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의 바다 인터넷서 내 아이를 키운다”

어머니 인터넷 지킴이, 유해·불건전 사이트 감시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성인 사이트 안내 메일이 날아 왔어요. 그걸 보고 아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사이버 피해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국무총리 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인터넷 불건전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모니터 2명, 어머니 모니터 요원 100명, 청소년 모니터 요원 50명을 선발해 4월 1일부터 인터넷 지킴이 활동을 개시했다.

어머니 모니터 요원들은 사이버 유해 정보와 불건전 사이트들을 모니터링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내에 마련된 전용 게시판에 올리면 전문 모니터가 이를 취합ㆍ보고하여 위법 사항은 수사당국에 의뢰하고 제도적인 미비점은 개선해 가게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땐 일기장을 가끔씩 보았는데 요즘은 메일함을 확인하곤 해요. 불건전한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그대로 두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도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유해 환경에 대한 모니터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어머니 전문모니터 박정미씨(40).

박씨는 작년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온라인 게임을 하던 도중 한 아저씨로부터 이상한 행위를 해보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란 경험이 있다. 그 후론 자녀들의 인터넷 사용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늘 아이들을 사이버 전쟁터에 내보내는 기분이라고 한다.


인터넷 피해 연령층 초등학생까지 확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집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약 2600만 명. 전 국민의 두 명 중 한 명 꼴로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40배 이상 증가했다.

인터넷의 속도와 품질을 상징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월말 현재 1050만을 넘어 섰고, 한 달에 최소 한번 이상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 비율인 인터넷 이용률은 약 53%로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다.

하지만 IT강대국이라는 명성 뒤에는 사이버 역기능의 그림자도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특히 장소 시간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인터넷의 특성상 사이버의 각종 유해 요소들은 유ㆍ청소년들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돼 그 피해가 심각하다. 음란 폭력 사이트, 스팸메일, 온라인 게임 중독, 아이템 사기 범죄, 채팅을 통한 성 매매 등의 사이버 역기능은 최근 그 연령층이 초등학생까지 확대 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90%이상이 인터넷을 할 줄 알고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다음의 전체 회원 중 12%가 키티즌(어린이네티즌)이다. 성인용 음란 컨텐츠를 접해 보았다는 초등학생도 28.2%나 된다.

“처음에는 그저 컴퓨터로 학교 숙제를 하는 줄만 알았습니다. 인터넷이 이렇게 무서운 공간인지 정말 몰랐어요.” 매일 같이 성인용 음란 사이트를 드나 들던 승택(가명ㆍ초4)이는 심한 죄책감과 대인 기피 증상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 뒤늦게 이를 알아 차린 승택이의 부모들은 부랴부랴 음란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컴퓨터를 거실로 내어 놓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며 허탈해 했다.

성인용 음란 사이트뿐 아니라 위험하기론 어린이 전용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포켓몬스터나 디지몬 등 어린이들에게 인기 높은 만화 영화 캐릭터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낯 뜨거운 변태적인 성행위를 묘사한 글과 그림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네티즌 윤리 교육도 필수

“어차피 100%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버를 외국에 두고 외국인 명의로 등록하거나 수시로 아이디를 바꾸어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기 때문에 유ㆍ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윤리 교육을 강화해 사용자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병행 되어야 합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청소년 보호기준과의 신준호 사무관은 청소년들을 사이버 유해 환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네티즌 윤리 교육을 받을 것을 권했다. 대부분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를 다시 되갚아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작년 한해 동안 사이버 범죄의 3분의1 이상이 10대에 의해 행해졌고 연령이 낮을수록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볼 때 인터넷 역기능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녀 스스로 인터넷을 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의식을 키워 주는 것이다.

문답으로 풀어 본 사이버 세계에서의 청소년 보호
   
Q;인터넷 감시단을 어머니들로만 구성한 이유?

A;가정 내에서의 자녀 사랑을 사회로 확대시켜보자는 취지입니다. 청소년 문제에 관한 한 어머니들만큼 열심인 분이 없죠.

Q ;어머니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가요?

A;네. 모니터는 상시 모집합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www.youth.go.kr)에 접속하시면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Q;앞으로의 사업 방향은요?

A;인터넷을 모니터링해서 유해 정보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한편 미디어 박람회, 아버지 네티즌 교육, 인터넷 중독자들의 사이버 멘토링 등을 할 예정입니다. 또 스팸메일이 완전 차단되는 이메일을 16세 이하 청소년 만명에게 시험적으로 보급할 계획입니다.

Q;키티즌(어린이네티즌)의 유해 정보접촉도 심각합니다. 가정에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A;우선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이나 시간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은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무료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 공용의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자녀와 의논해 정하도록 하십시오.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할 경우는 반드시 부모에게 알리도록 하고, 자녀가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는 부모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볼 것을 권합니다.

Q;인터넷 관련 신고센터와 청소년 상담기관을 소개해 주세요.

A;학부모 정보 감시단(www.cyberparents.or.kr) 02-761-4452

청소년보호위원회(www.youth.go.kr) 1388

청년의사인터넷중독치료센터 (www.netmentalhealth.fromdoctor.com)

사이버성폭력피해신고센터(www.gender.or.kr) 02-3415-0182

경찰청사이버테러대응센터(www.police.go.kr) 02-392-0330

한국청소년상담원(www.kyci.or.kr) 02-738-8984

 

황순혜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4/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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