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뇌관 제거 대책은…집 담보가치만 감안한 무분별 대출은 위험… 저금리 기조도 탈피를

“지금처럼 은행 등 금융권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주택을 담보로 거액을 빌려 주는 것은 단적으로 ‘약탈적 성향의 대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중에 빚을 감당하게 될 수 없을 때 무자비하게 회수해 가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한 시민단체 회원이 현재의 브레이크 없는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해 내린 평가다.

지난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는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다름 아닌 금리 인상 여부 때문. 결국 금통위는 11월중 콜금리 정책 목표를 전달과 같은 4.50%로 결정했다. 결국 금리 인상도 인하도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하는 동결이다.

그동안 금리 인상 얘기가 솔솔 흘러 나왔건만 인상되지 않은 것은 현재의 경제 현실을 비쳐준다. 바로 급증하고 있는 가계 부채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현재 시중에 너무 많은 돈이 쉽게 풀리는 것은 저금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금리가 올라 가면 돈을 빌린 이들에게 그만큼의 추가 부담이 주어지고, 올리지 않으면 계속 주택담보대출을 위시한 가계 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경실련 홍종학 정책위원장(경원대 교수)은 ‘과도한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해법이 의외로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불필요한 대출은 줄이면 된다는 것. 무엇보다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 상황을 고려해 대출해야 한다고 홍 위원장은 강조한다. 그는 소득과 상환 능력보다는 주택의 담보가치 위주로 대출이 이루어지는 것은 선진 금융체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대출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소득과 상환 능력을 따지기보다는 몰아치기식으로 돈을 빌려 주는 데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이 그렇게 쉽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집’을 담보로 잡고 있어서다. 소득이 있건 없건, 많건 적건 간에 은행 입장에서는 빌린 돈을 못받더라도 담보로 잡아 놓은 집을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또 현재의 대출 방식이 금융 소비자들에게 절대 불리하다고 강조한다. 은행권 담보 대출의 경우 약 97.5%가 변동 금리부 채권인데 이는 향후 금리 변동에 절대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고정 금리 조건의 대출은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런 대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모기지론으로 전환해 놓고 있다. 모기지론은 20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위주로 하고 매달 원리금을 납부해 만기가 되면 상환이 완료된다. 또 대출액을 소득 수준에 연계시켜 소득의 3분의1 이상이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3년 만기 일시 상환 조건의 대출이 대부분이다.

또 경기 부양을 이유로 또다시 금리를 낮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부동산 거품의 3분의2 이상이 저금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택에 17%, 아파트에 23%의 거품이 끼어 있으며 거품의 약 3분의2인 71%가 금리 요인이라는 것. 보고서는 이처럼 저금리가 주택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인 데도 우리는 금리 조절 속도가 늦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주택가격 오름세가 진행된 2001~2004년 정책 금리는 2002년 5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7차례나 인하됐다. 뒤늦게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5차례 소폭 금리가 인상되긴 했지만 여전히 집값 급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저금리로 민간에 제공되는 가계 대출은 모두 부동산 거품 가격을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도한 거품은 반드시 폭발을 낳는 만큼 더 이상의 거품을 억제할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