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손자병법식 질병치료

원인과 결과의 함수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높은 지식이 없더라도 삶에 대한 관찰만 할 줄 안다면 어떤 일을 보고 그 다음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대강은 눈치챌 수 있다. 주역(周易)에도 군자(君子)가 기미를 보고 때에 맞춰 행동을 하여 윗사람을 사귀되 아첨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사귀되 더럽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고금을 통틀어 모두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한의학을 비롯한 동양의 세계관으로 본다면 우리 우주는 하나의 유기체이며, 우리들은 그 하나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우리의 몸 자체도 하나의 유기체이며, 가족도 하나의 유기체이며,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유기체라는 것은 그야말로 끈끈한 관계로 묶여있는 것인데, 우리가 환경을 오염시키면 그 오염된 환경의 영향을 우리가 받는 것도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우주, 즉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나의 우주를 잘 운영하는 방법은 우주의 구성요소들이 조화를 잘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인체의 오장육부도 마찬가지이다. 간(肝)이 너무 항성해지면 비(脾)를 극하게 되어 소화기의 이상, 혈액 생성의 이상 등이 발생되고, 심(心)이 너무 힘이 세지면 폐(肺)를 극해서 기침, 가래, 숨가쁨, 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병이 생겼을 때 치료를 하는 것은 이러한 불균형상태를 고르게 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환자를 잘 살펴서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단하는 것이 진단(診斷)이다. 정확한 진단이 끝나면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것이 전쟁터에서 작전을 짜는 것과 같다. 작전이 세워지면 그에 따라 의사는 치열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러한 전쟁의 법도에 대해서 잘 설명해 놓은 책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의 계편제일(計篇第一)에 보면 전쟁에서 다섯 가지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道, 天, 地, 將, 法이라 하였다. 도(道)는 전쟁을 하되 백성의 뜻과 지지를 얻어야 된다는 것이고, 천(天)은 계절 및 적절한 시기에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지(地)는 지리적인 형세를 잘 살피는 것을 말하고, 장(將)은 장수인데 지혜롭고, 신망있고, 인애로우며, 용감하고 엄한 덕을 갖춰야 된다는 것이고, 법(法)은 전쟁터에서의 법도가 잘 지켜질 것을 말한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은 전쟁은 진정한 승리를 가져올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이처럼 전쟁은 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뭇 백성의 뜻이 그러할 때, 적절한 시기를 골라서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 우주의 조화를 꾀하는 큰 뜻을 가진 중요한 치료인 것이다. 전쟁을 잘못하면 물질적, 정신적인 피해가 생긴다. 전쟁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전쟁은 설득과 대화를 통해 항복을 얻어내는 것이다. 몸에 든 병을 치료할 때 마음 한 번 바르게 바꿔서 병이 낫는 이치와 같다.

지구 곳곳에서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전쟁이 이어져왔다. 이 중 진정한 정의실현을 위해 치루었던 전쟁이 몇 개나 될까? 대부분 혼자만의, 혹은 어떤 단체만의 정의실현을 주장하며 진행되어 오지 않았는가? 내가 오늘 하늘을 보고 한 번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그 메아리는 반드시 우주 저 끝에서부터 나에게 되돌아온다. 우주의 엄격한 인과법칙인 것이다.

내 자신만 위하는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그러한 마음에 의해 내가 상처받게 된다. 순수한 선(善)을 지향하는 관계설정이 우리 몸의 장기(臟器)간에서 뿐 아니라 국가 간, 민족간에서도 이루어져야 우리 모두가 건강할 것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3/04/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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