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안철수 원장이 출근하며 웃고있다. 안원장은 이번 1천500억원 상당의 기부는 당연한 일일뿐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 '안철수의 결단' 상수와 변수

이 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의 절반인 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안 원장은 재산 환원을 결정한 뒤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 사회는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젊은 세대가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 못지않게 우리 자신들도 각각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적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재산 기부를 결정한 사람의 소감으로 보기에는 너무 거창한 감이 있다. 때문에 안 원장의 이번 결정을 '대권 행보'의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안 원장의 재산 환원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15일 뉴시스-모노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558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선주자 다자 대결에서 안 원장은 33.7%의 지지율을 얻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6.6%), 김문수 경기지사(5.4%), 손학규 민주당 대표(3.9%) 순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또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47.9%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 전 대표(42.0%)보다 5.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48%포인트였다.

다자구도에서 공동 1위, 박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오차범위를 넘는 우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안 원장 측이 고무돼 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은 내년 1월 자서전 성격의 에세이를 출간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중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안 원장 요청에 의해 내년으로 연기됐다고 한다.

이 책에는 안 원장이 최근 청춘콘서트를 통해 젊은층에게 전했던 이야기가 담긴다. 젊은층에게 '정치인 안철수'를 소개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안 원장은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지분의 사회 환원으로 정치권 진출의 애드벌룬을 띄우며 지지율을 높인 뒤 자서전 출간으로 실제 선거운동에 준하는 전국 투어를 통해 정치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安, 신당 창당 수순 밟나

그럼 어떤 모습으로 정치권 무대에 등장할까. 안 원장 주변에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정치 현실에 맞춘 해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지금처럼 기존 정당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의 무소속으로 내년 대선까지 이어갈까, 아니면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이 주도하는 범 야권 통합정당에 들어가 야권 단일 후보를 노려볼까, 그것도 아니면 아예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을 만들어 큰 틀의 판도 변화를 꾀할까 등 여러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중 무소속으로 끝까지 유지하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안 원장 입장에서는 걸리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나간다 해도 야당의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일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표가 분산돼 한나라당 후보에게 이기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때문에 범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는 초반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섰지만 조직력에서 밀려 결국 단일 후보 자리를 노무현 후보에게 넘겨줬었다. 안 원장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하나, 만약 당선된다 해도 자신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당이 없다는 것도 당선 이후 상황이지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럼 민주당 등이 주도하는 범 야권 통합정당에 들어가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본선이 문제가 된다. 범 야권에 몸을 맡기는 순간, 유권자들에게는 민주당과 친노세력 등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야당 후보라고 각인 된다. 지금처럼 제3세력을 대표하는 주자가 아니란 얘기다. 대선 본선도 간단치 않다. 때문에 안 원장의 신당 창당 설이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린다.

창당하면 총선 전? 후?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 경우 내년 4월 19대 총선 이전에 만들어 여야 기성 정치권과 한판 승부를 하는 방법이 있고 총선 이후에 새롭게 판을 벌려 여야 의원들의 '헤쳐 모여'를 통해 대선을 위한 신당을 급조하는 방법도 있다.

정가에서는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최소 의석 수인 20석 이상만 건지면 성공작이란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최측근들이 서울 등 수도권과 안 원장의 고향인 부산ㆍ경남지역 등에서 약진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여야 정당과는 다른 각도의 선거 방법과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통해 '안풍'(安風 ㆍ안철수 바람)을 정치권의 신풍(新風)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안 원장은 서울지역 총선에 나서며 새 바람의 정점에 서게 되며,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과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처장 등 비정치권 인사가 대거 나설 수도 있다.

또 기존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안 원장과 친분이 깊으면서도 구 정치 이미지가 적은 인사들도 합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원희룡,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정작 본인들은 "가능성 없는 소설"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만일 총선 이후에 신당을 급조한다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2년 '국민통합 21'이란 정당을 만들어 대선 후보로 나섰던 경우와 비교될 수 있다. 당시 이 당에는 이철 김민석 전 의원 등 전직 의원들이 주로 참여했다.

안 원장이 신당을 총선 이후에 만든다면 순수 대선을 위한 정당이 되기에 현역 의원들의 이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안 원장의 최측근에다 낙선자, 시민사회단체, 학생 등 젊은층이 대거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당이 꾸며질 수 있다. 최대한 기성 정당과는 다른 모습을 갖추기 위해 파격적인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선주자 안나설 가능성은?

안 원장의 창당 시기와 방법은 야권 통합과 정치권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예단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정가에서는 안 원장이 '킹'으로 나서지 않고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킹 메이커'로 남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도 꾸준히 제기된다.

안 원장 스스로의 권력 의지가 과연 여야 정치권의 험하고 거친 담금질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냐 하는 부분에 확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1962년 생인 안 원장은 내년 대선 때 50세가 된다. 만일 이번에 나서지 않고 2017년 차차기에 나선다 해도 55세, 그 다음인 2022년에 나선다면 60세다. 산술적인 수치만 놓고 보는 가정이지만 자연적 연령으로는 대선 출마의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이 부분도 고민거리는 적지 않다. 대선 주자로 직접 나서지 않고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경우 그 후보가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다. 이기면 5년 내내 국정운영을 지지해줘야 하는 부담이 있고, 그 당선자가 성공적인 5년 임기를 보내지 못하면 동반자로서의 책임이 고스란히 안 원장에게 돌아간다. 지지한 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면 안 원장의 정치 생명은 시작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상황이 될 경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없이 정치권과 등거리 자세를 취할 수는 있다. 물론 또 다른 5년 후 정치현실이 얼마나 큰 폭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기에 '무조건 기회가 왔을 때 취하라'는 의견들이 안 원장 주변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참여 순간 지지율 하락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와 공동 1위까지 오른 지지율만 놓고 보면 단연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임에는 틀림없다. 이념과 지역, 계층을 넘어 두루 폭넓은 지지층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한 바람이 들어가 있다는 평가다.

안 원장은 아직 정치권이란 링 위에 본격적으로 오르지 않았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있는 현안에 대한 답을 내놓은 적도 없다. 그러다보니 딱히 비판 받을만한 발언이나 행보를 한 적이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얼마 전 안 원장을 향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고 공개 요구한 적이 있다. 안 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답변했다고 치자. 비준안 처리 찬성 쪽으로 답했다면 진보 성향 지지층의 반발을 살 것이고 비준안 처리 반대 쪽으로 답하면 보수 성향 지지층의 비판이 쏟아지게 돼 있다.

안 원장이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 밖이니까 현안에서 발을 빼면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즐길 수 있는 것이지 안으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념적으로 좌우로 갈리거나, 세대간 의견이 다르거나, 계층간 이해가 엇갈리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답변을 내놓을 때마다 지금의 지지층 일부는 조금씩 떨어져갈 수밖에 없다. 정치 변혁이란 기대감을 갖고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과연 대선 당일까지 이 같은 분위기를 유지시킬 수 있을지 쉽지 않은 문제란 것이다.

이와 관련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의 송별 만찬에서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아인슈타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인슈타인이 만약 정치를 했으면 과연 잘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머리 좋은 과학자는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말고 과학 발전에 전념해야 한다"면서 "돈 좀 벌고 이름 좀 알려졌다고 너나 없이 (정치판에)나서면 과학 발전은 누가 이끄나"라고 각을 세운 바 있다.

안 원장 지지층에서 들으면 분개할지도 모르는 얘기지만, 대권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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