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시나리오... 전개과정 "아무도 몰라"

12/30(수) 14:05

99년은 정치의 시즌이 될 전망이다. 온통 국난극복이라는 명제에 매달린 지난해와는 달리 내각제가 화두(話頭)로 부상, 복잡한 정치게임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는 DJP합의대로 올해말에 내각제가 추진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권력의 냉엄한 논리를 감안할 때 내각제 합의가 변경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내각제문제는 정계개편과 깊숙히 맞물려있는 고난도 함수이다. 때문에 내각제문제는 DJP합의이행, 합의변경, 합의파기 등 어떤 경우도 가능한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이행

자민련 당직자들은 “국민회의가 내각제를 피한다든지, 변형하려 하면 그 때는 끝” 이라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이를 전해듣는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누가 안한다고 했느냐, 약속은 지킨다” 고 답한다. 양당간에 주고받는 액면의 대화가 현실화하면, 내각제개헌은 탄력을 받게 된다. 내년말 내각제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석 ‘3분의 2 이상’ 의 찬성이 있어야 하나 공동여당 의석은 현재 국민회의 103석, 자민련 53석으로 42석이 부족하다. DJP합의 이행에도 한나라당의 동조 등 정치구도의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합의변경

“정치는 현실인데 꼭 합의대로 될 수 있느냐”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하는데 5년 임기를 2년으로 줄이겠느냐” 이런 합의변경의 불가피론은 비단 국민회의에서만이 아니고 자민련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 합의변경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추진·발효시기의 조절, 이원집정부제 추진, 내각제적 운용후 개헌논의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추진·발효시기 조절

순수내각제 개헌을 하되 시행시점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임기말이나 이후로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발효시기를 늦춘다는 부칙조항을 두어야하는 난점이 있고 한나라당이 “헌법이 고무줄이냐” 고 반발할 개연성이 크다.

이런 한계를 고려, 아예 내각제개헌 추진을 임기말로 미루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김대통령이 충분한 명분과 실리를 제공하기가 쉽지않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각제적 운영의 실천론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한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JP는 명실상부한 실세총리지만 지금보다도 더 권한을 강화, 사실상 내치의 전반을 관장하고 임기말 개헌을 추진하면 된다” 고 말했다. 그 실천의 한 표현으로 ‘국무총리 지위와 권한행사 등에 관한 법률’ 의 제정이 거론된다.

이원집정부제 추진

‘대통령은 국방 외교, 총리는 내치를 관장’ 하는 식의 이원집정부제는 세력균형론자들의 단골메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결별보다는 절충이 득이라고 판단하면 ‘내년말 이원집정부제 개헌’ 은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국민회의, 자민련 양쪽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지는 않는다. DJ에게는 권력의 축소를, JP에게는 합의의 불완전한 이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나 국민회의에서는 국정우선주의에 따라 이원집정부제건 다른 변형이건 통치구조의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

합의파기

내각제의 논의과정에서 어느 한 쪽이 승복하지 못하거나 극단적인 감정대립이 벌어지면, 합의는 파기된다. 두 여당이 서로 상대가 굴복할 것이라는 오만에 빠지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결별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제 고수·자민련 이탈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사견을 전제로 자민련의 현상만족론을 개진했다. 그는 “자민련은 50여석에 불과하며 다음 총선에서 급격히 의석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며 “만약 내각제를 하면 50%지분이 2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대통령제 고수가 자민련에 유리하다는 논리다. 내년 내각제논의에서 국민회의가 이 논리를 제기하고 자민련이 거부하면, 결별의 수순이 시작될 수 있다. 자민련의 이탈은 1여2야를 의미하며 이후 정치구도는 국민회의_한나라당 제휴, 자민련_한나라당 연대, 각개 약진 등 복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고수·여권주도 정계재편

지금 여권 핵심부에서는 정계개편방안이 다양하고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 만약 여권 핵심부가 대통령제를 고수키로하고 자민련의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다음 수순은 정계개편이 될 것이다. 우선적인 방안이 전국정당화이며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하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1여다야’ 체제가 형성된후 새로운 통합이 추진될 수도 있다.

개헌후 자민련 고립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후 공동여당의 조합이 깨질 수도 있다. 지금처럼 국민회의_자민련이라는 1당과 3당의 연정이 아니라 1당과 2당의 연정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동서화합, 정치안정을 명분으로 손을 잡으면, 내각제개헌이 이루어진다해도 DJP합의는 파기되는 셈이다.

/이영성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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