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시장에 새 바람

11/24(화) 18:48

구조조정은 환자가 병을 치료받는 과정과 다를 게 없다. 이 과정에 ‘약’ (자금 혹은 외자유치)은 말할 것도 없고 더러 ‘수술’ (기업부문의 매각)도 필요하다. 불가피한 경우 ‘이식’ (기업인수합병 또는 이른바 빅딜)이라는 처방이 동원되기도 한다.

구조조정을 위한 제대로 된 처방을 얻기 앞서 기업체질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기업을 진단하는 의사는 여럿이 있다. 외국투자기관이나 국내의 각종 회계법인 등등. 하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처방과 치료를 받아 기업이 건강해졌다는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성과가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직 기업 구조조정이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구조조정전략이 없는한 고통만 있고 성과는 미미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기업은 ‘죽음직전에 있는 환자’ 로 진단이 내려졌다. 무디스나 S&P 등 외국전문기관들의 이같은 진단은 IMF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약을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 IMF이후 기업마다 사활을 걸고 구조조정에 매달리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그나마 한화나 대상그룹과 같이 알짜배기를 떼주지 않고는 약을 얻을 수 없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부실자산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며 인력감축이라는 기업운용적 측면에만 매달린 것이 사실. 재무상의 구조조정은 손도 대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까지 외국인투자액(신고기준)은 55억3,1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올해 외국인투자 유치 목표인 100억달러의 절반을 간신히 넘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부채. 사실 재무구조조정이 없는 한 이 부채를 해소할 방법은 없다.

구조조정 전문투자은행과 컨설팅업체 손잡아

이런 가운데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 합작법인을 표방한 삼정 훌리한 로키사(회장 제임스 주킨)가 11월17일 설립됐다.

구조조정 전문 투자은행인 훌리한 로키와 M&A 전문 컨설팅 업체인 삼정M&A파이낸스(대표 윤영각)가 각각 자본금 50%를 출자해 구조조정 전문컨설팅업체를 만든 것이다. 미국의 대형 구조조정 전문 투자은행이 국내 컨설팅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 회사는 앞으로 기업정상화나 회사정리 등과 관련한 재무구조조정과 기업의 가치평가 등 컨설팅업무는 물론이고 기업인수와 합병, 재무구조조정에 필요한 금융조달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선진적인 구조조정기법과 자금동원력, 그리고 국내기업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고루 갖춘 컨설팅회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이 회사 조민식 이사는 “IMF이후 구조조정이란 말에는 누구나 익숙해졌으나 좋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며 “이는 컨설팅업체가 구조조정에 대한 첨단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컨설팅비용이 비싼게 원인이었다” 고 말했다.

삼정측은 “구조조정 자문을 해주는 외국투자은행의 경우 한국적 현실을 고려치않고 외국의 경영기법을 그대로 적용한 경우가 많았다” 고 지적했다.

삼정의 합작파트너인 훌리한 로키는 기업가치평가부문과 1억달러 미만의 중간규모 기업거래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구조조정 전문 투자은행. 삼정은 국내기업의 회계처리와 법률노하우를 훌리한 로키가 가진 구조조정의 첨단 노하우와 자금동원력과 결합, 기업구조조정의 성과를 배가시키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해외 펀드자금유치 주선, 직접투자 계획도

삼정훌리한 로키는 구조조정진단과정에서 해외의 각종 펀드자금 유치를 주선하거나 훌리한 로키펀드자금을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삼정관계자는 “구조조정 진단과 처방의 3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어 어느 컨설팅회사보다 의사결정과정이 빠르며 업무처리의 효율성도 높다” 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80년대 경제위기를 겪은이후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그동안 기업들이 체질개선에 한눈을 팔아온 것이 사실. 미국기업만 하더라도 오히려 80년대보다 최근에 더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체질개선이 기업생존에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훌리한 로키관계자는“고통을 동반하는 구조조정은 하지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제대로된 진단과 처방을 가지는 게 보다 건실한 기업이 되는 첩경” 이라고 설명했다.

삼정 훌리한 로키가 제대로 된 의사인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다만 구조조정 진단과 처방의 3박자를 갖춘 삼정 훌리한 로키의 등장이 국내 구조조정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정진황·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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