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탈리아 의사 툴리오 시몬치니는 1983년 폐암으로 6~7개월 정도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9개월 동안 중탄산나트륨(NaHCO₃, 베이킹파우더)을 암부위에 주사한다. 그 후 그 환자는 2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암이 하얗다는 것을 발견하고 곰팡이균이 암의 원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곰팡이에 대한 살균에 가장 강력한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베이킹파우더로 암을 치료하는데 응용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이 일로 세상의 온갖 조롱과 비아냥거림을 받아야 했고 의사면허까지 박탈당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 고치기 어려운 암의 특효약이 주변에서 이제껏 많이 먹고 있었고 또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베이킹파우더 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립의료원과 아주대 의대에서 1990년 6월-1992년 7월(동절기인 12월-2월까지 제외)까지 대기 중에 곰팡이 포자수를 조사한 결과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속에 10,429개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곰팡이로 인한 질환은 무좀 정도인데 최근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질병이 곰팡이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곰팡이 포자는 쉽게 호흡기를 통해서 유입되어 주로 폐 속에 큰 혹 덩어리를 만들거나 뇌 깊숙이 파고 들어가 뇌수막염을 일으키며, 봄날 여기저기 흩날리는 꽃가루가 면역체계의 이상을 가져와 알러지 질환을 유발하듯이 곰팡이 포자 또한 보이지 않게 우리의 인체에 각종 알러지 질환을 유발한다. 동물이 식물을 섭취하면서 살아가듯이 끈끈이 주걱 같은 식물 또한 직은 곤충 같은 동물들을 섭취하면서 살아간다.

이 말은 지구의 동물이나 식물 모두 같은 기원으로부터 출발해서 소화되어 나온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이 서로의 몸을 구성하는 기초성분이 된다는 뜻이 된다. 오늘 소개할 녀석은 모두가 다 알고, 신기해하는 한약재다. 동충하초(冬蟲夏草)다. 사전적인 해석으로는 겨울에는 곤충이었다가 여름에는 풀이된다는 의미다. 동물과 식물을 오가는 녀석인 것 같아 호기심이 배가된다. 동충하초는 편복아(蝙蝠蛾) 즉 박쥐나방의 애벌레에 자신의 균사체를 유입시켜 나방이 커감에 따라 그 균사체도 성장해서 나방의 머리를 뚫고 밖으로 나오면서 계속 자라게 되는 특이한 형태의 성장과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진시황제와 양귀비가 항상 애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꼭 숙주가 박쥐나방이 아니라도 동충하초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약리학적으로 보면 동충하초의 성분 중에 Cordycepin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Cordycepin은 면역을 증가시키는 천연 항생제의 역할을 해서 연쇄상 구균, 포도상 구균, 탄저균, 패혈증 균의 생성과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동충하초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다.(溫甘) 귀경은 모든 보양약이 신경(腎經)으로 향하는 것과 같이 역시 약효가 신장으로 유입되며, 폐경(肺經)으로도 함께 유입된다. 만약 폐신(肺腎)이 모두 허(虛)해 지면 기운에 영향을 준다. 허파로 숨을 쉬지 않고서는 단 몇 분도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폐는 산소를 공급해서 기운을 만드는데 절대적이다. 이를 폐주기(肺主氣)라고 한다. 기운을 담당하는 또 다른 축은 신장이다. 신장은 공기가 폐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게 하고 호흡이 끝나 이산화탄소가 많은 공기를 밖으로 잘 내뱉게 하는 대장간의 풀무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신주납기(腎主納氣)라 한다. 그래서 오래된 감기 뒤 끝에 숨이 차고 가쁘고, 기침이 떨어지지 않을 때 폐로 들어가는 한약과 더불어 반드시 신장을 강화시키는 한약을 써서 치료하는 한의학적인 치료법이 이 근거 하에 생긴 것이다.

동충하초는 가래가 끼어서 오랫동안 기침이 멎지 않는 증상을 치료하고, 못 먹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만 열심히 해서 생긴 노체(勞瘵) 즉 폐결핵이나 폐암 등에 많이 쓴다. 요즘 줄어들었던 폐결핵환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하니 폐결핵 약과 함께 써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는 만성 폐결핵에는 면역력 향상을 위해 동충하초를 오랫동안 장복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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