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엎은 '클린턴 손들어주기'

11/10(화) 15:06

“미국민들은 르윈스키 스캔들을 투표장까지 끌고가지 않았다. 이번 선거가 던져준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클린턴 탄핵 청문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대의사였다.”

11월 3일 중간선거가 끝난 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일간지는 민주당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사실상 승리를 거둔 데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당초 르윈스키 스캔들로 상처를 입은 민주당은 하원에서 10∼15석, 상원에서는 3∼5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원에서 오히려 5석을 늘렸고 상원과 주지사는 현상을 유지하는 사실상 승리를 거두었다. 민주당의 승인(勝因)은 흑인 등 소수민족의 대대적인 지지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든 민주당으로서는 클린턴 탄핵이라는 암울한 정국을 풀어나가는 결정적 힘을 얻었다.

민주당 승리에는 최대 접전지였던 뉴욕주 상원의원전에서 3선의 알폰스 다마토를 꺾은 찰스 슈머와 미국내 최대인구와 세계경제규모 5위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16년만에 공화당으로부터 주지사를 탈환한 그레이 데이비스 등의 일등공신이 있었다. 공화당은 조지 부시2세를 텍사스 주지사에 재선시킴으써 2000년 대선의 승기를 잡았다는 것으로 자위해야 할 판이다.

이번 선거는 르윈스키스캔들을 앞세운 양당의 당리당략 속에서 후보들의 개인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지만 열전의 막이 내린 가운데 개인의 승패는 다시 미국의 앞날을 가늠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민주당, 격전지 뉴욕주·캘리포니아 주서 승리

최대격전지로 꼽혔던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9선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찰스 슈머가 공화당 간판스타 알폰스 다마토 의원을 누르는 최대 파란을 일으켰다. 다마토 의원은 공화당의 거물일뿐 아니라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관련된 상원 청문회 의장을 맡아 클린턴스캔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민주당의 최대 정적으로 소문난 정치인.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이 2차례씩 지원유세를 하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에는 힐러리 여사까지 지원에 나서는 등 민주당이 각별히 공들인 지역이었다.

슈머의 승리는 다마토에 염증을 느낀 푸에르토리코계와 도미니카계 유권자들이 그에게 몰표를 던져 다마토의 4선을 저지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두 후보가 모두 3,300만달러를 투입, 역대 미 의회선거사상 두번째로 많은 돈을 뿌린 만큼 공화당으로서는 아픔이 큰 패배였다.

또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의 댄 그런을 물리치고 16년만에 주지사 자리를 탈환한 그레이 데이비스나 강력한 아시아계의 지지에 힘입은 매트 퐁을 제치고 상원의원을 고수한 힐러리여사의 사돈 바버라 복서는 민주당의 힘든 싸움을 지켜준 효자다. 동시에 클린턴을 효과적으로 지켜준 호위병이었다.

공화당, 부시2세 재선으로 차기대선서 ‘승기’

민주당의 축하마당에 공화당이 낚은 최대의 희망은 텍사스주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1989∼93)의 장남 조지 부세2세가 주지사에 재선된 것이다. 부시2세는 최근 CNN방송이 조사한 차기 공화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9%를 얻어 엘리자베스 돌(17%), 댄 퀘일 전부통령(12%)을 제치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나타났다. 또 민주당의 유력후보 앨 고어 부통령을 상대해도 51대 39로 압도적이다. 새 밀레니엄의 지도자를 뽑는 2000년 대선에서 사실상 부시와 고어간의 대결구도가 공화당에 기운다는 징조다.

더우기 부시2세의 동생인 제브 부시마저 민주당의 아성이던 플로디다에서 주지사로 선출돼 ‘형제주지사’ 가 미 역사상 두번째로 탄생했고 첫 ‘부자(父子)대통령’ 의 가능성까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야구팀과 정유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부시2세는 민주당 지지세력인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은 것이 승인이었다.

프로레슬러출신 미세소타 주지사 ‘화제의 당선’

‘덩치’ 라는 별명의 프로레슬러 출신 제시 벤투라가 미네소타주 주지사로 당선된 것은 단연 이번 선거의 화제였다. 반칙왕 레슬러로 이름난 벤투라는 휴버트 험프리 전부통령의 아들인 스킵 험프리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막판뒤집기’ 폴승을 거두듯 멋진 역전극을 보여주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명문가 케네디가는 이번 선거에서도 명문가의 저력을 과시했다. 케네디 전대통령의 조카이자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아들 패트릭 케네디 하원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고 로버트 케네디 전법무장관의 장녀 캐슬린 케네디 카운센드도 메릴랜드 부지사에 재선됐다.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하원의원에 입후보했던 3명의 레즈비언 가운데 위스콘신주의 타미 볼드윈이 최초로 하원의석을 차지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또 게이임을 공언해온 매사추세츠주의 바니 프랭크와 애리조나주의 짐코블 등 2명의 현직의원도 재선에 성공해 신기원을 기록했다.

한국교포, 상원진출 실패 주의원에 만족해야

연방 상원에 도전했던 임용근(林龍根·62·공화)씨는 오리건주에서 패배, 한인 최초의 상원진출은 좌절됐지만 워싱턴주와 하와이주에서 각각 한인 주의원이 탄생했다. 워싱턴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신호범(愼昊範·62)씨는 한국전쟁의 입양아로 하우스보이와 독학 등의 갖은 고난 끝에 결실을 맺었다. 주하원의원을 역임했고 연방하원과 부지사직에 도전한 경력도 있는 신씨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임에도 유권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는 열정으로 승리를 엮어냈다. 신후보의 선거운동에는 특히 게리 록 워싱턴 주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적극 지원했다.

하와이주 하원의원에 도전한 실비아 장(30·여)씨도 공화당 후보에 20%이상의 큰 차로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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