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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전략 부재 안팎 잡음… 총체적 난국 "해법이 안보이네"

● 삐걱대는 민주통합당 '위기의 서막'
  • 강철규 공천심의위원장
너무 일찍 든 축배 지지율 계속 떨어져 새누리당에 역전
선거인단 불법모집등 악재 계속 터져

일부 공천탈락자들 "무속속 출마" 엄포… 접전지 승패 좌우
노동계서도 불만… 수습대책 난망


민주통합당이 흔들린다. 외부 악재에 이어 내분 양상까지 벌어지면서 당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벌써부터 당초 목표인 총선에서 1당 차지도 힘들 것이란 불안한 전망이 나온다.

그간 민주통합당은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대통령 사저 논란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여권의 잇단 '헛발질'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지지율이 추락하자 민주당은 단번에 지지율 1위 정당으로 등극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딛고 무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고, 친 노무현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세력이 합류하면서 민주당은 총선에서의 원내 제1당을 너머 과반 의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졌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2일 굳은 표정으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총선 공천 신청자들은 민주당으로 몰려 들었고, 불모지로 여겨졌던 영남권에서는 여러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입당해 사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치는 등 민주당은 안 원장 없이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수준까지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탓일까. '잘 나가던' 민주당이 암초에 부딪혀 기우뚱거리더니 잠재해 있던 내부 불만이 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오면서 안팎의 파열음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에게 다시 역전당하는 결과도 나왔다. 각종 악재를 조기에 극복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총선 결과가 걱정되는 지경이다.

이와 관련,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민주당에 대해 "정체성 없는 철새 또는 뇌물, 공천헌금 등 비리 관련자가 공천된다면 주권자는 낙선운동을 벌일 수 밖에 없다"며 민주당 측에 낙선운동을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위기의 서막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선거인단 모집 악재

  • 민주통합당 서울 마포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유정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심사위원회가 심사의 기준과 원칙을 지킬것을 요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거칠 것 없이 보였던 민주당의 첫 파열음은 모바일 경선 투표와 관련한 자살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6일 광주 동구 지역구 공천 심사 과정에서 한 60대 자원봉사자가 선거인단 대리 모집 의혹을 받자 건물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것이다. 공천혁명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준비한 국민경선선거인단 모집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전남 장성에서는 모바일 선거 대리 접수 아르바이트를 한 혐의로 30대 남성과 고교생 5명이 조사를 받았고, 경기 양주ㆍ동두천 지역에서는 한 후보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선거인단을 대리 접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벌였다. 또 경기 안양과 광명 등지에서도 선거인 불법 모집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이처럼 국민경선 참여 선거인단 모집이 불법으로 얼룩지는 것은 누가 많이 모으느냐에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후보 진영마다 각종 무리수를 동원한 결과다. 더구나 민주당의 바닥 여론이 새누리당보다 우위에 서다 보니 민주당 공천만 따내면 본선 승리가 유력하다는 생각에서 일부 예비후보들은 선거인단의 불법 모집도 서슴지 않은 탓이다.

어쨌든 사망 사고까지 일어나고 전국 도처에서 불법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국민에게는 더 이상 국민 경선을 거친 공천 결정 과정 자체에 신뢰감을 주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모바일 선거 무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달리 혁명적으로 공천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모바일 선거를 도입한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보통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강행하자니 신뢰도는 물론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까 염려되고, 그렇다고 그렇게 홍보를 해 놓고 이제 와서 카드를 집어넣자니 공당으로서의 이미지는 완전히 구기게 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더 이상 큰 사건 없이 빨리 경선 일정이 지나가야 한다"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의 야심작이 이렇게 시작부터 엇나갔다는 평가다.

공천 관련 동교동계 탈당

진짜 문제는 공천 과정에서 터졌다. 친노계가 당 지도부에 대거 입성한 상황에서 공천에까지 입김을 미치면서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옛 열린우리당 식구들이 상당수 공천자로 결정됐다. 당연히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온 동교동계를 비롯한 구 민주당계열 인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의 주장은 '친노계의 동교동계 죽이기'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천에서 배제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보복하고 한풀이 하는 정치는 안 된다"면서 "탈당해서라도 이를 깨우쳐주고자 한다"고 친노계 지도부를 직격한 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함께 공천에서 탈락한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도 1일 트위터에 "당신네들의 함량 미달 심사로 60년 민주당의 역사가 풍전등화에 있다"며 "지금까지 지켜온 내 정치 역정과 양심, 신념이 옳았는지 지역 구민에게 평가 받을 것"이라며 역시 무소속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이훈평 전 의원도 "구민주계를 몰아내는 뻐꾸기 정당"이라고 비판했고, 공천이 보류된 정균환 전 의원과 안규백 의원도 당의 최종 결정을 본 뒤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물론 같은 민주계 출신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야권분열은 안 된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집단 반발 양상을 띠고 있다.

조만간 김 전 대통령 계승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단어를 앞세워 '민주동우회(가칭)'라는 조직을 결성, 무소속 벨트로 수도권과 호남 등지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모아 세 확산에 나서 태세다. 이들이 수도권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진영 표를 흡수할 경우, 접전지의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지도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파열음은 구 민주당계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친노의 득세에 따라 노동계 몫으로 지도부에 참여한 한국노총 위원장인 이용득 최고위원은 "도로열린우리당이 돼버린 상황에 염증을 느낀다"며 "조만간 최고위원직 사퇴를 포함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간 부천 원미갑 등 지역구 5,6석에 대한 전략 공천과 2석 이상의 비례대표 몫을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최고위원은 사석에서 "자기들끼리 나눠 먹고, 노총은 항상 양보만 요구받는다"는 취지의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챙기기에 경고

민주계가 집단 반발하고, 노동계마저 볼멘 소리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일부 공천 결정사항이 발표 이전에 새 나가 당내에서 문제가 되자 조용히 있던 강철규 당 공천심사위원장이 파업 선언을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강 위원장은 이틀간 공천심사를 거부한 뒤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도부 등 당 내부의 자중을 강조하면서 복귀했다. 여기엔 최고위원들의 지분 챙기기 움직임에 경고를 던지면서 호남 물갈이에 대한 반발 기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3차 공천자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민주당 공천 파문은 이제 시작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안팎의 잡음에 시달리게 된 이유 중에는 지도부의 전략 부재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만의 비전과 노선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권 때리기'와 '반(反) MB'에만 치중하면서 그저 추락하는 여당에 대한 반사 이익에만 기댄 탓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엔 과연 민주당이 국민감동을 준 부분이 있느냐는 반성도 담겨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성급히 폐기 주장을 앞세웠다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권이 "참여정부 시절 총리(한명숙 대표)와 장관(정동영 정세균 의원 등)을 지내면서 FTA 추진을 강변하던 분들이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며 공세를 거듭하자 '재재협상을 전제로 한 폐기'로 수위를 낮췄다.

총선공천기획단 구성에서 지역구 활동에 바쁜 이미경 의원을 단장으로 뽑다 보니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고문의 대항마로 27살의 여성 후보를 검토하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하형주씨 등을 영입하면서 분위기를 타고 있는데 민주당은 새로운 인물을 뽑고 내세우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현역의원 공천 탈락률 0%'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공천 흥행의 보증 수표라는 모바일 투표 경선은 이미 조직 세몰이 경쟁으로 변질된 상태다.

이 때문에 야권연대 협상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내부가 삐걱대다 보니 외부 문제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사이 1월 초부터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새누리당과는 크게 10.6%포인트 차이까지 벌렸지만 2월 들어 간극이 좁아지기 시작해 2월20일~24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민주당(37.5%)과 새누리당(36.5%)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은 소폭 상승을 거듭해 같은 시기 조사에서 32.2%로 1위를 굳건히 했고, 문재인 고문(21.1%)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18.1%)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민주당의 해법은 공천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든 문제점의 발단은 공천을 둘러싼 각 세력의 힘 겨루기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종석 사무총장 등 비리 혐의에 연루된 인사들의 공천을 회수하면서 구민주계 등의 인사를 향후 공천 과정에서 배려하는 '당내 정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강경파들은 아예 한명숙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더 많다. 조만간 있을 4차 공천자 결과 발표가 민주당 분열 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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