용해 만든 ‘Mesmer-eyes’ 같은 곡도 있어, 그는 이번 내한 연주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내한 공연 일정 도중 열리게 될 그의 드럼 워크숍은 익히 그의 명성을 들어 온 국내의 드럼 학도와 팬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장르의 음악도 다 소화해 내는 그를 두고 음악계에서는 ‘드럼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것은 완벽한 리듬, 그를 뒷받침하는 현란한 연주 방식으로 압축된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환상의 드러밍’이라는 별칭이 그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로부터의 세션 요청이 말해주듯, 현란한 테크닉 속에서 다른 악기와의 조화와 안배를 이루는 능력은 귀감이다. 1983년 사이먼과 가펑클의 재결성 투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그는 드럼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가능성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음악적 특성이 가장 압축적으로 표출된 음반이 1999년의 앨범 ‘Synergy’다. 마치 연구 보고서 같은 딱딱한 이 제목은 장르와 장르를 통합하고 절충해 내는 그의 음악적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테포노츠리, 로코무두 등 세계 각지의 타악과 리듬을 자신의 드럼 스틱에 융해 해 넣었던 역작이다.

그가 드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일곱살부터였다. 이후 재즈, R&B, 소울 등 흑인 음악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였던 것. 그 결과 그는 빅 밴드, 펑크, 살사 등 재즈와 융화될 수 있는 모든 장르의 음악으로 자신의 한계를 넓혀 왔다. 그가 이처럼 장르의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팝, 재즈, 라틴 등 어느 특정 분야만을 고집하지 하지 않은 열린 태도 덕분이었다.

현대 재즈 드럼은 1960년대 엘빈 존스와 토니 윌리엄스를 시조로 해 분화, 발전해 왔다. 그 이념을 집성해 수립한 사람은 서니 머레이다. 프리 재즈 리듬이 바로 그에게서 나온다. 박자도 마디도 없이, 오직 강약과 유연성만으로 이뤄지는 드러밍이다.

이 기회에 현대 재즈 드럼에 대해 머레이가 했던 유명한 말을 한 번 상기해 보자. “내 최대의 목표는 드럼을 넘어 선, 가장 자연스러운 드럼 연주다. 때로는 자동차 모터 소리일 수도, 또는 유리창이 깨 지는 소리일 수도 있다.” 이 시대 재즈 드러밍이란 규칙적 박자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연스러운 타악음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대다수의 국내 재즈팬이 관심을 두는 것은 멜로디 악기다. 웨클의 이번 무대는 재즈 드럼이란 세계에도 얼마나 다양한 색깔이 숨어 있는 지를 체감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 공연:월 1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부산 공연:월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 워크숍:월 17일 오후 7시 30분 대학로 폴리미디어 시어터 (023-675-2754)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3/04/11 10:0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