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디지털 인맥구축 능력에서 중·장년층 압도

회원 2,200만 명의 싸이월드는 국내를 대표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례연구를 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인맥구축 서비스다. 그렇다면 싸이월드는 한국의 인맥구축 지형도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A중소기업 김모(45) 부장은 동창과 점심식사를 하며 환경운동에 서명할 사람들을 모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들었다. 그는 회사로 돌아와 부하직원 5명의 주소와 서명을 받았다.

그런데 한 신입사원이 50여 명의 주소와 서명이 담긴 리스트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김 부장에게 그 사원은 “메신저로 지인들에게 쪽지를 동시에 돌린 덕분에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 직장인이 40대 직장인보다 온라인 인맥관리의 경쟁력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오프라인 인맥에서는 직장생활을 오래 한 부장이 더 두터울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만큼은 정반대의 인맥 경쟁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정보기술의 세례를 어릴 때부터 받고 자란 19~24세 연령층, 즉 ‘1924세대’가 싸이월드에서는 가장 견고한 온라인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세대는 평균 78명과 미니홈피 일촌을 맺고, 평균 5개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며, 79명과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세대의 온라인 인맥관리 능력이 기성세대보다 월등히 낫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이에 비해 40대는 미니홈피 평균 일촌 수가 4명에 그쳤으며, 커뮤니티 활동도 거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메신저 대화 상대도 고작 10명 남짓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온라인을 통한 인맥의 확장 속도에서도 세대차가 크게 나고 있다. 1020세대는 오프라인 상에서 진학, 입학, 취업 등으로 새 인맥을 구성할 기회가 많을 뿐더러, 그 인맥이 온라인 상에서 자연스레 확대 재생산된다.

또한 연령적 특성상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친구도 온라인 동호회 등을 통해 쉽게 사귈 수 있다. 20대의 1년 평균 일촌 증가 숫자는 23명에 달했다. 반면 40대는 고작 1.5명 늘어나는 데 그쳐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최소한 온라인에서는 세대간에 ‘인맥 역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어느 사회보다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다. 인맥이 개인의 성공을 절반쯤은 결정하는 변수라는 통념이 퍼져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싸이월드 같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보편화하면서, 미래 사회를 짊어질 신세대는 기존의 혈연, 지연, 학연 등 ‘연줄’에서 벗어나 디지털 인맥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미니홈피를 오가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메신저로 연결되어 언제나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온라인을 십분 활용하는 신세대의 인맥관리 방식은 혈연, 학연 등을 따지는 기성세대의 제한적 인맥관리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