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뮤직비디오 "더 파격적으로, 더 야하게..."

10/14(수) 15:14

조직폭력단에 아버지를 잃은 청년(이병헌)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길거리로 나선다. 청년은 폭력배들을 하나둘씩 살해한다. 그것도 처참한 모습으로. 그러다 애인(김하늘)이 폭력배들에게 잡혀 자동차속에서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산화한다. 이성을 잃은 청년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폭력배 사이로 돌진한다.

신인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의 내용이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하다. 짧은 시간안에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담아낸 탄탄한 구성, 드라마틱한 화면처리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가수얼굴은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

지난 9월 중순 KMTV, M-NET 등 케이블 음악방송을 통해 처음 전파를 탄 이 뮤직비디오는 삽시간 장안의 화제거리로 등장했다.

“너 뮤직비디오 봤어, 아직도 못봤니.”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 뮤직비디오를 보지 못한 사람은 얘기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최근 가요계에는 뮤직비디오 바람이 불고 있다. 그냥 양념구실을 하던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조성모의 경우처럼 아예 음반과 상관없이 뮤직비디오로 승부를 보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이젠 바야흐로 영상세대의 시선이 뮤직비디오로 몰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 뮤직비디오 마니아층은 10대에서 20대초반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보통 3분안에 그려지는 그림들에는 영화나 TV가 보여주지 못하는 짜릿함이 있다. 게다가 우리들의 우상을 나만의 공간에서 소유하는 즐거움도 있다.”고 주장한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은 또하나의 스타를 만들어 냈다. 바로 뮤직비디오 감독들이다. 잘 찍는다는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몰린다. <컴백 홈>(서태지와 아이들)의 홍종호, (조성모)의 김세훈, <포이즌>(엄정화)의 백종열, <일상으로의 초대>(신해철)의 김찬, <굿바이 러브>(이지훈)의 서정환 등이 바로 그들이다.

뮤직비디오의 매력은 기존의 영상매체와 구별되는 자유분방함이 있다. 자유와 저항정신에 이르기까지 구애가 전혀없다. 노래의 분위기에만 어울리면 과격하고 파기적인 장면도 서슴치 않는다. 에선 여자를 차안에 넣고 불태워 죽이고 여타비디오에선 에로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에로틱한 장면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키스장면은 백옥같이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외에 별효과가 없을 정도다. 이런 장면들은 기존질서에서 독립하고 탈출하고 싶은 젊은이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신세대들의 눈과 귀를 빨아들이는 지도 모른다.

팬들 못지 않게 음반제작자들에게도 호감을 준다. 머리가 길면 안된다, 선글래스도 안된다, 정장차림으로 출연하라는 등의 방송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들이 맘껏 재능을 펼치고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제작자들이 ‘더 파격적으로 더 야하게’라고 주문하는 것을 보면 방송규제에 노이로제 가 걸린데 대한 카타르시스로도 느껴진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가수들의 음반판매량을 올리기위한 홍보수단이다. 95년 3월 케이블TV가 생겨나지 전까지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어쩌다 방송을 통해 외국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멋지다’라는 생각만을 가졌을 뿐, 그 뮤직비디오가 뭣을 위한 것인지도 몰랐다. 24시간 뮤직비디오를 틀어대는 음악채널의 탄생은 홍보수단의 하나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가수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노래부르는 장면을 찍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95년 당시 앞서간다던 서태지와 아이들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작되는 음반 숫자만큼 탄생되는 뮤직비디오중 소위 튀기위해서는 달라야한다. 97년 제작된 015B의 <21세기 모노리스>는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하여 음반제작비보다 비싼 2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했고 유승준의 <나나나>는 유승준주연의 단편영화를 연상케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급기야 은 가수얼굴을 아예 빼고 스타급 탤런트를 동원하여 화면을 살려냄으로써 오히려 음악이 뒷전으로 밀린 느낌을 준다. 영화필름을 동원하고 저마다 스타급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현상도 가속화될 부분.

서서히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문화장르로 정착되고 있다. 매년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영상음반대상에 뮤직비디오부문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열악한 여건에서 H.O.T의 (홍종호 연출)가 올 미국 MTV 뮤직비디오어워드 아시아부문 본상에 오른 것은 우리 뮤직비디오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앞으로 뮤직비디오산업은 음반산업에 비례해 발전여지는 무궁무진하다. 뮤직비디오가 음악 홍보의 수단에서 벗어나 선진국처럼 하나의 소프트웨어 상품으로 인정받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편당 제작비

700만원에서 출발해 끝은 예측할 수 없다. 제작자가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느냐가 제작비를 좌우한다. 그러나 평균치에서는 외국작품들에 비해 아직 10~20%수준이다. 케이블 음악방송에서 만드는 뮤직비디오가 최저가를 형성한다. 이 경우 방송 PD가 쇼프로를 연출하듯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낸다. 이런 비디오에서는 대부분 가수들의 노래하는 모습이 전부를 차지한다.

최근 제작비가 늘어나는 것은 고급스런 화면을 위해 필름을 사용하고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하고 스타배우들을 출연시키는데 기인한다. <나나나> 등 과 같이 억대의 제작비를 투자한 뮤직비디오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제작과정

보통은 일주일안에 한편의 뮤직비디오가 완성된다. 그중 곡 분위기를 파악하고 콘티를 작성하는데 3~4일이 걸린다. 정작 촬영에 걸리는 시간은 2~3일이면 충분하다. 하루는 스튜디오에서 찍고 나머지는 월미도나 양평 등 분위기에 맞는 장소에서 당일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투자비용에 따라 보름이상도 걸린다. 출연하는 스타 배우들의 시간맞추기도 만만치않은 일이다. 요즘은 아예 시나리오작가가 동원되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찍는 듯한 분위기다.

어디서 만드나

특별한 경우 아닌 이상 케이블TV에서 만든다. 지난 2년간 M.NET는 250여편, KMTV는 400여편 만들었다. 빨리, 싸게 그리고 케이블TV를 통한 홍보가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튀는 뮤직비디오를 위해서는 잘아려진 전문 뮤직비디오감독을 찾게 된다. 대부분 프리랜서감독들이다. 최근에는 CF감독이나 영화감독들도 뮤직비디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교민·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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