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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2003] 재미로 위무하기엔 답답한 현실…국민은 상식의 일상을 원한다


"한국만큼 재미있는 나라는 없다."

지난 시절, 송년 특집 프로그램 등에 초대돼 온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한복 차림으로 나와 입 맞추듯 하던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한 개의 물건이라도 더 팔아야 했던 시절, 그들이 허연 얼굴을 하고 하던 그 말에 우리는 웬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도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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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지금도 그 명제는 진실이란 점이다. 단, 그 '재미'라는 말이 즐거움이나 신기함이라기보다는 역설적 비야냥으로 바뀌었다는 점만을 제외한다면.

월드컵 성공, 성숙된 시민 의식 등은 분명 과거에 보내는 결별의 징표였다. 그러나 축제는 축제고, 일상은 일상일 뿐인가? 구악(舊惡)은 이렇듯 건재하고 있지 않은가. 검찰의 수사 결과에 잇따라 나오는 양심 선언은 국민을 새 버전의 양비론으로 몰고 갈 뿐이다. 도대체 이 작은 나라는 얼마나 많은 '재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2003년, 그 재미는 한술을 더 떠 파격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한쪽 끝에서 또 다른 끝까지, 기존의 격(格)을 깨는 일에 지난 1년은 놀랄만큼 한마음으로 매진한 형국이었음을 주간한국은 새삼 밝혀 두고자 한다. 청와대의 수장을 선봉으로 한 그 같은 뉴 트렌드는 전위 예술가의 행동 양식에까지 고스란히 미쳐 있다.

그러나 파격을 한거풀만 벗겨 보면 현재 한국이란 나라의 파행서이 여지 없이 드러난다. 미증유의 청년 실업을 압축하는 눈물의 삼팔선 세대가 희망을 걸 곳은 로또라는 합법적 요행수였다. 그 같은 현실앞에 우리는 홀랑 벗는 수밖에 없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한 적개심은 강남 공화국에 저주를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다.

체온을 나누며 혹한의 고통과 맞선 세종기지 대원들에게 이역만리의 조국은 가장 기본적인 장비인 쇄빙선마저 갖춰 주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 나라, 한국이 경제 규모로 세계 11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외국인들은 여전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문제는 이제는 그 말에 대해 더 이상 그냥 웃어줄 수 없다는 사실, 뭐라 해 줄 그럴싸한 대꾸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리라.

"한국만큼 재미있는 나라도 없다".

입력시간 : 2003-12-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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