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21세기 '경제 한국호'가 가야할 길


■ 한국 경제 이렇게 바꾸자
LG경제연구원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한국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범위를 좁히면 한국 경제는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0여위 권의 교역 국가로 성장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외환위기를 당해 한 때 끝없이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를 잘 극복해 IMF로부터 ‘우등생’이라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 사정을 보면 5년 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살아가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앞을 내다보면 불확실성이 가득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정치 경제 질서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급부상은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하지만 벅찬 상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핵 등 앞으로 극복해야 할 북한 문제는 적지않다.

우리 내부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속에서 특히 우려되는 점은 정부 주도, 수출 주도라는 그 동안의 발전 전략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이 같은 상황에서 21세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합리적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시도로, 현재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새 정부와 기업들이 이러한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21세기적 생존 방식과 성장 전략은 그 이전과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책은 크게 3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전환점에 선 한국 경제’로, 한국 경제의 현 주소에 대한 분석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네 가지 도전으로 세계화 신기술 중국 고령화 등을 들고 있다. 이에 잘 대응하려면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과거 시스템에서 무엇이 고도 성장을 가능하게 했고, 그것이 지금은 왜 작동하지 않으며, 앞으로는 왜 작동해서는 안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된다는 것이다.

2장은 ‘혁신 주도형 경제’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은 ‘혁신’이다. 개혁과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시장 규율의 확립, 혁신 인프라 구축, 사회적 통합성 제고, 의식의 대전환 등을 지적하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예로 보아 후발자가 선발자를 따라잡는 시기는 대개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는 시점이라는 해석은 흥미를 끈다. 서구 가치관과 전통 가치관 중 양 쪽의 질 나쁜 유전자들이 모여 탄생한 돌연변이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어 최근의 위기의식은 한 마디로 압축 성장의 부산물이라는 설명은 이 책의 의도를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장기 경제발전을 위한 핵심 사항인 의식개혁의 첫 걸음은 법치주의의 확립이며, 특히 지도층의 경우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제도적인 검찰의 중립성과 사법개혁 운동을 강조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봐도 검찰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 그 동안 검찰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3장은 ‘10대 부분별 과제’로 본론 격이다. 한국 경제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기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0가지란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 맞는 진화론적 산업 정책, 공정거래법을 중심으로 한 경쟁정책, 은행 주인 찾아주기, 실질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여성과 고령 인력 활용도 제고, 지속 가능한 복지체제 구축, 교육 서비스의 경쟁 풍토 조성, 고비용 정치 해소, 부패 사슬 고리 차단, 공직 사회 경쟁원리 도입 등이다.

이 책은 ‘한국 경제 업그레이드를 위한 LG경제연구원의 메시지’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해결 방안이 가능한지에 대한 입문서 성격이 강하다. 각주나 참고 문헌이 없는 등 쉽게 쓰여있어 읽기가 편하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하고, 일부 부문에 있어 재계의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해 균형 있는 사고를 방해하고 있는 점이 단점이다.

입력시간 2003/04/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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