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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올드보이들 대폭 물갈이… '읍참마속' 불사

●박근혜 '한나라당 리모델링'… 공천혁명 카운트다운
'돈봉투 사건' 호재 박근혜 당권장악 가속
친박 중진 자진사퇴 구주류 압박 나설듯
비박측 반발도 거세 세력갈등 막바지 고비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하, 이혜훈, 권영세 의원, 박근혜 비대위원장, 정몽준 전 대표,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 박 진 의원.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적 쇄신의 칼을 들었다.

인물 교체를 통한 공천 물갈이 작업의 시동이지만, 4년 전 친이계가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의원들을 솎아내면서 불거져 나온 이른바 '18대 공천 학살'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 높은 공천 혁명이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이런 기운은 이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조금씩 감지됐다. 박 위원장과 직간접적으로 연(緣)이 있는 인사들로 비대위가 채워지면서 친이계 등 구주류 사이에서 '19대 총선 공천에서는 4년 전의 상황과 정 반대로 정치적 보복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 위원장이 이들 비대위원을 통해 정적을 포함한 비박ㆍ반박 진영의 상당수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불안감이 비박 진영에 드리워져 있었지만 이때만 해도 '4년 전과 상황이 다른데다 대선 등을 감안하면 박 위원장이 쉽게 칼을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간 의정생활에서 잡음이 있었거나 극히 일부 반박 인사들에 대한 배제 정도로 그치지 않겠나 하는 판단이 많았다.

그러나 비대위가 구성된 지 불과 10여 일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초반 전망은 완전히 오답(誤答)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비대위는 현재 사람도, 정강도, 당명도 바꾸는 모든 면에서의 환골탈태를 꾀하고 있다. 여권의 정치 구도 자체를 완전히 뒤바꾸는 '개혁 쓰나미'다. 이를 통해 완벽한 재창당으로 가고자 하는 박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 주성영
한 의원은 "비대위의 정점에 서 있는 박 위원장의 모습에는 결기 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친이계가 주도해왔던 한나라당이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당'으로 거듭 태어나는 산고를 겪고 있다.

'돈봉투 사건' 구주류 척결?

5일 한나라당에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이 터졌다. 고승덕 의원이 "2008년 이후 열린 한 전당대회에서 친이계 전직 대표 중 한명에게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 준 적이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불거진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 전체가 쑤셔놓은 벌집이 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하기 전에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이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고 검찰도 바로 수사팀을 꾸렸다.

박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지체 없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 홍준표
고 의원이 거론한 당 대표가 홍준표 의원이냐 안상수 의원이냐 하는 물음이 쏟아졌지만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건넨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어 검찰 수사를 통해 전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고 의원의 폭로가 실수냐 의도된 것이냐 하는 관측은 엇갈리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박 위원장으로서는 친이계의 구 정치 행태를 부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이번 사건은 친박 진영과는 무관하게 당시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친이 진영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사건이 확대돼도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별반 손해가 아니란 계산이 가능하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여권의 정치구도를 완전히 박 위원장 주도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즉 친이계가 주도했던 구태 한나라당에서 탈피, 박 위원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당이란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호기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 위원장 주도의 당 쇄신작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친이계 등 구 주류의 움직임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 행보에 거칠 것이 없게 됐다는 얘기다.

'입 가리고 웃는' 친박계에 맞서 친이계 등 비박 진영은 일단 움츠러들고 있다.

  • 박희태
그러면서도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진영의 대선주자들간 연대 움직임이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는 분위기이다. 아직은 이들이 뚜렷한 행동에 나서진 않지만 고 의원의 폭로에 의한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이를 계기로 박 위원장 측에서 칼날을 들이댈 경우,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다. 삼자가 연대해서 반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내편 먼저 도려낸다"

밖으로는 고 의원에 의해 시작된 검찰 수사로 여권의 판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고, 안으로는 비대위가 인적쇄신 및 인재영입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탈색화(脫色化)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의중이 외부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그의 스타일은 알려진 대로 차도지계(借刀之計ㆍ직접 나서기 보다 다른 사람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미)식이다. 따라서 비대위를 통해 공천 개혁의 칼날이 휘둘러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자기 편은 놔두고 상대방만 겨냥한다면 국민 감동은커녕 대내외적인 명분도 얻을 수가 없다. 자기 편을 도려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홍사덕
현재 영남권에선 4선 이해봉의원과 초선 현기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모자란다. 결국 고령 다선의원으로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의 용퇴가 필요하지만 아직 이들이 완강히 버티고 있다. 때문에 영남권에서도 대표적인 다선 친박계 의원이 먼저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를 통해 고령 다선의원들의 물갈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이상득 김형오 의원에 이어 친이계 다선 의원들의 불출마 권유작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4선의 이재오 홍준표 안상수 이윤성 의원 등이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또 3선이나 재선급에서도 대상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또 초ㆍ재선급 의원들의 물갈이를 위해서도 텃밭으로 평가되는 서울 강남권 등에서 비교적 손쉽게 당선된 인사를 앞세워 불출마를 선언케 하거나 아니면 서울 강북지역 등 사지(死地)로 지역구를 옮기도록 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친박계 초선 손범규 의원(경기 고양시 덕양구갑)은 "친박계 내에서 불출마 선언이 상당부분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 이재오
대구시당위원장인 주성영 의원도 "비대위 결정대로 따라야 하고 공심위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친박계 내부부터 불출마 선언 릴레이가 시작돼 이를 고리로 친이계 등 비박계를 사실상 '청소'하겠다는 당 핵심부의 의중이 읽힌다.

친이는 '결별' 으름장

이 같은 움직임에 친이계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비대위와의 결별'을 운운하며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 등은 특히 뇌물수수 전력이 있는 김종인 위원과 이념 논란이 제기된 이상돈 위원의 교체를 주장하며 빈틈만 노리고 있다.

장 의원은 "비대위와의 결별은 당 지도부를 인정 못한다는 것"이라며 "당내 갈등을 촉발한 두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지난 5일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서울 지방검찰청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장 의원은 "이들 비대위원 사퇴에 찬성하는 많은 분이 같이 모여 의논해서 같은 의견이 도출되면 성명도 내겠다"며 "최악의 경우 탈당은 아니라도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은 27세의 이준석 위원을 겨냥,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여야 하나"라고 비대위원 비판을 이어갔다.

이 위원에 대해서는 친박계에서도 "자문위원 정도로 임명해 젊은층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면 될 것인데 직접 칼을 휘두르는 비대위원에 선임한 것은 정치 자체를 희화화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 의원은 모 비대위원의 여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김 위원은 뇌물수수, 이상돈 위원은 이념문제, 이준석 위원은 20대의 젊은 나이로 아직 함량미달, 다른 위원은 여자 문제가 있는 등 비대위 상당수를 교체해야 할 형편"이라며 "박 위원장의 폐쇄적 인선이 부른 수준 낮은 코미디"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들은 또 비대위 인재영입 분과위원회(위원장 조동성 비대위원)가 5일 지역구 공천 비율을 전체 인구 연령별 비율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비대위는 20대가 전체 인구의 16%인 만큼 공천자는 39명, 30대는 21%이니까 51명, 40대는 23%이므로 56명, 50대는 19%이므로 46명, 60대 이상은 21%이므로 51명씩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비박 진영에서는 "연령별로 나눠 공천을 준다면 아예 학력별로도 나눠 중졸과 고졸 대졸과 대학원졸로 나눠 각각 해당 비율에 맞게 공천을 할 수도 있겠다"라고 비꼬았다.

연령별 비율을 적용한 공천 방법에는 중립적인 소장ㆍ쇄신파 사이에서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방법"이라며 "대선주자도 그런 식으로 나눠 연령별 후보군을 내세워 경선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명분을 앞세운 쇄신과 개혁, 정치보복과 비대위 교체를 강조하며 맞선 한나라당 양대 세력의 마지막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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