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신3저, "불황탈출 가능할까"

10/21(수) 14:54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해외에서 실마리가 풀렸던 우리 경제에 이번에도 행운이 찾아오고 있는가?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국제여건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해외여건의 악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엄청난 반면, 동시에 해외여건의 개선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선진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과 엔화 가치 급등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달러약세, 저금리, 저유가의 이른바 ‘신3저’ 현상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른바 ‘신3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의 경제 위기 극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치게 될 것은 당연하다. 우선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10대 수출 주력품목 중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류 철강 선박 유기화학 플라스틱 등 7개 품목이 서로 일치하고 있고 우리 수출품의 60% 정도가 일본제품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강세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국내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게 된다. 수출경쟁력 제고 및 국제 원자재가의 하향 안정화에 따른 수입비용 절감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는 한편, 달러화 약세 및 국제 금리 인하에 따라 외채부담이 높은 우리경제의 원화 표시 외채 원금 및 이자 상환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어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진국 시장의 수익률 저하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며 신흥시장 중에서는 위험도도 낮은 시장으로 평가받는 국내 시장으로 국제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 가능성을 높여준다.

금리·유가 하향세, 엔고 유지는 불투명

다만 그 효과가 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때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우선 과거의 3저시대에 비해 환율 금리 유가 변동폭이 적다. 또 세계경제의 수요 위축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수출 증대 여지도 제한적이다. 특히 최근의 신3저 현상은 국제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것이므로 금리가 아무리 내려도 차입이 잘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저금리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조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 섣부른 낙관에 불과할 수도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 신3저라고 불리우는 최근의 조짐이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 아직 미지수라는 점이다.

우선 선진국의 금리 인하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으며, 유럽단일통화 출범을 앞두고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던 독일도 유럽권 금리를 저금리국인 자국 수준으로 수렴시키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도 세계적 차원의 수요 부진 및 감산 합의 준수의 불투명으로 인해 크게 올라갈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처럼 금리와 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엔화 강세가 계속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130엔대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로 급락한 것은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간 대형 헤지펀드들은 신흥시장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차입한 후 이를 달러화 및 지역통화로 바꾸어 신흥시장에 투자하여 왔다. 그러나 신흥시장이 붕괴되면서 큰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미연준 그린스펀 의장의 미국 경기 둔화 시사, 유럽의 금리인하, 일본의 금융불안 해소책 발표 등의 영향을 받아 엔차입 상환을 위해 일시적으로 달러를 투매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의 엔고가 경제의 기초여건 변화보다는 투기적 성격의 자본이동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상황은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엔화강세 ‘일시적 현상’ 시각

사실 현재의 엔화 강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음을 보여주는 몇가지 근거들이 있다. 우선 루빈 미 재무장관이 거듭 밝혔듯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고달러 기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미국 장기금리가 67년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일본 금리도 동반 하락하는 바람에 미일간의 내외 금리차 역시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자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남미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들 국가의 위기 상황이 진정될 경우 달러화는 재차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또 일본 금융 기관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단순한 금융 회생 법안의 통과 자체가 향후의 엔화 강세를 주도할 수는 없다. 나아가 경기부양책이 일본 경기의 회복 국면 진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어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엔화 강세 국면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국 경제의 둔화 조짐이 분명하고 일본 경제도 최악의 침체국면을 탈출할 것이 확실한 이상 금년 상반기와 같은 140엔대의 엔저 국면으로 복귀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정도의 엔 강세 상황 역시 다소 비정상적이어서 늦어도 3-4개월뒤에는 결국 엔/달러 환율이 130엔 정도로 상승한 뒤 이를 중심으로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구조 개혁노력 지속해야

결론적으로 신3저에 대해 섣부른 기대를 갖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신3저 현상이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경우 수출증대 효과는 극히 미약할 것이다. 일본의 수출계약은 대개 중장기로 돼있기 때문에 엔고로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화도 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엔화 강세의 반사 이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3저 현상의 도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저비용_고효율 체제의 구축을 위한 우리 경제의 구조 개혁 노력을 등한히 해서는 곤란하다. 종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엔 강세 등 해외여건의 개선으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얻게되면, 경제 체질개선의 당위성을 망각해버렸던 게 과거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이런 노력이 등한히 된 결과 오늘날과 같은 IMF 관리 체제를 맞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최소화되며 구조조정의 여파에 따른 산업기반 붕괴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대외 여건이 좋을 때가 사실은 구조조정의 적기이다. 신3저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오늘날처럼 격변이 심한 국제 경제 환경에서는 또다른 어떤 이유에 의해 신3저 현상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3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여건이 개선된다면, 우리 경제는 경제 개혁과 경기 침체 극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단시간내에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채창균(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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