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탱탱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는 '부의척도'

소프라노 피부.성형외과에서 최준영원장이 성형시술을 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성형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돈과 시간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외모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수려한 외모=경제적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다.

이처럼 외모가 사회신분을 나타내는 강력한 기호로 떠오르면서 성형수술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단지 미용의 목적만이 아닌 귀티나는 외모로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귀족수술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귀족수술을 통해 외모의 계급화 실체를 들여다본다.

■ 손 성형, 광대뼈 성형도 간편하게

강남의 번화가에서 고급 수입의류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53여)씨는 스스로 남부러울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맨손으로 상경한 그는 젊어서 억척스럽게 일해 부(富)와 신분상승을 일궈낸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주인공이다. 그는 명품으로 치장하고 정기적으로 고급 뷰티살롱에 가서 스킨케어를 받는 등 부잣집 사모님 앞에서 절대 꿀리지 않는 외모로 가꿨다.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모르는 콤플렉스가 있다. 바로 과거 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친 손이다. "손은 정직하다고들 하는데, 고객들이 제 손을 보고 이질감을 느끼게 될 까봐 늘 걱정이었어요."

얼마 전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그는 지방이식과 필러 그리고 미백 시술을 이용해 오랫동안 품어 온 손 콤플렉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몇 년전만 해도 생각 조차 못하던 수술이었다. 손은 신체 중에서 노화나 고생의 흔적이 가장 역력히 드러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인지 3년 전부터 미국의 중상류층에서 손 성형이 선푸억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손 성형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성형외과 의사들의 설명이다. 손 성형은 귀족수술의 한 예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귀족수술은 심미적 차원을 넘어 외모의 계급화를 향한 욕구까지 충족시켜준다.

우리나라에 귀족수술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약 5년 전. 고주파 시술, 더모톡신 주사 등 갖가지 첨단 성형술이 새로 도입돼 원하는 신체부위 어디나 자연스럽게 고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성형수술의 위험성이 줄어들면서 너나 없이 외모의 불만감을 해소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시술방식에 따라 가격차이도 크게 난다. 레이저 시술의 경우만 보더라도, 아이피엘이냐 프락셀이냐 등 시술방식에 따라 몇 십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가격이 벌어진다.

그렇다 보니, 가진자와 못 가진자 사이에 외모의 차별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귀족수술은 주름수술, 안면윤곽술 등 각종 노화방지 시술과 광대뼈 축소술, 코볼, 이마, 몸매성형 등 다양하다.

쌍꺼풀·코수술은 기본…이마·광대뼈·몸매에도 칼 대 '귀티' 창출
노화 흔적 역력한손·목도 매끄럽게… 안구미백·앞니 성형도 성행
'제 나이대로 사는 사람은 미용하위계급' 미국서 신조어 나와
귀족성형의 절정은 스킨케어… 노화방지로 사회적 신분 과시

■ 부자는 늙지 않는다

나이먹은 흔적을 없애는 노화방지 시술은 대표적인 귀족수술이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소프라노 피부과성형외과는 나이먹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찾아온 환자들로 연일 북적인다. 이 병원에 가보면 '미용하위계급'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미용하위계급(Cosmetic Underclass)'은 미국의 트렌드 전문가 페이스 팝콘이 쓴 <미래생활사전>에는 등장하는 단어로, 성형수술을 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 자기 나이대로 사는 하위계급을 뜻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수술은 '세월의 흔적'인 일명 '팔자주름'.

나이가 들면서 피부의 탄력이 저하돼 눈밑이나 얼굴전체가 처지게 된다.

예전엔 이처럼 노화로 인해 얼굴이 처진 경우, 얼굴을 전부 째서 리프팅을 해줬으나, 요즘엔 귀 옆의 살을 약간 만 째고 실을 넣어 팽팽하게 당겨주는 안면거상술이 발달해 수술 후에도 전혀 흉터가 남지 않는다.

또, 꺼진 볼이나 처진 눈밑도 미세지방이식수술 등으로 간단히 고치고 있다. 소프라노 성형외과 최준영 원장은 "나이든 환자들이 이제는 얼굴뿐 아니라 몸매까지 성형을 원한다"며 "나이가 들면 팔뚝이 굵어지고, 뱃살이 늘어지기 쉬워 이를 교정하고 싶어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 노화로 인한 비만을 치료하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수요가 높아지자 2~3년 전부터 성형외과에 헬스시설을 갖추는 경우도 많아졌다. 전문의의 처방과 함께 무중력 자전거와 같이 일반 휘트니스센터에 없는 의료장비가 있어 환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몸매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나이들어 살집이 있어야 부유해 보인다고 여겼지만 요즘에는 시각이 180도 달라졌어요.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날씬한 몸매는 부의 척도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기업체 임원이나 CEO분들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몸매 수술의 필요성을 많이 호소합니다." 몸매성형의 경우, 복부(아랫배, 윗배, 옆구리를 모두 합쳐) 800만원, 팔뚝은 300만원 정도다.

백만원 안팎의 얼굴성형에 비해 액수가 크지만 몸매관리에 신경쓰는 환자가 늘면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이처럼 중년층에서 부는 노화방지 시술 바람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외모의 거부를 통해 경제력과 신분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드러낸다.

■ '빈티'나는 인상 확 바꾸기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BK동양성형외과에는 광대뼈 축소술과 코볼 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많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튀어나온 광대뼈나 꺼진 코볼과 이마, 빈약한 턱이 소위 말하는 '빈티 나는 인상'이라고 지적한다.

스튜어디스나 아나운서처럼 외모를 중시하는 직업에 지원하려는 지망생들은 물론 일반 회사에 취직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이 이 같은 '빈티나는 인상' 개선수술을 많이 찾는다.

귀티나는 인상이 취업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게 취업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병건 원장은 "과거에는 광대뼈 축소술이 흉터를 많이 남겼으나 지금은 머리카락이 가장 많이 나있는 부분의 절개를 이용하기 때문에 흉터 걱정이 거의 없어 많이들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광대뼈 아래가 심하게 꺼져 있어 광대뼈가 돌출돼 보일 때는 입안으로 실리콘이나 고어텍스 같은 인공 보형물을 삽입해 도톰하게 올려주기도 한다. 또, 꺼진 볼의 경우 필러로, 꺼진 코볼은 지방이식으로 간단히 보충해준다.

김 원장은 "5년 전만 해도 수요가 거의 없었던 귀족수술을 찾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외모를 통해 사회신분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강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꼬집는다. 눈미백 시술을 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눈미백 시술은 담배연기와 자외선 등 각종 유해요소들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누렇게 변한 눈을 간단한 결막조직 수술로 하얗게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국내에서 처음 이 수술을 시작한 씨어앤파트너 김봉현 원장은 "안구 미백술은 안구 건조증 개선 효과도 탁월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성형을 목적으로 시술을 받는다"고 전한다. 피부처럼 눈도 맑고 깨끗해야 고급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돌출된 입은 빈티가 난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은 치아교정이나 '라미네이트' 시술로 앞니 성형을 하고 있다.

외국계회사에 다니고 있는 B(28여)양도 1년 전 라미네이트 시술로 돌출된 치아를 교정했다. 그는 "치아성형을 하고난 뒤 내 자신이 봐도 그 전보다 인상이 훠씬 세련돼 져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 귀족수술의 절정은 피부관리

사각턱 교정의 수술전(왼쪽)과 수술후 모습.

귀족외모 만들기 붐으로 성형수술 못지않게 뜨는 것이 고급 피부 관리실이다. 자기 몸을 가꾸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피부관리사업도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했다.

피부관리실도 전문성과 시설에 따라 1회 시술비용이 몇 천원부터 수십 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옆에 위치한 '김청경 스킨&스파'에는 하얗고 깨끗하며, 탱탱하고 윤기 흐르는 귀족피부로 가꾸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곳의 유영남 부원장은 "피부야말로 귀족외모의 절정"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피부는 단발성 시술로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짧게는 1년에서 5년까지 꾸준한 관리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개개인의 피부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1주일에 1번씩 1년간 관리를 받아야 한다.

유 부원장은 또, 일부에서는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성형수술을 받기도 하지만, 빚을 내서 고급 피부관리실에 오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인다.

"은은하게 외모의 우아함을 결정 짓는 요소가 피부입니다. 아무리 좋은 레이저시술을 받아도 피부관리실에서 꾸준히 관리 받은 사람처럼 좋은 피부를 갖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정말 부유층은 일반인과 피부가 다르다는 말까지 있지요."

연세SL의원의‘눈밑 지방 시술’장면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