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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태풍의 눈' 세이브 존

창업 5년만에 '거함' 뉴코아 삼킨 패션전문 할인업체

난세의 영웅인가. 국내 유통업계가 최악의 경기로 허덕이고 있는 난(亂)중에 새로운 별이 떴다.

최근 유통업계의 거함(巨艦) 뉴코아를 한 입에 삼킨 중견 패션전문 할인점 ‘세이브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뉴코아 인수를 위한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세이브존의 용석봉(38)사장은 샐러리맨에서 출발, 창업 5년 만에 뉴코아를 손에 넣은 유통업계의 기린아로 평가 받고 있다.

이름마저 생소한 세이브존이 창업 5년 만에 국내 유통업계 7위 업체(2002년 매출액 기준)로 우뚝 서기까지는 젊은 최고 경영자(CEO)의 과감한 추진력과 기회를 살릴 줄 아는 시중(時中)의 운이 뒷받침해줬다.

세이브존은 뉴코아 인수 입찰 전에서 이랜드의 ‘2001 아웃렛’ 컨소시엄과 인수금액을 놓고 끝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세이브존의 유레스-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이랜드보다 230억원 많은 6,050억원의 인수금액(상품대금 등 공익채무 포함 시 7,800억원)을 제시해 뉴코아 인수를 위한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유통업계 매출 6위인 LG유통에 이어 7위로 급부상했다(지난해 기준).

뉴코아는 지난해 9,763억원의 매출과 6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유통업계 11위 업체다. 연 매출 5,500억원 대의 세이브존이 뉴코아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매장 수에선 기존 유통업계를 흔들어 놓을 만큼 위협적인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이브존은 현재 7개 매장에다 뉴코아 25개 점포(백화점 10개, 할인점 15개)를 더해 모두 32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게 돼 신세계(59개) 롯데(50개)에 이어 업계 3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업계 3위 등극 시간문제

한양대 경영학과 재학중인 1991년 의류 업체인 이랜드에 처음 입사한 용사장은 전국 각 지역을 대상으로 새로운 점포를 개발하는 점포개발팀장으로 이랜드의 계열사인 패션 할인점 ‘2001 아울렛’의 6개 출점을 주도했다.

패션업계의 유통구조와 점포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창업 기회를 엿보던 용 사장은 1998년 4월 이랜드에서 함께 일하던 몇몇 직원들과 함께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패션 할인점을 연 뒤, 2001년 1월 회사명을 세이브존으로 변경했다.

용 사장은 전국 어느 상권이든 부동산 물건만 한 번 보면 향후 매출규모와 손익을 정확하게 추정해 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사업 감각과 탁월한 상권 감정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경기 일산 고양 화정역 부근에 위치한 부실 상가인 ‘위성 스타렉스’를 전격 인수, 이랜드의 2001 아울렛과 같은 컨셉의 패션 전문 아울렛 ‘세이브 존’을 열었던 것.

당시 화정 지구는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인점인 ‘킴스 클럽’ 하나 뿐, 지역 상권이 그다지 크지 않아 과연 이곳에서 장사가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아무도 낙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용 사장은 사업 가능성을 장담하며 탁월한 영업 감각으로 고객 끌어모으기에 주력했다.

패션전문 할인점을 모토로 내건 세이브존은 재고 및 B급 의류를 주로 취급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아울렛 몰과 유사하지만, 식품 매장과 생활용품 등 특화 매장이 있고 의류 신상품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이브존 화정점은 개시 첫 해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화정역을 중심으로 할인점들이 앞 다퉈 진출해 쇼핑 격전장으로 변하면서 패션 전문 할인점으로 이 곳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용 사장은 이때부터 사업 확장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세이브존 화정점을 기반으로 전국의 부실 유통 회사들에 대한 사냥에 나선 것이었다. 그는 2001년 경매를 통해 울산의 모드니 백화점을 14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2월에는 법정 관리 상태인 한신코아 백화점 4개 점포를 부동산 전문투자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잇달아 인수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문태수 세이브존 기획관리실장은 “한정된 자금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땅값이 비싼 서울과 경인 지역의 금싸라기 땅에 진출해 새로운 점포를 개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전국의 부실 점포를 선별 투자해 수익을 제고하는 리모델링 전략에 주력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세이브존’은 지난 4월 또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부산 리베라 백화점을 사들여 현재 리모델링에 착수한 상태다.


자금동원 능력에 우려의 시선도

재계 2세 들과 달리 매사에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용 사장은 꼼꼼한 기획력과 추진력이 뛰어난 젊은 경영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67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팀 워크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용사장의 사무실은 항상 직원들에게 개방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처럼 부실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세이브존의 점포 확대 전략을 놓고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부실 기업인수를 통한 용 사장의 다점포 전략은 외환 위기 당시 외형 확장에 주력하다 부도가 난 뉴코아의 김의철 회장과 사업 전략 면에서 유사하다”며 “현재와 같은 불경기속에서 경영난과 자금 동원 능력이 한계에 부딪쳤을 경우, 과연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의 시각에 대해 세이브존측은 과거 뉴코아와는 매장 확장 전략에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이브존 관계자는 “뉴코아의 경우 차입을 통한 부동산 매입으로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전개, 초기투자 자금이 과다하게 발생해 유동성 문제가 있었던 반면 세이브존은 점포개발 형태는 부실기업을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M&A 방식”이라며 “일반적으로 채권자들이 채무조정을 통해 부채비율 100% 이하인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게 돼 급격한 회사부실을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이브존과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뉴코아 25개 점포(백화점 10개, 할인점 15개)중 강남점 등 우량점포는 이미 설립된 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통해, 그 밖의 점포는 제3자 신주 인수 방식을 통해 각각 인수할 계획으로 점포의 경영권은 세이브존이 책임지게 된다.

문태수 세이브존 기획관리실장은 “기존 뉴코아 백화점과 킴스클럽 매장의 경우, 철저한 상권분석을 통해 장점이 입증된 매장이라면 업태를 그대로 살리겠다“며 “그러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포는 세이브존 매장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5년 만에 뉴코아를 인수해 업계 7위로 뛰어오른 세이브존이 부실 기업들을 모아 과연 어느 정도 알짜기업으로 리모델링 될 수 있을 지, 유통업계는 향후 5년 후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맞수 세이브존 Vs. 2001 아울렛

‘서로 형제회사 아닙니까.’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는 간판만 다를 뿐 매장의 물론 업태의 컨셉까지 비슷한 패션전문 할인점이 2개 있다. 세이브존과 이랜드의 2001아울렛. 판매품목과 매장 구성이 흡사한 두 점포는 불과 300m 거리에서 치열한 고객 끌기에 불꽃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실 세이브존은 사장에서부터 관리직 직원에 이르기까지 대다수가 1998년 이랜드에서 분가한 이랜드 출신들로 젊은 창업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랜드 측에서는 세이브존에 대해 형제와 같이 남다른 관심과 간접적으로 나마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 두 회사는 법정관리 기업인 뉴코아 인수전에서 맞붙었다. 박빙의 승부 끝에 결국 세이브존의 승리로 돌아갔다. 분가한 소수정예 식구들이 모기업을 누른 셈이다. 세이브존은 또 지난해 7월 한신코아 백화점 인수 전에서도 이랜드의 2001 아울렛과 경합을 벌여 승리했다.

이같이 유통업계에 세이브존 바람이 거세게 일자, 이랜드는 강력한 경쟁자로 의식하게 됐다. 지난해 구조조정 매물로 나온 킴스클럼 미금점을 450억원에 사들여 알짜 점포로 탈바꿈 시킨 이랜드의 조치가 그 맞바람의 좋은 예다.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불과 5년 만에 급성장한 세이브존을 바라보는 이랜드 임직원들의 심정은 다소 복잡하다.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출신들이 성공하는 것은 좋지만 이랜드에서 배운 노하우로 똑 같은 형태의 점포를 출점하고 경쟁자로 성장하다 보니 어쩐지 떫떠름 하다”고 입맛을 다셨다. 8개 계열사에 20여개 패션 브랜드를 거느리고 패션 유통전문 그룹으로 도약중인 이랜드, 뉴코아 인수로 확장 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유통업계 7위의 세이브존 간의 자존심 싸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3/05/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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