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상위 3개 회사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때도 해당'관련시장' 기준은 거래대상·지역·단계·소비자 등을 종합 검토 후 결정

시장을 지배하는 일부 사업자를 흔히 독과점 사업자로 표현하지만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법적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의 공급자나 수요자로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시장지위를 가진 사업자’로 정의된다.

통상 1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일 때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그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규정한다. 다만 3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75%를 넘더라도 그중 10% 미만인 사업자는 제외한다. 또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또는 구매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지 않는다.

과거에는 매년 개개 시장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했지만 1999년부터는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혐의 업체가 앞서 말한 요건에 해당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이유는 지정제도가 행정비용을 과다하게 소요했기 때문이며 추정제도 도입에 따라 사후 감시가 강화됐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의 판단에는 시장점유율이 기본 요건이 되지만 그 밖에도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대전제가 되는 작업은 ‘관련시장’의 확정(또는 획정)이다. 관련시장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법적 정의의 첫머리에 나오는 ‘일정한 거래분야’와 같은 맥락이다. 관련시장 확정은 어떤 사업자가 지배적 지위를 행사하는 시장의 범위를 정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시장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지배력의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에 따르면 관련시장(일정한 거래분야)은 경쟁관계가 있거나 경쟁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거래분야를 의미하며 거래대상(상품 또는 용역), 거래지역, 거래단계, 거래상대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가령 A상품의 가격이 올랐다고 했을 때 소비자가 B상품 구매로 전환하게 되면 A상품과 B상품의 시장은 관련시장으로 보는 것이다. 또한 C지역의 상품 가격이 올랐을 때 그 지역 소비자가 D지역으로 옮겨가 같은 상품을 구매한다면 C지역과 D지역도 관련시장이 된다.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제 사례로 2005년 재계의 뜨거운 이슈였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합병 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과연 맥주와 소주가 한 시장이냐 다른 시장이냐 하는 점이었다.

당시 반대론자들은 하이트와 진로의 결합이 소주와 맥주로 대표되는 대중적 술 시장을 독과점화함으로써 경쟁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 측은 소주와 맥주는 서로 대체재 관계가 아니라 별개의 시장을 형성한다고 반박했다.

기업결합 심사권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는 결국 하이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소주 가격을 인상했을 때 소주 소비자들이 맥주로 옮겨가거나 맥주 가격을 인상했을 때 맥주 소비자들이 소주로 갈아탈 가능성은 적다는 결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결론이 나온 데는 SSNIP(Small but Significant and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 테스트라는 계량적 시장획정 도구가 이용됐다. SSNIP 테스트는 각국이 기업결합 심사 때 시장획정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 독점감시팀 선중규 사무관은 “가상의 독점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작지만(Small) 의미 있는 수준(Significant : 5%~10%)으로 상당 기간(non-Transitory) 인상시켰을 경우 소비자가 다른 상품으로 이동할 것인지를 테스트해 만약 이동하면 다른 상품까지 시장 범위를 넓히고 그렇지 않으면 직전 상품까지를 관련시장으로 획정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선 사무관은 또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분석과정은 매우 복잡하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사회의 시장구조가 복잡다단하게 변화하면서 독과점 사업자를 밝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게 된 셈이다.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행위 유형

▲가격남용: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출고조절: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영업방해: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진입제한: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경쟁사업자 배제 등: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경쟁사업자 배제행위와 소비자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소비자이익 저해 행위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