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제문이 안방극장 최고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로 등극했다.

윤제문은 MBC 수목 미니시리즈 ‘더킹 투하츠(The King Two Hearts)’(극본 홍진아ㆍ연출 이재규, 정대윤ㆍ이하 더킹)에 출연 중이다. 극중 엄청난 자금력으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군사복합체의 지주회사인 클럽M의 회장 김봉구 역을 맡았다.

극중 김봉구는 이중적인 캐릭터다. 김봉구라는 촌스러운 느낌의 이름과 함께 존 메이어라는 세련된 이미지의 영어 이름을 함께 쓰는 프로필과 닮았다. 클럽M의 원래 주인인 아버지를 입안의 혀처럼 모시는 인물은 김봉구다. 반면 유산상속증명서를 주며 죽기 전 마지막으로 물을 마시고 싶다는 아버지에게 독이 든 잔을 건네는 인물은 존 메이어다.

윤제문은 22일 방송된 ‘더킹’ 2회에서 내면의 악을 드러냈다. 아버지를 스스로 살해한 후 클럽M의 주인자리를 찾은 존 메이어는 더 이상 김봉구가 아니었다. 표정 없는 얼굴과 냉정한 말투로 “아버지가 물이 마시고 싶다네?”라고 말한 대목은 시청자들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떠올랐다. ‘준비한 독극물을 대령해라’는 속내를 드러낸 연기가 소름 돋았다는 평가다.

윤제문은 ‘더킹 투하츠’로 3연속 악역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더킹 투하츠’의 전작인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마이더스’에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비밀결사 밀본의 3대 본원인 정기준이자 백정 가리온으로 1인 2역의 반전 캐릭터를 소화했다. ‘마이더스’에서는 독선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 유성준으로 열연했다.

윤제문은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제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강한 캐릭터의 작품만 들어온다”며 “그래서 계속 하고 있다”며 웃었다.

윤제문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극중 캐릭터와는 상반된 매력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글로벌 싸이코’라는 극중 프로필을 소화해야 하는 윤제문은 영어 대사에 대한 남 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윤제문은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영어 대사가 많았다”며 “굉장히 힘들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영어 때문에 ‘더킹’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못하겠다고 거절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윤제문은 “감독님이 영어 안 해도 된다면서 대본을 수정해줬다”며 “지금은 글로벌 싸이코 캐릭터를 특별한 고민 없이 대본에 쓰여진 대로 미친놈처럼 연기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더킹’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상의 설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와 북한의 특수부대 여자교관 김항아(하지원)의 정략결혼으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남북한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방송 전 우려의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윤제문을 비롯해 이승기 하지원 이순재 윤여정 등 탄탄한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높였다. 이재규 PD는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진행한 ‘대한민국 드라마 PD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더킹’은 21일 첫 방송 후 전국시청률 16%(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돌파했다. 이날 동시에 첫 방송된 KBS 2TV ‘적도의 남자’, SBS ‘옥탑방 왕세자’을 제쳤다.

스포츠한국 엔터테인먼트부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