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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의 위기] 인터뷰 - 홍창선 카이스트 총장
"스타 과학자를 키워야 한다"
과학도들이 선망하는 모델 필요, 신명나는 연구환경 조성 시급


“카이스트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다양한 외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공학적 지식을 가진 최고 경영인도 나오고, 스타 과학자도 빨리 나와야 한다. 이공계 위기라는 침체된 분위기의 학생들에게는 따라하고 싶은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학계를 대표해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17대 국회에 진입한 홍창선 전 카이스트(KAIST) 총장. 연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카이스트 맨’답게 과도기에 들어선 카이스트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다.

1979년 미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Langley) 연구센터에서 카이스트의 항공우주전공 교수로 스카우트된 홍 전총장은 스마트 구조의 대가다. 항공기의 구조뿐만 아니라 교량에도 응용 가능한 스마트 구조 연구실은 항공우주학도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홍 전총장을 5월27일 홍릉의 카이스트 고등과학원 총장실에서 만나 카이스트외 이공계 문제를 짚어봤다.



소수정예의 인재양성에 주력해야

-이공계의 위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스트의 역할과 비전은 무엇인가?

“흔히 박사 실업자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2010년이면 3만9,000여 이공계 박사의 24%인 9,000여명이 남아 돌 전망이다. 또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경 없는 기술 전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국내외 상황에서 카이스트는 소수 정예의 고급인재 양성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카이스트도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정체돼 있다니, 그렇지는 않다. 카이스트는 현재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금은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게 아닌가. 카이스트는 양에서 질로 변화하는 중이다. 그쪽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총장 재직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외국 연수 프로그램이나 교환학생 시스템을 강화해서 카이스트 출신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하면 공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경영자들이 나올 수 있다. 대학 교육에서부터 학문간 벽을 허물면 이공계 전공자들이 졸업후 능력개발에서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공계 학생들에게 지금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 과학자가 필요하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는 롤(role)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이공계가 주목받는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24시간 연구실에 박혀 있으면서도 학생들이 신명나게 연구하지 않겠는가.”



■ 홍창선
■ 출생: 1944년 3월 1일
■ 학력: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 응용역학 박사
■ 약력: 미국 우주항공국(NASA) 랭글리(Langley)연구센터 연구원(1977)/한국과학기술원 공학부 항공 우주공학과 교수(1987)/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1993)/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2003)/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2004)

-현재의 ‘이공계 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이공계가 배출하는 인력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공계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공계 학생의 상품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에 있다고 본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이 때문에 이공계 학생들은 노력한 만큼 만족감이나 보람을 얻지 못하고, 우수한 인력은 자꾸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일자리 창출이 돌파구

-그렇다면 ‘이공계 위기’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력이 계속 이공계 분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단, 그것은 시장 기능에 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공계 대학 과정을 끝낸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일 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공계를 졸업해봤자 비전이 없다면 학생들이 이공계 공부를 계속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에게 洋閨鳧?주는 등의 정책은 이공계 위기 상황에 대한 응급 처치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이공계 육성책으로 어떤 게 있나?

제도적으로 과학기술혁신 시스템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응용연구 혹은 원천기술에 집중하는 등 장기적 발전 전략도 필요하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처방이다. 이공계 출신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개혁도 필수적이다.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와 괴리된 이공계 교육으로는 이공계 졸업자의 취업이 어렵고, 취업 후 경력 개발이나 대우에도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영학과의 접목 등을 통해 창업이나 다양한 경력 개발 잠재력을 키우주는 것도 중요하다. 공학을 전문적 지식으로 가진 경영인이 필요한 시점이니, 교육 시스템이 그런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내 연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나?

연구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교수들이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기관장급 인사들은 어차피 프로젝트를 따오기 위해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현재는 거의 모두가 나서야 할 만큼 기업의 지원이 적다. 산학협동 프로젝트는 또 인건비가 너무 싼 편이다. 어떤 때는 기업이 제대로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대학 교육 시스템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맞춰달라는 불평만 하는 게 아닌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기업은 또 빨리 상품화시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한 면이 있다. 그러나 연구에는 최우선적으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창의성이 발휘되는 게 아닌가.”

-창의성이 이공계 실력 축적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는 뜻인지?

“그렇다. 독자적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창의적인 연구 개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중국에는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은 물론 화상 네트워킹과 마케팅 능력이 있다. 또 일본에는 기술력이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값싼 노동력이라는 경쟁력을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근거로 가격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까? 해답은 창의력에 있다.”


정치권에 과학기술 중요성 심어줄 것

-과학기술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과학기술 현장의 가장 절박한 목소리는 무엇인가?

과학기술인의 한결같은 요구는 ‘처우 개선’이다. 국가 경비, 즉 예산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지원금을 더욱 늘려야 한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건 산업 기술이고, 그것을 이끌어 가는 것이 이공계 교육이라는 근원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과학기술의 발전뿐이다. 노동력이 경쟁 대상이 되는 시대는 한참 지나지 않았는가. 그런 걸 모두 알면서도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는 관심이 없다.”

-열린우리당 워크숍에서 과학기술 발전을 주제로 하는 ‘의원연구회’를 결성했다고 들었다.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을 생각인가?

‘Science&Technology 포럼’을 구성했다. 국회의원, 외부전문가, 학생, 연구현장의 인력, 벤처기업 등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전문적인 토론을 거쳐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과학기술 마인드를 심는 일에 주력할 생각이다. 현 정부는 과학기술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고, 문제 해결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터뷰 중 걸려온 이라크 파병 찬반 의견을 묻는 전화를 가리키며) 이런 전화가 왜 오는가. 개인 의견을 요청하는데 결국은 의원 성향을 파악하자는 거 아닌가. 이런 게 중요한 때는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갔다.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다.”



박소현 인턴기자 peste@naver.com


입력시간 : 2004-06-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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