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잡아라"

10/29(목) 11:44

아마존(www.amazon.com)이라는 인터넷서점은 변변한 점포 하나 없이 작년에 약 1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5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마존은 인터넷에 서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고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주문을 받는다. 주문을 받으면 서적도매상에게서 해당 서적을 구입하여 택배회사를 통해 고객에게 배달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세계 160개국에서 220만명 이상의 고객이 아마존을 이용하고 있다. 이같은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베조스(Jeffrey Bezos, 35)는 인터넷 서점을 차린지 불과 3년만에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의 400대 갑부의 반열에 올랐다. 전자상거래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전자상거래란 간단하게 말하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다. 따라서 통신판매나 TV 쇼핑도 전자 상거래의 일종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전자상거래의 중심이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인터넷은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통신망이라는 점과 전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통신망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흔히 전자상거래를‘인터넷 상거래’혹은‘인터넷 비즈니스’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전자상거래를 거래의 여러가지 형태 중 하나로만 이해하면 전자상거래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전자상거래는 무엇보다 기존의 상거래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인터넷에서는 밤낮 없이 24시간 영업이 가능하고, 공장이나 점포를 구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필요도 없으며, 전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거래할 수 있다. 사업의 종류에도 제한이 없다. 서적, 컴퓨터,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험, 항공권, 주식 거래, 컨설팅, 방송, 신문 서비스도 전자상거래로 이루어지고 있다. 몇 년 후면 병원이나 학교에도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진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요컨대 전자상거래로 불가능한 사업 영역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뿐 아니다. 전자상거래를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선진 기업들의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GE의 조명기기 사업부는 자재 구매 분야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하여 구매기간 50%와 구매비용 20%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아메리카항공은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을 판매한 결과 1매당 발권 비용을 8달러에서 1달러로 줄였다.

현재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는 전자상거래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95년에 4,500만명이던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가 현재는 약 1억3,000만 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으며, 2005년에는 10억명으로 증가하리라는 것이 미국 상무부의 전망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전자상거래의 잠재적 고객임을 감안한다면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는 98년에 약 280억달러로 추정되고, 2000년경에는 3,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비해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로는 약 120만명으로 세계 인터넷 인구의 1%에 근접하지만, 전자상거래 규모(98년 추정치)면에서는 150억원으로 세계 규모의 0.03%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인터넷 사용자 수 그리고 최근 연간 100% 가량의 성장률을 보이는 전자상거래의 추세 등에 비추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는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저절로 확대될 것인가?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를 넘어야한다. 그러한 장애는 전자상거래가 기존 상거래와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발생한다.

첫째, 전자상거래에서는 거래 정보가 전자부호로 전환되어 인터넷이라는 개방된 통신망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정보가 제3자에게 쉽게 유출되고, 임의로 변조하거나 도용하기도 쉽다. 따라서 기술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를 막아 주어야한다. 둘째, 전자상거래는 거래 상대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비대면(非對面) 거래이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해 주고 거래 의사가 정말 본인의 뜻인지를 보증해 줄 수 있는 장치로서 전자서명이나 전자 인증(認證) 제도가 필요하다. 또 거래후 불량품의 반품이나 계약 철회를 가능하게 하는 소비자 보호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전자상거래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초국경(超國境)이다. 따라서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과 제도를 정비할 때 국제적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 외에 전자지불제도와 조세제도가 정비되고, 정보통신망이 고도화되면 전자상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전자상거래 전쟁에 휘말려 있다.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을 쥐는 국가가 향후 21세기 세계무역을 주도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상거래의 국제 규범마련을 둘러싸고 미국과 EU가 대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미국이 무관세, 조세 감면, 정부개입 최소화, 민간 자율 규제 등을 주장하는 반면, 경쟁 열위(劣位)에 있는 EU는 전자상거래에 정부나 국제기구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터넷 면세법’‘디지털 지적재산권법’등의 제도 정비를 통해 자국의 전자상거래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데 여념이 없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법안이 가장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전자상거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내 시장이 외국에게 장악될 뿐 아니라 IMF체제를 극복하여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자상거래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하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강용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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