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칼에 날렸던'YS '끌어안고 가는'DJ

06/10(목) 14:59

‘고가 옷 로비 의혹사건’을 계기로 김대중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의 대조적 인사스타일이 세간의 화제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 곤욕을 치른 김태정법무장관을 바꾸지 않았다. 의혹은 단지 의혹일 뿐 검찰의 수사는 김장관 부인이 억울한 것으로 결론이 났으므로 문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삼 전대통령은 재임 당시 전직대통령 4,000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서석재 총무처장관을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서장관은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시중의 소문을 얘기했다고 해명했으나 가차없이 문책을 당하고 말았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수십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신을 위해 감옥까지 갖다온 서장관을 매몰차게 잘라 버린 것이다.

감싸안으려는 DJ, YS는 책임인사 단행

김대중대통령은 재임 1년반 동안 웬만한 문제가 생겨도, 비난여론이 들끓어도 자신이 임명한 장관은 놓지 않으려는 인사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개각이라는, 자신의 중요한 통치행위에 대한 자신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스타일은 임명직 인사가 소신있게 일을 추진토록 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임기를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민정서를 외면한 감싸안기로 행정의 혼선과 무사안일을 불러 온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반면 김영삼 전대통령은 재임 내내 책임인사를 단행했다. 여론의 반향을 중시해온 정치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여론에 민감해 공직사회의 안정성은 물론 단칼에 날리는 식의 전격성으로 개각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한나라당은 ‘문민정부 국민정부 문제인사 처리 비교’라는 자료에서 두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비교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김 전대통령은 취임 후 첫 개각에서 재산공개 또는 자녀 특례입학 등과 관련해 문제가 생긴 박희태법무장관, 박양실보사장관, 허재영건설장관, 김상철서울시장 등 4명을 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첫 조각 때 김선길해양수산장관, 강인덕통일장관, 주양자보건복지장관, 신낙균문화관광장관 등이 과거 및 재산 문제로 파문을 일으켰으나 주양자장관만 경질했다. 김 전해양장관은 새 한일어업협정 과정에서 ‘쌍끌이 파동’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대아파트 부정당첨으로 임명당시 구설수에 올랐던 강 전통일은 경질되기 전에 부인이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돼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측근들이 문제되었을 경우 김 전대통령은 최형우 신한국당 사무총장, 전병민 청와대 정책수석, 엄삼탁병무청장 등을 해임 또는 구속시켰다. 최총장은 수십년 정치동지로 실세중의 실세였으나 아들의 대입부정 입학 의혹 때문에 낙마했으며, 전수석은 발탁 직후 장인이 고하 송진우선생의 암살범인 한현우라는 사실이 보도돼 경질되고 말았다. 엄청장은 대선의 공헌자였으나 비리가 밝혀져 구속됐다.

문제 일으킨 측근 처리, 확연히 달라

김대통령은 김태정장관과 마찬가지로 ‘고관집 전문털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유종근전북도지사를 도청 순시때 오히려 격려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김법무장관의 유임을 결정하면서 유지사를 ‘경제고문’직에서 해촉했다.

김 전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연기 문서 파문이 일자 당시 안기부장에 재직했던 김덕 통일원 부총리를 즉각 해임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야당총재 비난사건, 안기부 홍보문건 사건, 안기부 인사편중 해명문건 사건, 총풍 사건, 문서유출 사건 등 수많은 사건에도 이종찬안기부장을 문책하지 않았다. “같은 안기부 정치관여 문건사건 처리가 문민과 국민정부가 확연히 다르다. 의지가 있고 없음의 차이”라고 한나라당은 주장했다.

김 전대통령은 실정의 책임을 추궁한다며 남북회담 훈령 조작사건을 빚은 이동복안기부특보의 사표를 수리했으며 우루과이 라운드 이행계획서 수정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김양배농수산장관을 경질했다. 또 한은 부산지점 지폐유출사고와 관련, 김명호한은총재에게 사표를 내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김대통령은 북한잠수정사건 및 미사일오발사건, 한일어협실패, 국민연금파동, 대북관련 수차례의 물의야기, 실업대책실패, 교육정책혼선, 방송법파동 등 많은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물론 공동내각이라는 한계가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정권자체에도 큰 부담을 준 행정 책임자들의 긴장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분석한 또 다른 차이점은 문민정부 내각에서는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난 장관이 있었으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사례가 없다는 것.

문민정부 시절 박종철검찰총장은 사정 및 자기쇄신 미흡에 대해 책임지고, 우명규서울시장은 성수대교 붕괴후 관리책임과 관련, 각각 자진 사퇴했다.

책임·사퇴 없이 대통령 처분만

이와는 달리 국민의 정부에서는 많은 정책오류와 위계질서 문란사건이 계속 되고 있지만 어느 한사람 진정으로 책임지거나 사퇴하는 사람 없이 대통령 처분만 바라보며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정부에서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초개같이 자리를 박차는 사람이 없다. 문제가 있어도 자주 바꾸는 것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임명권자의 의도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임행정이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개각 등 직접적인 인사는 아니지만 선거법을 위반한 의원들의 처리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는 대조적이다.

동해선거시 후보매수 사건으로 김 전대통령의 심복이라 불리던 서석재의원 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반면에 같은날 야당인 이부영의원은 오히려 선고유예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현재 여권은 국민회의 이기문의원을 제외한 김고성, 이인구, 변웅전, 김현욱, 국창근, 홍문종, 정한용의원 등 대부분의 여당의원들 또는 야당에서 여당으로 옮겨간 의원들은 의원직 유지한 대신 홍준표, 최욱철, 이신행, 이명박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손태규·주간한국부차장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