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잘나간다고 '막나가는' MBC

11/10(화) 15:19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 4개월째 시청률 1위, 일일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계속 경신. 참패를 각오하고 무명연기자만 쓴 ‘내일을 향해 쏴라’, SBS의 대작 ‘백야3.98’제압. 시청률 10위권에 MBC 프로그램이 9개…. 청춘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은 재방송까지 인기. 보도 드라마 코미디 쇼프로 모든 분야에서 강세, ‘구성애의 아우성’까지 가세….

MBC가 잘 나가고 있다. 시청률만 따지자면 국내 최고의 방송이다. 그러나…

MBC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방송위원회의 심의제재건수 268건, KBS는 97건, 상업방송 SBS는 150건. MBC는 이중 경고이상의 중징계만 96건. 이번 춘계개편에서 교양부문 편성비율은 22.7%로 법정편성비율 40%에 훨씬 못미친다. 반면 오락부문은 52.2%로 과다하다. 가을개편 결과 시트콤을 포함한 드라마는 모두 15편, KBS는 9편, SBS 10편….

이쯤 되면 ‘잘 나가는 이유’가 드러난다.

올해 MBC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액수는 3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시청률=수입’이라는 등식을 생각하면 시청률 경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IMF시대여서 그런지 지나친 욕심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과연 고통분담의 대열에 동참하는 태도인가.

MBC에서는 올해 305명이 명예퇴직했다. 뼈아픈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급된 돈은 모두 760억원. 1인당 평균 2억4,900만원이다. 퇴직자 상당수가 업무보조자 격인 여직원으로 알려졌다. 한 고졸 여사원은 3억원이 넘는 명퇴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다.

지난해 본사 예치금이 1,184억원으로 이자수익만 179억원이 넘는다. ‘내 돈내가 쓴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격려금은 커녕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잘려나가는 직장인이 줄을 잇는 IMF시대에 MBC의 모습은 사회분위기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최근 SBS가 충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달 사원의 3분의 1이 근무하는 미술 영상 기술분야를 2개 회사로 독립시키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5일 ㈜SBS아트텍, ㈜SBS뉴스텍이라는 두 회사 대표를 임명했다. 본사조직도 보도·제작·기획편성·미디어사업·스포츠·라디오·관리등 6개 본부로 재편한 뒤 본부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을 줘 업무성과를 책임지게 하며,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키로 했다. 5일에는 부장급 이상 79명을 이동시켰다. SBS의 직원들은 “등골이 서늘하다”고 말한다.

불똥은 KBS에도 튈 전망이다. 사실 KBS의 구조조정은 기획예산위원회에서 하려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게 했다. 박권상사장이 취임하고 이형모부사장이 임명되면서 KBS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개혁을 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아직은 큰 성과가 없다. 그러나 요즘 감사원이 진행하고 있는 감사 결과에 따라 KBS에는 큰 변화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MBC다. 명예퇴직을 빼고는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 한 방송관계자는 “입에서 구린내가 나도록 침묵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SBS와 KBS의 눈치를 보면서 때를 기다리는 태도라는 것이다. MBC는 주인이 없다. 바꿔 말하면 국민이 주인이다.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고 혼자배부르겠다는 생각은 국민의 방송인 MBC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권오현·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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