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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MB시대 막 오르다] 대통령 취임식으로 본 환갑 맞은 한국 정치사
권위는 점점 없어지고 행사는 다채롭게… 취임사엔 정권 색채 뚜렷이 드러나
1948년 중앙청서 처음 개최… 윤보선때 처음 훈장 서훈
YS부터 평복 착용… 노무현땐 참석자 인터넷 접수 받아
MB는 '섬기는 정부' 강조 위해 연단 낮추고 봉황도 사용 안해



국방부 군악대가 국회 도서관 옥상에서 대통령 취임식 행사 연습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대통령 취임식은 국가 지도자의 권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전행사다. 취임식 규모와 행사 순서, 초대 인물과 취임사를 보면 취임 정부의 미래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국정비전과 포부를 알리는 정치의 장이 바로 취임식인 것이다. 17번에 이르는 취임식을 통해 한국 정치 60년 사를 돌아보았다.

■ 취임식은 권위 낮추는 방향으로

이번 17대 대통령 취임식 특징은 권위를 낮춘 점이다.. 취임식의 컨셉트는 ‘글로벌’과 ‘검소’. ‘섬기는 정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연단의 높이는 기존 3m에서 2m로 낮췄고 연단을 기존 타원형이 아닌 ‘T’자 모양으로 구성해 참석자들과의 거리를 줄였다. 공군의 축하 비행도 이번 취임식에서는 생략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쓰지 않고 ‘태평고’ 엠블럼을 쓴 것도 새로운 시도다.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은 “취임식에는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없다. 비보이가 브레이크댄스를 추는가 하면 국악이 흘러나오고 150명이 동시에 북을 울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취임식 60년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역대 대통령취임식 역시 권위의식을 없애는 방향으로 행사가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초의 대통령취임식은 1948년 7월 24일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중앙청(옛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회의장에서 진행됐다.

2대 취임식은 6ㆍ25전쟁기간 중이던 1952년 8월 15일 중앙청광장에서 거행되었으며, 이때부터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취임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의정팀 정현규 의정팀장은 “2대 대통령취임식은 오늘날과 같이 국민의례로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묵념이 정식 도입됐다”고 밝혔다. 취임식 때 받는 무궁화대훈장은 4대인 윤보선 대통령 취임식부터 시행됐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퇴임 때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5대 박정희 대통령취임식은 1963년 12월 17일 오후 2시에 중앙청광장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명의의 초청으로 각계 인사 약 3,400명이 참석했고, 이때 취임하는 대통령은 예복을 착용했다. 전두환의 11, 12대 대통령취임식은 모두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약 9,000명의 인사가 초대된 가운데 진행됐다.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직선제로 당선된 점을 감안해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1988년 2월 25일 오전 10시에 열렸다. 특히 취임선서가 끝날 때에 13대를 상징하는 순백색의 비둘기 1,300마리가 취임식 상공을 비상(飛翔)하는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은 3만 8,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식후에는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신임대통령은 평복을 착용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은 4만5,000여 명의 대규모 인사가 참석했으며, 16개 시도와 이북 5도 풍물팀 등이 가두행진을 벌였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도 국회의사당 앞 마당에서 4만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특히 참석자의 절반 정도를 인터넷 접수를 통해 선정했다.

■ 취임사는 정권의 미래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취임사다. 각 정권은 정치 지향과 집권의 정당성을 취임사에 담아왔다. 임기 중 한국전쟁을 겪은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연설문 전반에 나타난다. 북한 공산당을 ‘민족의 원수’와 ‘매국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국가 경제발전을 모토로 삼으며 과거 이승만 대통령취임사보다 강도 높은 반공 의식을 드러냈다. 북한을 외래 이단으로 규정하고, ‘자주 국방’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북한과 미국에 동시적인 견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

한국 대통령 취임사의 특징은 과거 정권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논리구조다. 이 특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취임사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유신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취임사에서 미소갈등을 극대화시켜 국가적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도 정권획득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방편이다.

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는 직선제 개헌을 통해 정당성이 보장된다. 그는 최초로 취임사에서 ‘저는’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 때부터 취임사에서 인칭대명사는 줄곧 ‘저’로 통일된다.

대통령이 지배하는 통치자의 상징에서 국민의 일꾼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취임사에서 본인을 ‘나’로 언급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나’와 ‘본인’을 섞어 사용했다. 노태우 전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보통 사람들을 위한 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취임사는 ‘신한국’과 ‘문민정부’가 핵심 개념이다. 주목할 사항은 ‘김일성 주석’이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15대 김대중 대통령취임사는 평범하고 보수적인 문체다. IMF외환위기 이후 국가적 위기 상황에 경제문제를 강조함으로써 안정적인 메시지를 주려했던 시도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취임사에서는 ‘동북아’라는 말이 18번이나 언급된다. 이 취임사는 외교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발전했으며 동북아 물류허브, 금융허브를 추구하는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이번 17대 대통령취임사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출범하는 정권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건국→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려면 ‘신발전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취임사는 새 정부 5년의 국정 목표로 제시된 신발전체제구축을 위해 국가주도형 발전에서 민간주도형 발전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전환을 통해 이룬 성장혜택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가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상당부분을 할애해 올해 세계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밝히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이번 취임사 준비는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의 주도로 2명의 현직교수가 포함된 팀에서 작업했다. 특히 유우익 실장의 경우 글 욕심이 많아 본인이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 마이클잭슨부터 이건희까지 한 자리에(초대인맥)

취임식에 초대된 인사들을 보면, 대통령의 인맥과 스타일, 정치 역학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67년 박정희 대통령의 6대 대통령취임식의 경우 험프리 미국부통령, 사토 일본총리, 엄가금 자유중국 부총통 등 내외빈이 참석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불법부정이 극심했던 7대 국회의원선거에 항의해 전원 불참했다.

이성춘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유진산, 이재형, 정일형, 김영삼, 김대중 등 야당의원은 취임식에 불참한 채 취임식 현장인 중앙청에서 500m 떨어진 안국동 당사 옥상에서 취임식이 열리는 시간, 같은 순서로 부정선거 규탄대회를 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편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미국 카터 행정부는 축하사절로 아무도 보내지 않았다. 9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카터정부는 최규하 대통령에게 공식적인 신임을 보냈던 터였다. 때문에 정부가 취임식 사흘 전 서울로 귀임해 있던 글라이스틴 대사만이 미국을 대표해 취임식장에 모습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은 화려한 외빈 초청객으로 눈길을 모았다. 미국 가수 마이클잭슨과 소프라노 조수미, 정명훈 등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축제의 장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취임식에 초청됐다. 가수 양희은이 식전 행사에서 ‘상록수’를 불러 파격적인 행사을 보인 취임식도 노 전 대통령 때다. 미 행정부가 대통령취임식에 ‘외교사령탑’을 파견한 것도 16대 취임식부터다. 2003년에는 콜린파월 국무장관이 취임식에 초청됐다.

이번 17대 대통령취임식의 경우 과거 어떤 정부보다 초청인사가 화려하다. 역대 가장 많은 외국 정상이 축하 사절로 참석하며 경제, 학술, 문화, 예술계 인사 80여명도 참석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한미FTA협상에서 미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대표보와 한국계 미식축구선수 하인스워드 등이 있다.

박범훈 위원장은 “훈 센 캄보디어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전 총리, 빅토르 줍코프 러시아 총리 등 전현직 정상 이외에도 일본과 중국, 스페인 등 10여개 국회의원, 기업가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CEO출신 대통령답게 경제인 초청라인도 눈길을 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21명의 회장단이 모두 초청됐다. 특히 노사 화합의 상징적 의미에서 GM대우의 노사 대표가 초청대상에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취임식의 재계 초청대상은 당초 40명선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선별 과정에서 30명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 대통령 취임식 외국사례
미국은 성대하게… 프랑스는 소박하게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취임식 모습



외국 대통령 취임식 중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미국 대통령취임식의 경우 규모와 화려함, 비용으로 세계최고를 과시한다.

지난 2005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예산은 4000만 달러. 이날 취임식에 해외 각국에서 1,000명이 넘는 축하사절단이 왔으며 5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취임식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임식에는 무도회 9차례, 청소년 음악회, 퍼레이드 및 폭죽행사 등이 열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남북전쟁 중 취임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5년 취임식에 쓴 돈 역시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4000만 달러다. 마이클 잭슨의 축하 공연과 대통령 자신의 섹소폰 연주로 화제가 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식은 93년과 97년 각각 3300만 달러와 2370만 달러가 지출됐다.

세기의 스캔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우 의외로 취임식은 간소하게 끝냈다. 내각제 전통이 남아 있어 대통령 취임식은 소박하게 치르는 것이 프랑스 취임식의 특징.

엘리제궁에서 소속정당 당직자가 보는 가운데 구, 신임 대통령은 대화를 나누고, 하원 의원이 대통령 취임선서를 읽는다. 대통령이 취임 서류에 서명하고 수락 연설을 하면 끝난다. 수락 연설 역시 큰 행사장이 아니라 엘리제궁 안의 연회장에서 이뤄진다.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취임식 축하 행사에서 군, 경찰의 특급 호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군 기지에서 8대의 장갑차가 마닐라 취임행사장에 투입됐고, 경찰 캠프 내 300명 이상의 폭동집압대가 메트로 마닐라에 도착해 아로요 대통령 취임식에 추가 투입됐다. 이는 취임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집단이나 반정부 단체의 방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입력시간 : 2008/02/25 13:05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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