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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는 땅 파서 장사한다?
[커버·이상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10:0 혹은 12:-2의 비밀
방송·증시 영향력 위해 스타와 '출혈계약'… 한국만의 특수한 관행

계약금 수십억원에 수익 배분 비율 8 대 2, 아니 9 대 1. 또 10 대 0까지. 심지어 12대 –2까지….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스타급 연예인들을 새로 영입한다고 발표할 때마다 회자되고 있는 숫자들이다. 다름 아닌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거두는 수익을 연예인과 기획사 간에 나누는 비율.

물론 한류의 영향 등으로 아시아급 스타이니만큼 스타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다. 반대로 기획사들이 차지하는 몫은 별로 없다. 이쯤 되면 일반인들에게는 “도대체 연예기획사들은 돈이 얼마나 많길래?” 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하다.

예상대로 이 역시 연예기획사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럼 왜 무리하게 고액의 전속료를 주면서까지 연예기획사들은 스타 영입에 공을 들이는 걸까? 이 역시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의 금융화와 관련이 깊다.

한마디로 스타들을 전속시키지 않으면 방송과 주식 시장 등에서 연예기획사로서의 명망과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고액의 전속 계약금을 지급하는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것. 이는 물론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와 방송, 연예 비즈니스 환경이 비슷하다고 인정되는 일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전속 계약금 자체가 없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 굳이 과도한 금액만이 문제가 아니고 전속금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전속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결국 과도한 액수와 그로 인한 부작용들 때문이다. 과거에도 전속금은 있었지만 금액이 그리 많지 않아 별 문제가 되진 않았었다.

그런데 전속금이 최근 수년 새 급상승한 것은 연예기획사들이 주가와 금융 시장을 의식, 간판 스타 영입에 목을 맨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물론 한류의 영향으로 스타의 활동 폭이 넓어지고 스타 파워와 스타 시스템이 강화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과도한 전속금은 결국 수익사의 부담으로도 직결된다. 다름 아닌 연예기획사의 수익 구조가 악화하는 것.

또 한편 높은 전속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못하는 중소 규모의 연예기획사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스타를 영입하기는커녕, 거느리고 있는 소속 스타들조차 모두 빼앗기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한 지적은 한류의 소비국이랄 수 있는 외국에서도 벌써 새나오고 있다. 한 예로 일본 호리프로의 호리 카즈타카 부회장은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전속금 제도를 공개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호리 회장은 “한국에서 한 명의 스타를 두고 지속적인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기가 매우 어려워 한류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일본 내에서 한류의 확산을 막는 이유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연예인들이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나 내용을 어기고 높은 전속금을 주는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관련 업계 간, 또 연예인과 업계 간의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불리한 계약 조건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다.

호리 회장은 이에 대해 “연예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사업 모두 사람들 간의 신뢰에 바탕을 둔 사업”이라며 “한국에서처럼 관련 업계에서 신뢰 부족이 누적된다면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전속금 제도 자체를 법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사적으로 이뤄지는 상거래를 법적으로 통제까지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는 그만큼 전속금 제도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전속금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산업 구조를 왜곡시켜 스스로 공멸시키는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중소 업체들은 대부분 도산하게 되고 또 전속금을 지불해 스타를 영입, 살아 남더라도 치열하게 서로 경쟁을 계속해야만 하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전속금을 지불하느라 부족해진 수입은 또다시 스타 개런티의 무리한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스타의 명성을 이용한 주가 부양이나 우회 상장 등으로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어서다.

연예 매니지먼트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역시 전속금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수료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연예인을 철저하게 고객으로 간주해 여러 업무와 서비스에 따른 수익을 제공하고서는 그에 따른 수수료만 매니지먼트회사나 에이전트사가 가져가는 것. 한마디로 일하고 거둔 만큼만 가져가는 실적급인 셈이다.

특히 스타급 연예인들에게 과도하게 지불되는 전속금은 신진 연예인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스타들에게 고액을 지불하지만 새로 문을 두드리는 연예인들과는 스타와는 정반대의 비율로 계약을 하기 때문. 일부 신인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수입을 기획사가 대부분 가로채간다며 ‘노예 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구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일본 연예계를 집중 연구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김영덕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주수입을 창출해내고 이런 자금으로 기획사와 신인들을 키워내는 사업구조인 데 반해 우리는 정반대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심지어는 국내 연예계 일각에서는 기획사의 신인들이 스타급 연예인들을 오히려 ‘먹여 살리는’ 착취구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방송 연예계에서는 “과도한 전속금 조정 못지않게 합리적인 수익 분배 계약 시스템을 도입,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이 제대로 된 선순환 구조를 이뤄나가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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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7/03 16:07




박원식 차장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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