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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 24時] 뽑은 칼 그냥 거두지 않는다
중수부 르네상스 시대 연 드림팀, 송광수-안대희 투톱 체제 굳건
특수통 강골들, 브레이크 없는 수사에 곱지 않은 시선




검사라면 누구나 입성을 원하는 자리, 그렇지만 아무나 입성할 수 없는 자리. 바로 그 곳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다. 연구관을 거쳐 중수 3, 2, 1과장, 수사기획관, 그리고 대검 중수부장 자리를 차례로 거쳤다면 그의 이력만으로도 실력을 점치고도 남는다. 그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대검 중수부는 최고의 엘리트 검사들로 구성된 검찰 내 ‘드림팀’이었다.

‘송광수 검찰총장 - 안대희 중수부장’의 라인업이 구성된 이후 중수부의 위상은 더더욱 강화됐다.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 재수사를 시작으로 특검에서 넘겨받은 현대 비자금 ‘150억원 + α’ , SK 비자금 사건, 그리고 이제는 유사 이래 최대 수사라는 타이틀이 붙은 대선자금 수사까지.

탈(脫) 정치적인, 브레이크가 없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중수부 구성원의 면면은 더욱 화려해졌다. 질적으로 보나 양적으로 보나 현재 대검 중수부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The Best of Best)’ 라는 세간의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투망식 수사의 달인 안대희



안대희 중수부장(검사장)의 경력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다. 약관 스무 살에 사법시험을 통과해 5년 뒤 최연소 검사로 임관했고, 임관 6개월만인 초년병 시절 서울지검 특수부에 배치됐다. 인천ㆍ부산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 3,1과장, 서울지검 특수 3,2,1부장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이력은 특수 검사의 전형이다.

서울지검 특수2부장을 맡고 있던 1997년. 그는 3월말부터 3개월간 입시 학원과 사교육 전반에 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철저히 기획된 수사였다. 밑에서부터 모두 훑는다는 의미에서 혹자는 ‘투망식 수사’라고도 했다.

“털면 먼지가 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 입시 학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무수한 민원과 청탁이 빗발쳤다. 그 무렵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거물급 변호사들이 수시로 서울지검 청사를 드나들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투망에는 월척이고 피라미고 가릴 것 없이 모두 걸려 들었다. 종로, 대성, 고려학원 등 대형 입시 학원들의 고액 수강료 징수 및 탈세 비리를 적발해 학원 재벌로 군림했던 학원장들을 모조리 구속시켰고, 소형 보습학원들의 변칙적인 학원 내 불법 과외를 처음으로 밝혀내는 개가를 이뤄내기도 했다. 또 학원 단속을 맡고 있던 서울시 교육청의 공무원과 교육방송 EBS의 간부들까지 구속했다.

수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정치적 고려 없이 모든 비리를 척결하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반응의 반대편에는 “특수 수사라는 것이 큰 줄기만 치면서 일벌백계를 해야 하는데 이 잡듯이 수사를 하면 결국 화를 부를 것이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 수사는 ‘검사 안대희’를 극명하게 설명해 준다. 이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계속돼 온 ‘안대희 식 수사’의 한 예다. 이 때문에 고위층에 밉보여 검사장 승진에서 두번씩이나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대검 중수부장직에 중용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송광수 총장과 찰떡궁합



대검 중수부가 지금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조직의 정점에 있는 안 중수부장이다. 하지만 이는 “걸리는 대로 모두 수사한다”는 본인의 일 욕심과 더불어, 휘하의 직할 부대인 중수부를 통해 정치인 수사를 제대로 해내겠다는 송광수 검찰총장과 속칭 ‘코드’가 일치한 덕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99년 대구지검에서 ‘지검장 - 1차장’으로 이미 호흡을 맞춘 전력이 있다.

한 때 증권사 정보지에는 ‘송광수 - 안대희 불화설’이 꽤 근거 있는 얘기처럼 떠돈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송 총장은 말 한마디로 이런 소문을 깨끗이 일축했다. 최근 서영제 서울지검장 빙부상 상가를 찾은 송 총장은 불화설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안 부장은 피보다 진한 사람이다. 안 부장이 한 때 한직을 떠돌다 사표를 내겠다고 했을 때 마지막으로 ‘히든 카드’를 한 장 더 받아보라며 극구 말린 사람이 바로 나였다.”

두 사람의 찰떡궁합 속에 진행되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뜨겁다. 정치권과 결므構? 혹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이전의 ‘정치 검찰’과는 분명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탓이다. 인터넷에는 ‘대검찰청 송광수ㆍ안대희 팬클럽’이 결성됐고, 심지어 회원들이 검찰 청사를 찾아 직접 보약을 전달하겠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안대희 식 수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가 곱지만은 않다. “노루를 잡으러 산에 가서 옆에 토끼가 뛰어다니면 토끼를 잡는 사람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산에 왔는지를 잊어버린다.” 한때 그와 중수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 검사의 평이다.

언론과 세우고 있는 대립각도 날카롭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수사를 위해서 라면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안 부장의 독설이었다. 현대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7월. 기자실에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하면서 중요 인물이 소환되면 반드시 통보를 해주겠다는 신사 협정을 했지만, 고 정몽헌 회장이 자살 직전인 7월말~8월초 검찰에 무려 세 번이나 소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수사를 위해서”라며 방패막을 친 것.

“사실 확인은 해주지 않아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특수 검사의 금도를 깨버린 사건이었다. 때론 특정 언론을 통해 ‘애드벌룬 띄우기’를 했다거나, 때론 위기 돌파를 위해 수사 내용을 공표했다거나 하는 식의 곱지않은 시선도 흘러 나온다. ‘강골 검사’ ‘깨끗한 검사’라는 평가 뒤에 “그릇이 작다” “통제가 불가능하다” 비판이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엘리트들 다 모여!



중수부장의 참모인 중수부의 2인자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안 부장과 달리 ‘강력통’으로서의 이력이 두드러진다. 대검 마약과장과 서울지검 강력부장 등을 거치며 사이비 종교 단체인 ‘천존회’ 사건을 수사했고, ‘고문 기술자’ 이근안씨 수사도 지휘했다. 사시 기수로는 21회로 안 부장(17회)의 한참 후배이지만 두 사람은 부산중 동기라는 인연을 갖고 있다.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문 기획관과 안 부장의 관계는 썩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대(對) 언론 브리핑의 경우 수사기획관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안 부장을 통해 이뤄지는 것도 둘 사이의 호흡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 한 검찰 관계자는 “중학교 동기인 두 사람이 지휘 관계에 있는 데다 안 부장의 밀어 붙이기 수사 스타일에서 빚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대선자금 수사의 총대를 멘 사람은 사건 주임 검사인 남기춘 중수1과장 역시 손 꼽히는 ‘강력통’으로 동기 중 늘 선두를 달렸다. 평검사 시절이던 노태우 정부 당시 ‘범죄와의 전쟁’에 참여해 숱한 조직폭력배 수사를 도맡았고, 서울지검 강력부, 법무부 검찰1과, 청와대 파견 등의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특수통이 아닌 그가 중책을 맡게 된 데에는 그의 두둑한 배짱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 한 검사는 “대범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는 평가가 많다”며 “아마도 그런 점에서 중수부장의 신임을 얻는 것 같다”고 했다.

남 과장을 필두로 대선자금 수사팀에 참여하고 있는 중수부 기존 멤버는 유재만 중수2과장, 양부남ㆍ조재연 중수연구관 등. 당초 특검팀에서 넘겨 받은 현대 비자금 사건을 맡았던 유 과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법무부 검찰국 검찰 3,4과장 등 이력에서 보듯 기획에 능한 검사로 분류된다. 특수 수사 경력은 그리 많지 않지만 현대 비자금 수사에서 고 정몽헌 회장 첫 소환에서 돈을 준 정치인 6명의 명단을 받아내는 등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이병석, 박진만 검사) SK 비자금 수사(정준길 검사) 대선자금 수사(윤석열, 박찬호, 이명순 검사) 등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추가로 합류한 검사들로 중수부의 면모는 갈수록 화려해졌다. ‘15명 드림팀 군단’이 최종 구성된 것은 11월초.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장 시절 ‘기업 저격수’로 명성을 날렸던 이인규 원주지청장 등 4명의 기업수사 전문 검사가 최종적으로 합류한 것. 이 지청장은 올 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면서 최태원 회장을 구속하고 SK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강단을 보였다. 8월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장에서 원주지청장으로 인사 발령이 나자 재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대검 중수부에는 대선자금 수사팀과 별도로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이 꾸려져 있는 상태. 반장을 맡고 있는 김수남 중수3과장을 필두로 한 수사반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불과 6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끝내는 개가를 올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1-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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